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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아주 깊은 블루... 청사진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6. 25. 18:41


    깊은 아주 깊은 블루... 청사진

     

     


    청사진...靑寫眞...BLUEPRINT..


    "뉴타운, 청사진은 나왔지만..."
    "부시, 새로운 이라크 청사진 제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청사진 마련..."
    "~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대안도시 건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언제부터 청사진이 인간의 미래에 대한 설계도로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쨋던 사람들은 미래의 계획을 청사진이라 부르게 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언제부터 였는지 확실 하지는 않지만 푸른 하늘색이다.
    그것도 그냥 푸른이 아닌 아주 깊은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른 하늘색을 좋아한다.
    내가 처음으로 청사진을 만났던 날의 그 좋은 기분을 35년도 넘게 흘러간 세월임에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좋아하는 색깔이 조금 변하긴 했다. 나이를 먹은 탓인지 마흔을 넘어서 오십이
    되어버린 지금은 이상하게 보라색이나 붉은 색이 좋다.


    집안의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공고를 가기는 했지만 과연 내가 잘 한걸까? 라는
    의아심이 교련복의 얼룩무늬처럼 마음의 반점으로 남아 있을 때였는데 그날 처음 본
    짙은 블루빛에 반해서 "아! 이곳에 잘 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청사진은 철(Ⅲ)염의 감광성을 이용하는 사진법의 하나이다.
    일명 시아노타이프(cyanotype)라고도 한다. 1842년 영국의 F.W. 허셜이 발명하였다고
    기계제도책에 나와 있었다. 복사방법으로는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비용이 싸고 간단하여
    토목·건축·기계 등의 도면 복사에 많이 쓰여 왔다.
    감광재료로는 제 2 철염과 페리시안화칼륨이 쓰인다.
    빛에 노출시키면 제 2 철염이 제 1 철염으로 변화하고 페리시안화칼륨과 결합하여
    페리시안제 1 철염이 된다. 이것이 턴불 블루(Turnbull's blue)로 발색한다.


    복사 방법으로는 트레이싱 페이퍼의 원그림을 감광지 위에 놓고 아크등(燈)이나
    고압수은등 따위로 빛을 쏘인다. 페리시안제 1 철은 수용성이 아니므로 물로 씻으면
    빛에 노출되지 않은 부분이 녹아서 푸른 바탕 속에 흰 선으로, 즉 음화(陰畵)로 나타난다.
    이것을 건조시키면 청사진이 된다.


    나는 이 푸른빛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그래서 알아 낸 방법이 부산에서 제일 큰 시장인 국제시장의 화공약품상으로 제2철염과
    페리시안화칼륨을 구하러 다녔다.
    페리시안화칼륨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화공약품 가게 주인 아저씨가 사정을 듣더니
    대체 약품과 배합 비율까지 알려주었다.


    제도용으로 사용하던 켄트지에 만들어진 감광약을 붓으로 발랐다.
    A4 사이즈 몇 장을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만들어서 말리고 두터운 책위에 놓고 그 위에
    트레이싱지에 먹물로 그려진 도면을 놓고 유리판을 놓은 후에 양쪽을 잘 잡고 햇볕에
    노출을 시킨다.


    하나..둘...셋...스물일곱..스물여덟...스물아홉...서른!
    후다닥~~ 다시 어두운 곳으로 뛰어 들어와서 감광지를 물에 담가 살랑~살랑~
    흔들면.....
    "이런~ 제길...실패다! 이번에는 1분으로 해볼까?"
    "윽~~ 너무 오래 있었나 보다..."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내 손으로 만든 감광지로 청사진의 그 푸르고 깊은 색을 만들었
    을 때의 그 기쁨은 하늘을 나를것 같았다.


    친구들은 늘 그 고생을 왜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건식의 암모니아 가스로 감광을
    하던 청사진이 보편화되고 있던 때에 나는 책에 나와 있는 설명을 보고 물에 씻어내는
    그것을 만들려 무진 애를 썼다.


    새로 나온 건식의 청사진은 파란 바탕에 선이나 글씨들이 하얀색이 아니라 그 반대로
    바탕은 연한 블루에 글씨나 그림은 진한 블루였기 때문에 그다지 멋이 없어 보였고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버린 그 푸른색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아!"
    "으헉~"
    "야..너 이거 때문에 그랬구나?"
    사진관에서 떼를 써서 절대 주지 않는다는 반명함판 사진 원판을 겨우 얻어서 자작한

    감광지로 멋진 깊은 블루빛의 사진을 만들어 갔을 때 친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아직도 나는 아주 깊은 푸른빛을 좋아한다.

     

    <시와비평> 두레문학 제7호 2007년 하반기호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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