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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산다는게~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6. 11. 13:29


    사람 산다는게~

     

     

     

    둥둥 두두둥~ 챙..챙...둥둥~~
    하모니카 소리에 맞추어 징이 박힌 신발이 바닥에 음률있게 부딪치며
    따다닥~~ 딱..딱....소리를 낸다.


    꾸얼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옆사람의 목에서 들린다.
    등에 북을 메고 엉덩이에 드럼같은 황동판을 달고 발걸음마다 챙챙~
    소리를 낸다.
    마이크와 하모니카를 한손으로 쥐고 "나의 살던 고향~"이 연주되면서
    남은 한손으로 허벅지의 손잡이를 당기거나 밀면 둥둥~~ 두두둥...
    등에 업힌 북이 운다.


    세월간다고 서럽게 운다.


    빤질하게 딱아 광을 낸 악사의 구두는 서로 부딪다가 바닥을 구르다가
    할때마다 따닥~~ 딱..딱..따다닥...탭댄스의 음률을 만든다.


    아련한 추억이 떠 오른다.
    내가 어릴시절을 살던 구포는 닷새마다 장이 섰다.
    몸보신에 좋다는 까만 염소도 허릿병에 특효라는 고양이 고기도 귀한
    말고기도 먹음직스런 내음을 풍기는 고래고기도....
    그렇게 없는 게 없는 구포장은 5일마다 돌아와서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래도 5일장의 백미는 약장수다.
    "춘향전"과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등이 단골 메뉴였던 국극단은 적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두어달씩 머물렀고 동춘스커스는 장날과는 상관없이
    일년에 한두어번 찾아 왔다.


    그러나 딱 장날만 찾아오는 구경거리가 약장수였다.
    둥둥 두두둥~ 챙..챙...둥둥~~ 따다닥~~ 딱..딱.... 멋지고 현란한 일막..
    그 일막의 뒤에 짐깐의 쉬는 시간에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관중앞에 선다.
    "자~ 이 약으로 말할것 같으면 기운이 허한분..늘 불알밑이 축축한분..."
    이렇게 약을 팔고는 했지.


    나는 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현란한 옷차림에 혼자서 몇개의 소리와
    구슬픈 하모니카 소리에 더욱 마음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날마다 찾아 오는 이 악사를 보러 장날만 되면 구포장에서 하루를 살았다.
    "애들은 가라~".."애들은 가라~" 핀잔과 밀침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코앞에서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있으면 싱긋 웃어주던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글거리며 흘러 내리곤 했다.


    안성장...
    안성장에서 나는 아련한 옛추억속의 그 악사를 만난 것이다.
    비록 그때 그 시절 구포장의 악사는 아니였다 할지라도 내 추억 창고의 몽타주와
    너무 닮아 있기로 그냥 그 악사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르신~ 올해 연세가..."
    "연세랄께 무에 있겠소..올해 칠십여섯이오..우리 나이로~"


    우리 나이 남의 나이 구별되어 있는건 아니지만 공식적인 나이는 남의 나이인게
    우리나라와 같은 약소한 나라사람들의 슬픔이다.
    나이를 따짐에 있어서 한살이 크다면 큰 게 우리네 풍습이니 항상 서로 만나서
    상견례를 할 때는 나이만은 우리나이라는 것을 먼저 따지게 된다.


    "힘드실 텐데~~"
    "힘들지요...예전에는 두어시간도 했는데 지금은 겨우 20분~"
    "오래 하셨지요?"
    "내 인생의 전부를 바쳤다오...올해로 61년 했소..열 다섯에 장날 구경 갔다가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그때부터 따라 댕겼지..약도 팔고...양말도 빨고..."
    "이제 쉬시지 아직도~~"
    "숨 떨어지면 영원히 쉬는 건데...벌써 쉴 수가 있나..."
    "그때는 광대라꼬 사람들이 많이 놀맀을 낀데~~"
    "그랬지...그래도 내가 좋아서....따지면 사람 사는게 모두 광대노름인데~~"


    울림이 있었다.
    맞아..사람 사는거 그게 광대 노름인게야.
    태어나 어버버..아버버..말을 배우고 내뱉는 것도 부모의 사랑을 이끌어 내기위한
    광대놀음 인게고 너만을 사랑한다 어쩐다 하는 것도 어쩌면 연극일게야.


    "그랬지...그래도 내가 좋아서....따지면 사람 사는게 모두 광대노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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