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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축지법 연마기(縮地法硏摩記)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10. 24. 14:57


    나의 축지법 연마기(縮地法硏摩記)

     


    어떤일에 모든것을 잊고 빠져 본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할 만한 어떤 일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3학년때였으니 이미 33년전의 일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나의 아킬레스 건의 하나인 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만 되겠다. 내일 모래가 50이 되는 나이인데 164.5 센티미터의 키는 작다고는
    할 수 없고 작은편에서 중간쯤에 해당되는 굳이 표현 하자면 작은축에 든다고 할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손수건 가슴에 달고 입학한 이후 고등학교 졸업때에
    이르는 동안 교탁으로부터 뒤쪽으로 3줄이상 가보지를 못했다.


    왜 키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면 요즘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창 자라야할 나이인 중학교
    3학년의 1년동안 스스로 키가 크는 것을 막은 것이 아닌가 후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1년동안을 모래주머니나 아니면 납주머니를 정강이에 차고 학교를 다니기도 하고 논에
    나가 일을 할때도 차고 다니기도 했으니 커야할 키가 그때 멈추어 버린것이 아닌가 싶어
    적잖이 후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왜 그랬던고 하면 바로 "축지법" 때문이였다.


    2학년 겨울방학때 우연히 접하게 된 무협지는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후 1년여 동안 약 500권이 넘는 무협지를 밤이나 낮이나 탐독했는데 대부분 2번이상
    읽었으니 따지면 1,000권이 넘는 무협지를 읽은 셈이다.


    이 무협지들이야 말로 '男兒須讀五車書'라는 거창한 목표에 도달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해주었던 고마운 장르였고 철사장(鐵沙掌)을 연마한다고 바께스에 모래를 가득 담아
    손끝에 힘을 모아 찌르다가 손가락 골절을 해서 병원에 돈을 보태기도 했고 무협지마다
    등장하는 최고의 공력인 불영신공(佛影神功)을 닦는다고 뒷산 바위에 몇 시간씩 앉아서
    기라는 것을 모아보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만 했다.


    며칠을 생각해 보니 짧은 다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역시 '축지법'이 최고로 생각
    되어졌고 그 이후로 모래주머니를 정강이에 차고 일부러 몇 정거장을 걷기도 하고 나중엔
    무게를 늘리고자 납주머니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


    물론 이런 행각은 오래지 않아 고등학교에 들어 가면서 서너가지 부작용만 남기고 끝이
    났고, 그 부작용이란 한창 키가 자라야 할 나이에 육신을 너무 옭은 것이며 (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 아버지도 그리 키가 크지 않다. 형제들도...), 정강이에 시퍼렇게 든 멍,
    모래주머니에 시달려 정강이 부분에 없어진 다리털 등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빨라진 걸음걸이였다. 총각 시절에 여자와 데이트를 하면 걸음 맞추기가 여간 힘드는게
    아니였던 것이다. 와이프와의 결혼전 데이트에서도 엄청난 핀잔을 들어야 했다.


    "남자가 보조도 좀 맞추고 해야지~" 라거나 "무슨 바쁜일이라도 있냐?"는 등의 핀잔이
    많았는데 걷다보면 점점 빨라지는 걸음이 도통 통제가 안되는 것이였다.


    철사장이야 무인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니 필요없게 되었고 불영신공(佛影神功)도 이제는
    마음의 깨달음보다 더 큰 공력이 없다는 것을 아는 바이니 소용이 없어 졌다. 그리고 멀리서
    은밀히 말을 전하는 풍신전음(風信傳音)도 최신의 휴대폰이 있으니 부럽지 않게 되었다.
    젊은날 나를 괴롭히던 축지법 수련의 부작용도 세월이 가면서 몸에서 흔적이 희미해졌다.


    뜬금 없다. 갑자기 왠 무협지며 축지법은 웬말인가 말이다. 사실 요즈음의 세태도 무협지의
    흑도사문과 백도사문들 처럼 극명한 두가지 정치세력들이 세상을 난도질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닌데 둘째의 공부를 위해 받아보는 종이신문에 나온 광고 한장이 옛 추억을 자극했다.

     

     

     

    역시 세상은 넓다. 강호(江湖)에는 별의별 기인이 많다고 하더니 마침내 우리 海東武林에도
    축지법에 더 보태 비행법까지 통달한 기인이 탄생하였나 보다. 아~ 역시 나는 그릇이 작다.


    사람일이란 앞일을 모르는 법이다. 어느 날 '縮地硏經' 같은 비서(秘書)를 얻게 될지...

    그렇게만 된다면 KTX 요금도 비싼 이때 번역 잘 해서 5,000부만 찍어 뿌리면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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