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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우리의 삶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6. 11. 12:20
소나무와 우리의 삶솔아~ 솔아~ 푸르런 솔아...
남산위의 저 소나무..철갑을 두른 듯...
모두 소나무를 대상으로 한 노랫말들이다.
우리나라 산야의 가장 대표적인 수종이 소나무이고 우리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또 한 소나무일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들은 태어나면서 부터 소나무와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을 매는데 소나무 가지도 금줄을 구성하는
여러가지들 중의 하나이다.
고대광실 아흔 아홉칸 기와집도 모든 뼈대가 소나무고 한칸짜리 초가의
뼈대 또 한 소나무로 지어진다.
같은 소나무 뼈대위에 天刑같은 신분과 빈부의 차이에 따라 기와가 얹히거나
초가로 엮여 얹히거나의 차이가 생길뿐이다.
"똥꼬가 찢어지게 가난하다." 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알고 쓰는 사람도 있으려니와 거개는 유래도 제대로 모르고 쓰기도 한다.
고개중에 제일 힘든 고개가 보릿고개라는 말과 같이 우리네에게는 보릿고개라는
특정한 기간이 있었다.
멀리 갈것도 없이 불과 몇십년전까지만 해도 엄연히 존재했던 시간들이다.
지금은 "보릿고개"라는 말자체가 박제된 말이 되었지만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듣는 말중의 하나 였을 것이다.
곡식을 수확하고 새로 심고 하는 동안에 비축된 얼마없는 식량이 바닥이 나서
다음 새로운 작물의 수확때까지 배고픈 시기를 일러 보릿고개라고 하는데
이 힘들고 고단한 보릿고개때는 먹을 수 있는 모든것들을 찾아 먹어야 한다.
쑥..냉이..씀바귀..
세계의 어느 나라도 먹지 않는 이런 것들을 우리들은 맛있게 먹는다.
그 이면에는 선조들의 배고픈 가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일것이다.
그뿐인가..산에 지천으로 널려진 고사리를 비롯한 온갖 산채들도 따지고 보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만들어낸 구황식품인 것이다.
수많은 구황식품중에서 송기도 있는데 애국가의 철갑처럼 둘런 겉껍질을 벗기면
붉으스레 야들한 속껍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얇게 저며 긁어낸 것을 송기라고 한다.
보리쌀 한줌과 냉이나 고사리등의 산채나 들나물을 넣고 푹~끓이면 한 식구 족히
먹을수 있을 만큼 양이 늘어난다.
양반님네들은 송기를 쌀과 섞어서 송기떡을 만들어 먹는데 향기가 좋데나 어쨋데나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그냥 삶일 뿐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양반님네 밥 한그릇 분량의 보리쌀로 예닐곱 식솔들이 먹을 수 있게
양을 늘리는 방편일 뿐이였다.
이 송기속에는 송진성분이 있다.
소나무속에 송진이 있다는 거 모를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송기도 소나무의
일부이니 당연히 송진성분이 그것도 다량으로 들어 있다 그 말이다.
송진은 시일이 지나거나 열을 지긋히 받으면서 수분이 증발되면 제법 딱딱해진다.
이놈이 목젖을 통해서 식도를 지나고 위장을 지나서 대장에 이르면 수분은 뺏기고
열도 적당히 받았으니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똥꼬에 이르면 변은 송진성분으로 인해서 딱딱해져서 힘이 있는 어른들은 끙~
하고 힘주면 똥꼬가 찢어질 일이고 아이들은 힘이 없으니 똥고를 까고 꼬챙이로
후벼서 배출을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힘든것을 왜 먹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 뭘 먹어?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똥꼬야 괴롭더라도 먹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양반이나 밥께나 먹고 사는 사람들이야 하얀 쌀밥으로 배를 불리니 섬유질 풍부한
쌀로 매끄럽게 똥을 잘 누니 똥고찢어질 일은 없다.
그래서 옛말에 똥꼬가 찢어지게 가난 하다는 말은 결국 소나무로 인한 것이다.
소나무 밑에는 송이라는 놈이 있다.
좋은 것은 1키로에 삼십만원쯤 한다고 하니 이쯤되면 그야말로 금덩이다.
어릴때 우리집에 세들어 살던 구포극장 간판쟁이 털보아저씨와 한동안 살던
아지매가 떠나면서 퍼붓던 욕..
"그 년은 xx에 금테둘렀더나~"라는 욕이 생각날만 하다.
송이가 그리 비싼데도 실제로 먹어보면 돈만한 값어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맛보다는 귀한걸 먹는다는 자랑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것인지도...
봄이다.
머지 않아서 바람에 불려온 송홧가루들이 공장 마당의 이곳 저곳에 노랗게
쌓일것이다.
옛날 대갓집에서는 손님이 오면 茶式을 내어 놓는데 이때 빠질수 없는 것이
송홧가루를 꿀과 섞어 만든 노란 다식일 것이다.
양반가의 격식의 바로미터였던 이것은 그만큼 송홧가루가 구하기 힘든 것이였기
때문이다.
송이와 송홧가루는 부루조아의 먹거리다.
상놈이나 머슴들은 힘들게 온 산야를 헤매면서 송이를 따고 송홧가루를 턴다.
그렇게 종일을 다녀 수확이나 좋으면 모르되 수확이 적으면 삥당을 했다는
누명을 쓰거나 아니면 밥을 굶거나 마님한테 뺨이라도 맞게 마련이다.
그래도 상것들은 냄새도 맡아볼 수 없으니 이건 틀림없이 부루조아의 먹거리다.
겨우 상것도 어지 먹을수 있는게 송편(松餠...한문으로는 송병이다.)이다.
추석이 되면 뒷산에 올라가 솔잎 훑어서 송편을 찌면 솔향이 그나마 고단한
육신에게 짧은 시간 박카스 역활을 해낸다.
얼마전에 효선이 미선이 때문에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졌었다.
지금은 촛불이지만 예전에는 관솔불을 밝혔다. 관솔불은 포도청 관청에도
밝혀졌지만 3.1운동의 대부분은 관솔을 밝히고 만세를 부르는 것으로 전국에 불을
당겼다. 관솔불은 동학농민전쟁의 비장함에도 한 몫을 했다.
관솔불은 민초들의 아픔을 그렇게 진하게 태워서 하늘로 날리는 일을 맡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누구를 잡고 물어도 자기는 안죽을 것처럼 이야기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이다.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닥칠 미래를 모르고 설령 안다고해도
애써 외면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죽으면 염을 한 후에 삼베로 새옷을 입혀서 관에 넣는다.
그 관은 대부분 송판이 재료다.
잘사는 놈..못사는 놈...잘난 놈..못난 놈..작은 놈..큰 놈..머리 좋은 놈..머리 나쁜 놈..
할것없이 소나무 관에 들어가는 순간은 똑같다.
다만 소나무관의 두께나 옻칠여부에 따라서 그 값이 달라질 뿐이다.
또 나중에 묻히게 될 땅이 몇평이냐가 달라질 뿐이니 얼마나 공평한가 말이다.
우리는...우리 한민족은 소나무의 축복속에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한조각을 타고 저승으로 간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소나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말이다.
오늘 뉴스에 잠깐보니 세계 4대 해전중의 하나로 한산대첩을 꼽고 있던데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술도 전술이지만 이 승리에 소나무가 단단히 한몫을
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흔하지 않은것 같다.
기록에 보면 우리 판옥선이나 거북선으로 왜놈배의 옆구리를 들이 받으면
백발백중으로 왜놈배는 깨어져 침몰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아열대기후에 가까워서 질기고 강한 소나무가 귀하다.
소나무가 있다고 해도 그 재질이 퍼석하다.
반면에 우리 소나무는 워낙이 단단한데다가 물을 먹으면 강도가 증가한다.
그러니 이길 수 밖에 없지를 않는가 말이다.
우리 민족을 지켜준 고마운 소나무 이기도 하다.
그러던 소나무를 앞으로 점점 보기 힘들어 진다고 한다.
세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할수 있는 무시 무시한 제선충때문이다.
솔수염하늘소라고 하는 놈이 이 제선충의 매개체인데 이놈의 애벌레가 소나무의
잎을 깍아 먹거나 육질을 갉아먹을때 제선충이 애벌레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어 우화를 하게되면 몸속에 무려 1만마리에 가까운
제선충을 넣고는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며 퍼트린다.
제선충에 감염이 되면 소나무는 잎이 누렇게 변하고 기둥도 바짝 말라버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다가 특별한 방제약도 없어서 소나무AIDS,혹은
소나무의 흑사병이라고도 불리워 진다.
이웃나라 일본(이놈들이 이웃인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지리적으로..)이나
대만에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제선충 박멸을 포기했고 소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나무를 식재한다고 하니 그 위세가 참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제선충은 이미 그 영역을 포항..청도..밀양..마산까지
마치 한국전쟁때 마지막 사수 라인처럼 퍼져서 이 지역의 소나무는 거의 베어져
태우거나 독한 약으로 제선충을 방제하는 중이다.
최근에 개통된 포항-대구간 고속도로변에서는 특히나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볼수
있는데 온 산이 제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베는 기계톱 소리와 태워없애는 매캐한
연기로 전장과 다름이 없음을 느끼게 한다.
포항라인이 뚫리면 바로 영덕..청송...봉화등의 우수종들이 다 모여있는 곳과 바로
연결이 되어 지금 산림청에서는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 중이란다.
두번째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아열대기후의 북상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는 100년정도가 지나면 38도선 이남에서는 소나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것이라고 한다.
소나무는 한대성 또는 온대성 기후에서 잘자란다.
그러니 아열대 기후가 되면 견디지 못할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기후에 적응한 새로운 수종이 나타나 주기를 바랄뿐이다.
세번째는 산불이다.
올해는 휴일로서의 마지막 식목일이다.
하기는 나무 심으라고 놀려주는 식목일에 나무는 커녕 조상무덤 돌보기나 하고
공자로 얻은 휴일이니 하고 놀러다니는데 여념이 없다.
물론 나도 이번 식목일에는 등산을 다녀왔다.
고성과 양양..그리고 가까운 수덕사가 있는 가야산에서 산불이 났다.
양양의 산불은 천년고찰 낙산사도 삼켜버리고 말았다.
소나무는 불이 조금만 스쳐도 대부분 그냥 고사해버린다.
참나무는 왠만한 불길이 스쳐도 얼마 지나면 새순이 돋고 살아난다.
소나무는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마치 이왕에 죽을것이면 화끈하게 자신을 불살라 버리려는듯 몸에서 휘발성의
액체를 내어 놓고 그로 인해서 순식간에 화르르~ 타버리고 만다.
일제때 일본놈들이 기름이 부족해지자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전부 베어서
기름을 만들어 항공유로 사용을 했다.
소나무가 내어 놓는 휘발성 물질은 질좋은 기름이다.
우리나라는 산불의 99퍼센트가 사람에 의해서 유발된다.
미국이나 아프리카등지에서는 나뭇닢끼리 부대껴서 자연발화가 되기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사람에 의해서 발화가 된다.
그중에서 절반이 담배불로 인해서라고 하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담배값을 지금보다 한 열배쯤으로 올려야 할 일이다.
우리가 삶을 의탁하고 있는 소나무다.
영원히 솔아~ 솔아~ 푸르런 솔아..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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