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아듀~~ 아날로그...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7. 20:52


    아듀~~ 아날로그... 
    2004-11-17 오후 1:26:47

     

     

     

    포항으로 출장을 온지 이제 이틀째다.
    따지면 하룻밤을 외박했다는 이야기인데 벌써 향수병이 생긴듯 하다.
    에휴~~ 무소유도 보고 싶고 꼬마공주도 그리워지고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큰딸도
    그리워지고 둘쨋딸의 콧소리도 귓가를 맴맴거린다.
    어쩌면 그리움이란 단어는 나에게는 天形인듯 삶에 있어서 큰 모토인것을 보면
    아마도 애정결핍증을 가지고 성장한듯 하다.
    애정결핍....얼마나 아날로그적인 용어인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참 반가운 전화를 한통 빋았다.
    "저기~~ 차장님 생각이 나서요..지난 일요일날 와이프가 집정리를 했거던요..
    저도 잊고 있었는데 구석에서 LP판을 몇장 꺼집어 내더라구요..그걸 버리겠다길래..
    차장님 생각이 나서요.."
    "야~ 이놈아! 버리기는 왜 버리냐..그게 얼마나 귀한건데...잘 나눠..
    다음에 만나면 줘.."
    "그렇잖아도 그럴려구요..잘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 만날때 드릴께요.."


    흐흐흐~~~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엔돌핀이 마구 마구 솟아 오른다.
    오랫만에 LP판을 몇장 확보하는 순간이다.


    내가 LP을 처음 본게 언제 였더라?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보니 아마도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4학년때였는가 보다.
    우리동네에서 제일 괜찮은 직업이 목수아저씨와 통쟁이아저씨였다.
    그중에 통쟁이 아저씨는 나무판과 대나무로 물통이나 똥장군등을 만드는 직업인데
    그때만해도 지금처럼 합성고무나 플라스틱 또는 양은등이 일반화되지를 못해서
    수입이 꽤나 짭잘했던 모양으로 우리동네에서 처음으로 전축을 들여놓았다.
    한살밑에 였던 그 집의 둘째딸과 아주 친해서 자주가서 놀고는 했는데
    열심히 통을 만들던 아저씨가 양판이라 불리던 까만 원반을 전축에더 올리고
    바늘을 살짝 들어 놓으면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참으로
    신기했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때 였던가...
    동래산성으로 소풍늘 갔던날 외항선원을 아버지로 둔 친구녀석이 가져온
    야외용 전축에 양판을 걸어놓고 흘러나오던 삐빠빠 룰라~~에 맞추어 개다리스텝을
    밟던 교련복의 그 시절도 잊을수 없는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편지한장 남기지 않고 서울로 가출을 감행했다가
    삼년의 세월이 흐른후 돌아온 집에는 전축이 들어와 있었다.
    아버지가 하도 속이 상해서 위안삼아서 들여 놓으셨다는 그 말씀이 아직도
    내 가슴에 멍이 되어서 영원히 지우지 못할 흔적으로 남아있다.
    "황성옛터에 바아~암이 되면..."
    아버지는 늘 이 노래를 즐겨 들어셨다.
    템포빠르고 즐거운 노래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늘 이 황성옛터를 즐겨서
    들었는데 내탓인듯해서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그래도 늘 그리움의 병이 들어서인지 옛추억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즐겨듣는
    진공관 오디오가 조금씩 그 병의 치유약이 되기도 한다.
    그럭 저럭 버리지 않고 모은 150여장의 LP판.....
    특히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살짝 내린 날이나 바람이 을씨년스레이
    아파트 창문을 흔드는 날에는 형광등불에서 해방이 되어 까매진 방에서
    빨갛게 불을 밝힌 진공관앰프와 LP 플레이어에 양판을 걸면 추억도 보석이 된다.


    저녁에는 거래처 사람과 저녁을 먹었다. 오랫만에 포항에서 맛보는 싱싱한 회와
    시원하게 냉장된 소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오면서 사온 스포츠 신문에서는
    아침의 기분좋았던 일과 같은 주제로 우울해 진다.


    지난달 그러니까 10월달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LP를 만들던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2월달 이후로 주문이 하나도 없어서 견디다 못해서
    마침내 문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모두들 디지탈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줄을 선 결과다.
    하기는 요즘 새로 나오는 음반하면 으례 CD를 생각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CD는 음량만 크지 낼수 있는 소리의 영역은 제한되어 있는 매체다.
    LP는 소리의 범위가 무한대이다. 깊고 풍부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
    단지 아날로그읻보니 하드웨어적이다 보니 잡음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그 소리도 하나의 자연의 소리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들을만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양판이라 불리던 새까만 LP판의 시대는 끝이 났다.
    2월달에 찍어낸 <켄터베리 음악 페스티발>이라는 LP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날로그 시대중위 하나가 종언을 고했다.
    왠지 씁쓸하다.

     

    "디지탈의 영원한 꿈은 아날로그다"라는 말이 공허해보이는 날이다.

     


    ------------------------------ 댓글 -----------------------------------

     

     LP가 좋은 방울이  2004-11-17 오후 11:28:23    
    CD 에서 들을수 있는 음의 깊이는 많은 아쉬움을 주는건 저도 동감입니다.
    LP에서 들려오는 음의 풍부함을 느낄수 없죠. 지금세대의 아이들은 그 차이점을
    알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빠가 스테레오 오디오 풀 셑트를 선물해 주셨을때의 감동...
    90년도에 300만원의 전축을 사주셨으니... 지금은 그 전축이 친정집 거실에 놓여진
    장식품.... LP로 듣는 음의 깊이는 정말 대단한데...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당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던 기억이 너무 그립습니다.
    오래전에 들어온 그 느낌들....
    지금도 친정집에 가면 수많은 LP 판이 나를 기다릴텐데.... 흐흐흐
    서라벌 레토드가 문을 닫았다고 하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가야 하겠죠.
    왠지 기분이 좀 우울해 지네요. 향수에 젖는것 같기고 하구요.
    전.. 처음 이곳에 와서 미국 도시 이름이 많아서 외국출장 이신줄 착각했다는...
    한참을 읽고서야..ㅎㅎㅎ 모델들의 이름이란 걸.. 알았다는...
    반딧불님의 글을 읽으면... 지나온 추억들이 자꾸 떠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켜주실까요....
    방울이... 길게 주절이 주절이 떠들다 인사드리고 갑니다. ^^
     
     
      반디불  2004-11-18 오후 3:50:25    
    방울이님...
    어쩌면 아날로그의 마지막 세대라서 그런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디지탈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역시 주변에 아날로그가 많습니다.
    요즈음은 티볼리라듸오에 빠져 살구요...
    LP로 듣는 음악이 거칠기는 해도 따스한 방석을 깔고 있는것 같이
    마음이 따스해지지요...
    감사합니다. 
     
      눈물 방울  2004-11-18 오후 4:42:30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나이도 어린데(?) ㅋㅋㅋ 왜 자꾸 추억이 그리운걸까요~~~ 좀 있다가
    음악들으며 분위기 잡고 잠시 또 추억에 젖어볼까나~~~ 눈,,,물,,, 방,,, 울,,,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아! 인간이 되어라..  (0) 2006.06.07
    반디불의 세계여행기  (0) 2006.06.07
    가을국화에 대한 小考  (0) 2006.06.07
    똥담기의 곤란함...  (0) 2006.06.07
    인생은 자전거 타기...  (0) 2006.06.0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