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단함을 재우는 풍경소리
뗑그랑~ 뗑그랑~
절이나 양반집의 처마밑에 매달려서 바람소리에 따라 소리를 내는
풍경소리입니다.
나는 이 풍경소리를 들을때마다 전쟁이 유난히도 많았던 그래서
슬픈일도 참 많았던 우리민족의 역사를 다시 생각합니다.
떵그렁~떵그렁~
초갓집 외양간의 소목에도 이런 방울이 달려있습니다.
밤새 떵그렁~떵그렁~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농부는 편안한
숙면을 취합니다.
풍경은 바람에 따라 내는 소리라서 풍경소리라고 하지요.
소의 목에 달린 방울 역시도 비슷한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방울소리입니다.
풍경소리와 방울소리는 무척 닮아있습니다.
뗑그르릉 떵그르릉..이렇게 4박자입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이유는 문화란 필요에 따라 발명되고
다듬어져서 그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민족이였더라도 사는곳의 풍토가 다르면 오랜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민족이 되는것 처럼 말입니다.
아마도 예를 든다면 터키와 우리들이 되겠지요.
풍경소리는 전쟁에 찌들은 우리네 민족이 발명한것이라면
방울소리는 호랑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풍경소리는 사람이 깊은 잠을 들지못하게 하는 자연의 각성제입니다.
일정하게 심장의 박동소리와 흡사한 풍경소리가 왜 사람을 가수면상태에
빠지도록 기능적 발명이 되었느냐하면 깊이 잠들지 않아야 언제
덮칠지 모르는 외부의 적들 때문입니다.
전쟁에서는 야습이 중요하고 옛날의 전투가 대부분 기습전이다보니
전쟁이 많은 나라에서 깊이 잠이든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하지요.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그 정신이 만들어낸 슬픈 발명품이지요.
그래서 나라의 힘이 센 중국에서는 없지만 힘이 약했던 우리에게는
존재하는것이 바로 풍경이라는 것입니다.
소는 예로부터 농민의 가장큰 재산이였습니다.
만약에 소에게 무슨일이 있다면 농부는 모든것을 잃게되지요.
비디오 테잎에 처음 나오는 호환..마마보다...멘트처럼 100년전 200년전
에는 삼천리 강토가 호랑이 천지였다고 하지요.
호랑이로서는 그야말로 내실있는 먹이감이 송아지였지요.
개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날쎈데다가 먹이감으로서는 작은축에
속하는지라 송아지가 인기가 있었다고 보아야지요.
그러니 농부가 세상모르고 잔다는것은 호랑이에게 송아지를
바치는것이나 다를바 없었답니다.
그래서 농부는 방울소리가 멈추면 순간 벌떡 일어나게끔 소리에
반사신경이 길들여져 왔답니다.
대신에 떵그르릉 떵그르릉하는 4박자의 소리를 들어야만 비로소
짧은 순간이나마 안심을 하게 되지요.
어딘지 모르게 운치가 철철 넘쳐보이는 풍경...
그 풍경소리에는 5000년의 고단한 삶의 신음소리가 있습니다.
뗑그랑~~ 뗑그랑~~
20대에 참선수행을 한답시고 토요일밤을 세우던 몇 몇 절간들에서
참선에 열중할때 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풍경소리가 뚝~하고 끊길때는
소스라쳐 잠이 깨이는것은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속에는
뗑그라앙 뗑그라앙하는 4박자에만 반응하는 특별한 인자가 있나봅니다.
세수하고 정신을 차려서 가부좌틀고 앉았어도 뗑그랑~뗑그랑~소리에
금방 나른해지는것은 그런 증거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뗑그랑~ 뗑그랑~
오래된 된장처럼 삭혀온 우리들의 슬픔의 소리입니다.
슬픔도 너무 깊어지면 찬란해지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지리산에서 들었던 풍경소리에 넋이 나갔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