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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움과 애절함의 꽃, 해당화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5. 15. 15:46

     

     

     

    해당화

     


    아직도 아니 왔나요?
    당신이 기다리는 그분
    작년에도 아니와서
    올해도 여전히 기다리는 군요.


    그분은 바다로 오시나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계시네요.


    그분은 소식을 파도에 실어 전하시나요?
    처얼썩~ 처얼썩~
    파도소리 들릴때마다 흔들리네요.


    아직도 그분을 못잊어시나요?
    어젯밤 등대불 지날때마다
    눈물 애절히 흐르고 흘러서
    잎사귀에 주름을 지워놓았군요.


    노랗게 화농하는 그리움 가슴에 안고
    오늘도 바다 저 너머로 발돋움 해보는
    아! 진저리 나게 선홍빛인 해당화.


                          (2006년 5월 12일)

     

     

     

    "뻥이요~~~~"


    닷새마다 열리는 장날에는 항상 펑튀기 장수의 "뻥이요~~"라는 걸걸한 외침뒤에
    펑~ 하는 굉음이 뒤를 따랐고 커다란 자루에는 원래의 몸보다 열배,백배 커져버린
    쌀..옥수수등이 고소한 내음을 풍기며 들어 앉았다.


    5월은 펑튀기 장수의 걸걸한 외침과 같다.
    5월에는 세상의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다투어 피기 때문이다. 수많은 5월의 꽃들
    중에서도 바닷가를 여행하다 자주 만나게 되는 꽃이 해당화이다.


    나는 고향이 부산이다. 그러나 막상 바다를 처음 본것은 중학교 2학년 즈음의 일이다.
    말이 부산이지 오히려 내륙에 더 가까웠던 구포가 고향인 셈이다. 자라면서 낙동강의
    하구인 구포부근이 세상에서 제일 넓고 깊은 물인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해당화를 처음으로 본게 마흔무렵이였다. 몇년전인 여름에 가족여행으로
    강릉을 갔을 경포대부근에 있는 초당두부집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가다가 바닷가
    국도에 피어있는 선홍빛 해당화를 보게되었는데 얼마나 강렬하게 느낌이 왔던지
    한동안 뇌리에 남아있었던 꽃이기도 하다.


    물론 그 전에 사진으로 몇번 보았던 적도 있었고 노래가사로도 알고 있는 꽃이였다.
    그 동안 알고 있었던 해당화는 늘 슬픔이였다. 가령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노래을 익히 알고 있지 않는가?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따라 찾아 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구름도 쫓겨가는
    섬 마을 ... '
    이런 노래 말이다. 이런 노랫말에서 해당화는 늘 쓸쓸하고 고독하며 외로운
    섬마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각인이 되어 버렸다.


    또 한사람의 노래도 있는데 김두수라는 뮤지션의 해당화라는 노래다.


    '이내 속이나 풀어볼까 시원한 약수 한사발에 해당화야 너도 목이나 축이렴,너는 그리
    피어 피어, 누구될려고 피어 피어,천상천에 님이 있어,어서지려고 피어...'
    노래의 가운데 부분인데 이 가수의 노래가 대부분 구슬픈 탓도 있겠지만 이 노래도
    해당화는 슬픈것..애절한것..아픔이 배어 나오는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또 있다. 만해 한용운의 시(詩)에도 있다. "해당화 필적에 돌아오신다는 님은 아직~"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비슷한 싯귀인데 여기서도 해당화는 기다림의 대변자요
    떠나가서 다시 오지 않는 님에 대한 야속함에 대한 섭섭함이 배어 있는 꽃으로 남는다.


    그러나 경포대에서의 첫 만남이후 나는 해당화를 완전히 달리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이렇게 색깔도 좋은 해당화를 그렇게 인식하게 된것일까
    선연한 분홍빛의 색깔이 주는 느낌도 화려할뿐 아니라 항상 바다의 푸르름과 대비가
    되어서 좋고 백사장이 배경이 되어도 아름다운 꽃이다.


    최근에 알았는데 해당화는 꽃도 줄기도 뿌리도 그리고 열매도 식용으로 약용으로
    소용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유용한 꽃인가 말이다.

     

     


    향기가 비슷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해당화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낙엽 활엽관목이라고 한다. 원예를 전공하지 않아서 활엽관목이 전확한 분류법을
    모르지만 여튼 장미와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은 알겠다.

     
    해당화의 영문표기가 (Rosa rugosa)이니 더욱 확실하게 장미의 사촌인듯 하다.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산이라도 바다와 가까운 산기슭에 자라고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하는데 막상 관상용으로 심은것을 본적은 별로 없다. 키는 일반 나무들보다 낮은 편이고
    제 사촌인 장미보다 낮아서 1.5m에 정도이다. 뿌리 하나에서 많은 줄기가 나와 큰 군집을
    형성하여 무더기로 자란다. 줄기에는 가시들이 많은데 갈색의 커다란 가시, 가시털[刺毛],
    융털(부드러운 털) 등이 많이 나 있고, 곁가지가 많이 자란다.


    꽃은 주로 5~8월경 피는데 하나의 줄기끝에 1개 또는 2~3개가 선명한 분홍빛으로 피는데
    장미의 사촌답게 향기가 아주 진하다. 그리고 흰색도 있다고 하는데 한번도 보지는 못했다.
    꽃부리[花冠]은 아기들 손만하고 꽃잎은 5장으로 끝이 오목하다. 수술은 매우 많다.


    꽃에 방향성 정유가 많아 향수의 원료가 쓰이기도 하고, 열매의 육질부를 비타민C의 함량이
    아주 높아서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뿌리는 염료의 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시인묵객으로 부터 글과 그림의 소재로 해당화가 인기가 있었다.
    시성으로 불리는 두보는 단 한번도 해당화로 글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데 모친의
    당호가 해당부인이였다고 한다.


    또 하나는 해당화에 수화(睡花)라는 별명이 있다. 즉 잠자는 꽃이라는 뜻인데 이 이야기는
    당나라때 현종이 어느날 심향정이라는 정자에 올라 마침 흐드러진 봄꽃을 보고 노닐다가
    양귀비를 불렀다.
    마침 양귀비는 술에 취하여 ..어쩌면 안록산과 딴짓을 했는지도...오수를 즐기고 있다가
    간신히 시녀의 부축을 받고 황제 앞으로 나아갔다.


    뽀얀 피부로 소문난 양귀비의 뺨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넋을 읽고 바라보던
    현종이 양귀비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직 잠에 취해 있는가?"


    양귀비는 마침 피어있던 해당화를 가르키면서 이렇게 대답을 했다.
    "해당의 잠이 아직 덜 깨었나이다"


    황제는 양귀비의 재치있는 답변에 흥겨워 했다고 한다. 쪼다황제의 전형~
    암튼 이때부터 해당화에는 "잠자는 꽃" 이라는 즉 수화(睡花)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사진은 2006년 5월 12일 7호국도로 울진까지 가는 동안 영덕에서 만난 해당화들입니다.

     

    영덕에서 울진 경계까지 길가에 죽 심겨있는 해당화들이 꽃을 피운 모습..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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