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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6. 10. 19:19
목욕탕 군상 1
출장이다 뭐다 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그날의 피로를 푸는게 최고다.
그래서 출장지에서 유명한 목욕탕이며 온천등은 한번씩 가보게 된다.
사람이 자기 등의 때를 벗기지 못하게 인체의 구조가 이루어 진것을 보면
역시나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함을 알게한다.
예전에는 목욕탕의 풍경도 정이라는 게 있었다.
모르는 사람간이라도 서로의 때수건..이태리 타올이라고 하는 파랑색의
그 때수건을 들고 가서 "저~~ 등 밀어 드릴까요?" 이러면 된다.
받아들이는 상대방도 품앗이로 알고 쌍수를 들어서 환영을 한다.
요즈음 목욕탕에는 그런 따스함이 사라진지 오래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가던지 해야 서로의 등이라도 시원하게 밀수 있는데
딸뿐인 나는 언감생심..바랄수도 없는 일이다.
간혹 보면 덩치가 산만한 아들을 데리고 와서도 힘이 드는지 그냥 벨을 누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가는 것 같다.
『때를 밀어드립니다..벨을 눌러주세요』 이렇게 쓰여진 벨을 말이다.
일만이천원...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이 그려져 미소를 띠고 있는
일명 배춧닢사귀 한장하고 붉은 색 감도는 천원짜리 두장이면 "저기~ 등 밀어]
드릴..."하는 어색함에서 벗어나서 의기양양하게 노란색의 장판이 씌어진 침대에
누워있으면 될일이다.
나가시...일명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때밀이 한번하는데 요즘은
전국적인 시세가 일만이천원으로 통한다.
이건 무슨 관보에 공지가 되는 것도 아닌데 시골이나 대도시나 그 값이 같다는
것은 참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은 목욕탕도 고급이다.
헬스실..수면실...이발소...구두닦이..없는 게 없다.
한마디로 목욕탕에 가면 때빼고 광내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시골동네에 있는 목욕탕에는 그런 최신의 시설은 물론이고 때밀이도
없는 곳도 있게 마련이다.
포항에 출장을 가면 가끔 들리는 곳으로 구룡포 대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지도의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일명 호미곶이라는 곳이다.
이곳의 조그만 어촌에는 해수온천이 하나 있다.
목욕탕 탈의실 창문으로 동해의 시퍼런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덤으로 방파제의 빨간등대와 하얀등대..그리고 녹색의 등대도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면실도 이발소도 헬스실도 없는 곳이다.
70을 넘겼을 정도의 할아버지가 구두만 딱아주는 곳인데 이곳에는 주로 인근이나
멀리 외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그러니 때밀이가 있다고 한들 장사가 될리 만무하다.
며칠전 금요일 출장지에서의 피로도 풀겸해서 이곳에 들렀다.
저번에 못 보던 때밀이가 하나 새로 왔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말이다.
회색의 몸색깔을 가지고 사람의 배꼽쯤에 빙글 빙글 돌아가는 원판이 있고
그 원판을 때밀이 타올로 덧씌어 놓은 형상이다.
ON이라고 쓰여진 녹색의 스위치를 누르면 가운데 원판이 빙글 빙글~ 돌아가고
의자에 앉아서 등을 가져다 대면 윙윙~거리며 등의 때를 벗겨 낸다.
일견 이놈과는 참으로 편한 점도 있다.
"아~ 그좀 살살 문대요!" 이렇게 싱강이 할 필요도 없고
"사장님! 맨소레담 팍~ 발라서 마사지 좀 해드릴까요..삼만원이면 됩니다!"
이런 유혹을 받을 일도 없다.
그냥 세다 싶으면 슬그머니 상체를 앞으로 굽히면 그만이고 어깨쪽이 좀 뻐근하면
안마 삼아 그 쪽을 좀더 지긋이 힘을 주면 된다.
도꾸이....
이 말은 단골이라는 경상도 사투리인데 뭐 같은 곳을 두번 이상 가면 단골이 아닌가.
이 집에는 너댓번은 왔으니 확실하게 나는 이집의 도꾸이다라고 말해도 될터이다.
그러니 궁금한점은 물어볼 충분한 권리가 있다.
"어르신요~~ 저거는 와 가져 왔능교?"
"아이고~ 말도 마소..사람들이 요즘은 때밀이를 하도 차자사서 하나 사왔다 아닝교..
사람들이 서로 때밀어 주던 시대도 아이고...인심이 사납아서..."
"아이고 좋대이......아이구..시원타!!"
옥돌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왔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때밀이 기계를 애첩안듯이
끌어안고는 가슴쪽의 때를 밀고 있다.
"푸흣...."
갑자기 웃음이 실실거리며 다문 입가를 자꾸 삐져 나왔다.
대개는 앞쪽은 스스로 때를 벗기고 남의 손을 빌어야 할 등부분만을 기계에 의존하겠거니
하는 고정관념이 있었는가 보다.
역시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무었이다.
저렇게 앞으로도 밀수 있는 것을 왜 등만 미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옛날 "저~~ 등 밀어 드릴까요!" 하면 "아이구~ 그럽시다" 하던 그 시절의
사람냄새가 자꾸 그리워 진다.'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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