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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小考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6. 11. 12:32
진달래 小考
봄을 맞이한 산에는 진달래가 주인이다.
나는 진달래를 볼때마다 마치 메꽃과 나팔꽃을 생각하고는 한다.
메꽃이 수더분한 시골아낙의 느낌을 준다면 나팔꽃은 도시의 백여시같은
미시의 느낌이 나는데 진달래와 철쭉을 놓고 보면 서로가 비슷하게 생겼지만
진달래에게서는 막 가슴이 봉긋해지기 시작하는 산골처녀 같은 모습이 떠오르고
철쭉은 미니스커트로 화려하게 꾸민 도시의 새내기 아가씨를 느낀다.
진달래만큼 별칭이 많은 꽃도 드물것이다.
아주 옛 기록을 보면 산척촉, 산철쭉, 참꽃나무 등으로 불리워 졌다가 진달래, 두견화,
홍두견, 백두견, 영산홍, 백화두견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삼월삼진날은 대표적인 절기의 하나 이다.
그런데 옛 기록을 보면 이날만은 진달래꽃으로 만든 음식을 일반인도 먹도록 했다는
것으로 보아 보통때는 양반집에서만 먹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순수한 산골처녀 같은 느낌을 주는 진달래가 실제로는 양반가에서나 먹을수 있는
부루조아의 음식이였다는 것은 참 역설적이기도 하다.
진달래는 꽃잎을 따서 화전을 붙여먹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외에도 기름을
짜거나 탕으로 만들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진달래로 만든 음식들 중에서도 트기나 유명한 것은 꽃과 뿌리를 섞어서 빚은
두견주(杜鵑酒)일 것이다. 이 술은 약주로 취급이 되어서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두견주는 지금은 충청도의 서산부근의 면천이라는 동네의 특산품이 되었다.
면천은 고려 왕건의 오른팔이였던 복지겸,박술희장군등이 태어난 향리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곳의 진달래 군락은 근동에서 몰릴 정도로 소문이 나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산에 갔을때에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외형적으로 너무나 흡사하게 생겼기때문에다가 비슷한 시기에 피기도 한다.
그러니 이것은 진달래..이것은 철쭉..이렇게 구분하기가 쉽지를 않는 것이다.가장 먼저 진달래와 철쭉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꽃과 잎이 같이 피었느냐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서 잎이 나온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거나 꽃과 잎이 같이 핀다.
진달래의 이 특성은 꽃무릇으로 알려진 상사화와 같다.
잎이 나는 시기와 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나무에서 났지만
서로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진달래가 산골처녀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순수한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성한 잎이 없어도 분홍빛 그리움을 봉긋하게 피워낸다.
철쭉은 주변에 잎이 무성해야 비로소 마지못한척 꽃을 피워낸다.
조건이 맞아야 사랑을 시작하는 도시의 깍쟁이들 처럼 말이다.두번째는 꽃이 피는 시기를 보고 서로를 구분할수 있다.
오늘 옆지기와 더불어 비온뒤의 야트마한 산을 올랐는데 지금 산에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철쭉은 아직 중부권에서는 아주 따스한 곳에서나 몽우리를 맺을 뿐이다.
진달래는 보통 4월에 개화를 하고 철쭉은 5월에 개화를 한다.
세번째는 서식환경인데 진달래와 철쭉이 자라는 환경은 서로 판이하다.
진달래는 산의 볕이 잘 드는 양지가에서 자라고 철쭉은 산사면의 음지에서 자란다.
봄볕이 따스한 곳에서 피는 것은 대부분 진달래이고 음지에 꽃을 피워낸다면
틀림없이 철쭉일 것이다.
네번째로 꽃의 모양도 자세히 보면 서로 차이남을 알 수 있는데 진달래 꽃의 화관은
깔대기 모양으로 붉은 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겉에 털이 있다.
잎 표면에는 비늘이 있고 뒤편은 털이 없다.
반면에 철쭉은 연분홍색으로 꽃받침은 작은 꽃줄기와 함께 선모가 난다.
철쭉은 꽃은 위쪽에 적갈색의 반점이 있으며 열매는 타원형이다.
철쭉은 가지 끝에 작은 주걱모양으로 매끈하게 생긴 잎이 너댓장 돌려 나며
꽃빛깔이 아주 연한 분홍빛이어서 오히려 흰 빛깔에 가깝다.
우리가 길가의 화단에서 보는 철쭉은 대개가 개량종이거나 교배종이다.다섯째로 가장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잎의 모양이다.
진달래잎은 피침형이다. 다시말해서 좁고 길쭉하다.
반대로 철쭉은 잎이 진달래에 비해 끝트머리가 둥그스럼 하다.
진달래는 메꽃처럼 독성이 없다. 그래서 선조들은 단맛이 나는 진달래는 참꽃이라
했고 독성이 있어서 먹지 못하는 철쭉을 개꽃이라 블렀다.
진달래는 어릴적 가난한 추억속에 잠자고 있는 땟국물 흐르는 얼굴이다.
진달래는 삼십리를 걸어서 학교로 오던 단발머리...이름을 잊은 그녀다.
펑퍼짐한 얼굴에 지난 겨울 바람에 얼굴도 손도 트버려서 거칠고 까만고무신을
신고 때묻은 보자기를 메고 다니던 그녀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그녀는 진달래를 닮았다.'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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