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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단상2004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6. 4. 23:44


    가을단상2004 
    2004-10-06 오후 5:59:15

     


    불과 1주일전만 해도 반팔와이셔츠 차림으로 현장을 다녔는데 지금은 긴팔에다가

    유니폼을 입어도 아침나절에는 날씨가 차가워졌다.

     

    가을~

    그래! 이제는 가을인 모양이다.

     

    이번주를 여는 월요일부터 출장길에 올랐다. 아직 포항에서의 일이 끝날려면

    이번주와 다음주의 일부분을 더 투입해야 할것이다.

     

    그러나보니 월요일 아침이면 포항으로 떠났다가 주말에 집으로 올라오니 임시적인

    주말부부가 되고 말았다.

     

    오늘은 내려오는 길에 들린 칠곡휴게소 화장실의 소변기위에 붙여놓은 조그만

    코팅용지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결백한자는 시간을 빼고는 적이 없다”

    외국사람의 말인데 우리말로하면 仁者無敵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절대로 굴복시킬수 없고 어떤 영웅호걸도 결국은 굴복하고만 것이

    바로 세월이라는 이름의 시간일것이다.

    이제는 사십도 중반을 지나서 오십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이에 이르고보니 이세상에서

    제일 빠른것이 시간이고 제일로 아까운 것 역시도 시간이다.

     

    가을~

    아까운 세월이 또 흘렀다는 것이다. 쉬임없이 시간이 가고 그 시간의 편린들이 모여서

    세월이라는 묶음으로 흐르지만 막상 체감하게 되는 것은 이렇게 계절이 변할때이다.

    가을은 그렇게 올해도 우리곁에 왔다.

     

    가을~

    가을은 늘 이렇게 온다.

     

    첫서리의 뉴스…

    왠지 목을 움츠리게 만드는 대관령의 첫서리에 관한 뉴스는 항상 가을의 첫머리에 온다.

     

     

     

    두배나 높아진 하늘…

    엄지손가락을 들어서 하늘에 가늠해보면 분명 어제보다 두배쯤은 높아보인다.

    여름의 퍼실한 구름들과는 달리 가을하늘에는 구름들도 알이 꽉 차있다.

     


     

     

    쓸쓸해진 가로등…

    여름의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 함박눈처럼 하룻살이들이 날아다닌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를 그곳에다 만들고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이 순간이 지나면 이세상과도 끝이기에 필사적으로 불빛에 모여들어서 나름대로의

    최후의 축제를 벌인다.

     

    그래서 여름밤의 가로등에는 활기가 있다.

    박카스가 아니어도 우루사가 아니어도 싱싱함이 늘 밤에 살아있다.

     

    가을의 가로등에는 그런 신명도 생명소진의 애절함도 난장의 흥겨움도 없다.

    흔해빠진 도시의 먹이들로 게을러진 비둘기 몇마리만 이 쓸쓸함을 지킬뿐이다.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여린 줄기에 피는 꽃이다.

    장미처럼 가시도 없고 국화처럼 줄기가 억세지도 않고 해바라기처럼 키도 크지않다.

     

    코스모스는 바람의 꽃이다.

    코스모스 무더기가 모여있는 무더기에 눈을 떼지말고 가만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오른쪽에서 부는 바람에 감응해서 왼쪽으로 눕는 놈도 있고 그반대의 살풋부는 바람에

    감응하는 놈도 있다.

     

    코스모스의 매력은 예민함에 있다.

    아무리 작은 미풍이라도 코스모스는 반응한다.

    그래서 한무더기의 코스모스 무리에는 반응하는 방향도 반응하는 정도도 모두 다르다.

     

    게다가 코스모스는 이국적이다.

    나는 그 이국적인 모습이 좋다.

     

    아! 살아가는 것에서 주의의 익숙한 풍경에 권태로워 졌다는 이야기인가.

     

     


     

    은행털이…

    역시나 가을에 볼수있는 풍경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경기가 안좋은가보다. 확실히 작년보다 은행을 줍는 사람이 많다.

    살기가 어렵다보니 길에 떨어지는 은행알 하나에도 애착이 가고 손이 가는가보다.

     

    아산시내에서 현충사로 가는 곡교천변 길에도 이제 하나둘 노란은행닢이 늘어간다.

    아마 며칠 있으면 장대를 들고 꺼먼 비닐봉지를 든 은행털이들이 보일것이다.

    은행털이들이 가을을 연다.

     

     

     

    억새…

    가을의 들판에서 제일 우아한 놈이다.

     

    단색의 옷을 입고 햇발에 반짝이는 은빛의 억새꽃은 가을들판의 신사다.

    예전에 보았던 로멘스그레이… 그 영화의 남자주인공 같은 놈이다.

     

    제 사촌인 갈대는 좀 추잡해보인다.

    퍽실한 외모에다가 훤칠한 큰 키의 갈대는 어쩐지 헤퍼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노래가사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축축하고 습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 사촌 갈대와는 다르게 억새는

    뽀송한 언덕이나 무덤가나 양지바른 곳에서 산다.

     

    역시 사는 곳이 달라야 뽄새도 다르다.

    폼생폼사…억새는 폼생폼사의 삶을 산다.

     

    명품을 둘러지는 않아도 억새의 삶은 럭셔리하다.

     

     

     


     

    단풍….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아싸~~~아싸~~

    이제 관광버스들이 고속도로를 위아래로 피칭을 하며 달릴 계절이다.

     

    단풍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다. 나뭇닢이야 오랫동안 가지에 매달려 있고싶을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한살이라도 일년이라도 더 살려고 안달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생물이던 무생물이던 3차원에 사는 이상은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뭇닢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수명을 다하고 한낮 먼지로 흙으로 분해되어 사라져

    가야하는 길에 잠깐 보여주는 슬픔의 빛깔이 단풍이다.

     

    단풍은 가을에 소리도 없이 선뜻온다.

    그리고는 우리들의 마음을 아리게 흔들고 간다.

     

     

     

    익음…

    사람이든 벼건 익어면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요즈음 세상을 살다보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흔치 않은 것을 보면 익은 사람이

    그만큼 보기가 힘들다.

    요즘 세상의 공기가 사람이 익기에는 아무래도 오염이 많이 되었나 보다.

     

    들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서 고개를 숙였다.

    세상의 공기에 둔감한것인지 아니면 수억년 묵언정진으로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인지..

     

     

     

    졸리움…

    가을은 봄처럼 사람을 졸립게 하기도 한다.

    아침에 뺨을 차갑게 했다가 오후에 달구어진 햇발에 몸이 노곤해진다.

    봄은 졸리운 고양이로다..가을은 더 졸리운 강아지로다.

    가을은 노곤함을 가지고 우리곁에 와 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 모레도

    겨울이 오기까지는 세상은 가을이다. 멋진 가을이다.

     

    사랑하기에 딱 좋은 그런 가을이다.

    아무나 잡고 입맞추고 싶은 가을이다.

     

    너무나 외로워 마음을 비운 그자리에 사랑을 채우기 좋은 그런 가을이다.

     

    사랑하자! 가을에는…

    하늘도 들도 코스모스도 억새도…보이는 모든것 느끼는 모두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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