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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박의 꿈..
    유년의 기억 2006. 4. 30. 14:27


    [키워드-땅 따먹기]
    대박의 꿈.. 
    2004-02-24 오전 11:15:13

     


    갑자기 키워드가 전통놀이쪽으로 모아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원래 키워드는 무작위 단어가 제일 흥미도 있고 기다리는 사람도 재미있는
    법인데 어제와 오늘이 연관성을 지닌다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아하~
    내일은...하고 기대감을 반감시키는게 사실이지요.

                       

     

     

     

    땅따먹기 키워드에 웬 칠성사이다 광고냐고요...
    다 그럴 이유가 있답니다.


    사실 우리 전래놀이 중에서 잘 살펴서보면  땅을 소재로 한 놀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민족이 유목을 버리고 농경민족으로 변화되면서 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우리 삶의 터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농경사회에서 농민들에게 땅은 곧 생산을 상징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더 넓은 땅은 더 많은 곡식과 풍요를 의미하는 동시에 다른 부족이나 집단과의 전쟁을
    통해 더 넓은 땅을 얻는데 동력이 되는 것이었으니 엄청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요.


    그러나 우리네 민초들에게 농토는 언감생심...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했지요.
    나라로부터 봉토를 받는 양반들에게 땅은 집중이 되었고 농민의 농토는 아주 적거나
    아예 없었다고 보는게 합당할테지요.
    농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허리가 휘게 일하지만 수확물을 챙기는 것은 지주나
    양반토호들이 였지요.
    그들이 나의 땅 또는 보다 넓은 땅을 원하고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땅따먹기 놀이는 그러한 민초들의 꿈과 희망들이 은연중에 반영된 놀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을 서당에 보낼 수 없었고 보낼 자격조차 주어지지 못했던 사회체제아래서
    자연발생적으로 교육차원의 놀이들이 발전하게 마련인데 그 중의 하나가 이 놀이입니다.
    아이들은 이 땅따먹기놀이를 하면서 흙에 친숙해지고 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지요.


    그러면서 땅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게 만드는 놀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못이룬 땅에 대한 소망을 자식에게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서 훈육할 수 있게
    만든 깊은 뜻을 가진 놀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가늠케 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의 바람과 욕구가 자칫 사회를 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이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던
    땅따먹기 놀이. 민초들의 한과 소망의 간절함, 건강한 정신이 깃든 놀이라 할 수 있지요.


    너무나 서두가 길어져 버렸군요.


    딱지치기도 지겹고 구슬치기도 자치기도 지겨워지면 땅따먹기를 합니다.
    힘들 게 따놓은 딱지를 댓장씩 걸거나 구슬을 10여개씩 걸고 벌이는 땅따먹기는
    어쩌면 지금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대박놀음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봅니다.
    딱지든 구슬치기든 이기면 한 장씩이나 한 개씩 낱개로 취득의 기쁨을 맛보는데 반해
    땅따먹기는 왕창건다는 것이지요.


    왕창 잃었을 때의 허전함도 있겠지만 왕창 땃을 때의 기쁨 또한 대단하였지요.
    대박의 꿈...땅따먹기 놀이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자주라기 보다는 다른놀이에 비하여
    빈도수가 적었던 것은 이런 연유이겠지요.


    땅따먹기도 야외의 놀이었던 만큼 날씨는 좋아야 하지요.
    날씨 좋은 날 우리는 운동장에 모여서 가로, 세로 다섯걸음(3m정도 될라나)의 정사각형을
    그리지요. 경계가 잘지워지는 모래땅을 피해서 맨 흙땅에다가 그리는 것이지요.


    그 다음에는 바로 위의 광고에 나와있는 칠성사이다 뚜껑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놈이 말인 동시에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동전만한 크기의 납작한 돌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거리를 잘못 가늠해서 튕기다보면
    손가락이 아프기도 하고 무었보다 조정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이다 병뚜껑은 땅따먹기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중요한 물건이었지요.


    각자 말이 준비되었으면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서 가장자리에 한 뼘을 반지름으로 하는 반원을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정하는 것이지요.


    다음에는 사각형의 바깥에 별도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티운다고 표현하는 딱지나 구슬을
    정해진 갯수에 맞추어 추렴을 하지요.


    "10개로 하자".."너무 만타..5개만 하자".."좋다!"
    순식간에 전장터옆에는 전리품들이 수북하게 쌓입니다.
    걸린게 크다보니 운동장에는 일순 긴장이 감돌고 아이들은 이 큰판의 승자를 지켜보기
    위해 약장수판에 사람들 꼬이듯이 우~모여서 구경에 열중하지요.


    차례대로 하는데 말을 자기 집에서 손가락으로 세 번 튕겨 다시 자기 집으로 들어오면
    그 삼각의 공간은 자신의 집이 됩니다.
    "아~~~하!!"..."에이~~~씨!!"..."아이쿠~~~"
    게임에 열중인 본인들보다 구경꾼의 탄성과 아쉬운 함성이 더 크게 들립니다.
    "아후~~ 야,,이 문딩아..그게서 힘껏 치뿌믄 우짜노.."
    조금씩 다른 친밀도이거나 동네가 같거나..등등의 이유로 구경꾼도 각자 응원하는
    싸움군이 생기게 마련인데 세 번째를 잘못쳐서 죽게되면 탄성이 절로나오게 됩니다.


    날카로운 나무막대기로 그어놓은 금에 말이 닿거나 세 번만에 자기 집에 들어오지
    못하면 죽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남의 땅에 들어가도 죽게 되는데 어떤때는 말이 묘하게
    금에 걸린 듯도 아닌 듯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땐 주변의 구경군들이 심판관이 되기도 합니다.


    지역마다 좀 다르기도 하는데 우리동네에서는 일단 세 번만에 자기 땅에 말이 들어와
    땅이 넓어지면 덤으로 이웃의 모서리에 한 뼘으로 땅을 이어 자기 땅을 넓힐 수 있는 권리
    를 부여하였는데 이것은 놀이을 놀기전에 미리 규약을 합니다.


    더 이상 땅이 없으면 그 때까지 땅을 비교해서 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자연적으로 발생을 하였지만 스스로 규약을 정하고 많은 물건을 걸고서도 졌을때도
    깨끗이 승복할줄 알고 승자는 가끔씩 경편이라고 많이 읽은 친구에게 조금 베풀기도
    하는 그런 놀이를 통해 사회를 익히고 배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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