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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생각한다.時流評說 2006. 4. 30. 14:22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생각한다.
2004-02-23 오후 4:20:20
태극기 휘날리며가 또하나의 기록을 차례차례 갱신해나가며 한국영화의
금자탑을 세워가고 있다.
그 힘은 단순히 우리나라 최고의 제작비라기보다는 우리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동류의 아픔..전쟁을 겪었고 이산가족 상봉의 감동을 경험하면서 뼛속깊이
침적된 어던 아픔을 자극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한발자욱도 못가서 전쟁..이산..이런 고통을 품고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픔의 공감대가 태극기휘날리며라는 추상적제목의 이영화를 성공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꾸어 말하면 감독은 이런류의 아픔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그 아픔을 자극하고
있으니 차라리 영리하다고 할 것이다.나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며칠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꾸만 외삼촌의 검지가
생각이 났다.
외삼촌은 검지가 짤려나가고 없다. 손가락이 짤리는 광경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몇 번 보았었다. 한번은 모제과공장의 공무과에 근무할 때 같이 감속기를 수리하던
동료가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을 때 선혈이 낭자해진 뭉툭해진 검지를 보았고
더 어릴적에는 논에서 모를심던 동네 아줌마의 손이 자라에 물려서 잘리면서
누런 흙물위로 빨간 선혈을 보았었다.
그런데 외삼촌은 작두에 손가락을 올리고 자신의 왼손으로 작두를 눌러 오른손
검지를 짤라 버렸다는 것이다.
어릴쩍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태극기휘날리며를 보고나서 그 손가락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
외가는 밀양이다. 물론 밀양읍이 아니고 밀양에서 창녕쪽으로 한참을 가야하는
산골이다. 대대로 밀양에 터를 잡고 살아온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인 터라서
일가붙이들이 모두 고만 고만한 동네에 붙어 살고 있었다.
방학때 외가를 가면 꼬박 사흘은 이삼십리 길을 걸어서 인사를 다녀야할 정도였다.
그런 시골인데 농사가 최고의 직업일 수밖에 없었던 터에 외삼촌은 군대징집을
피해서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다.
외삼촌 위로는 누나 한분과 형님이 둘이 계셨다고 한다.
이태전에 98세로 세상을 버린 외할머니는 일찍 시집이란걸 가셔서 첫딸을 낳았다.
일제말기 살기힘든 이곳보다는 났겠다 싶어서 만주에서 자리잡은 집안의 사위를
맞아 만주로 시집을 보냈는데 해방을 맞이한 그해에 동네이장을 했다는 이유로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잿간에 재를 뒤집어쓰고 숨어 있다가 죽창으로 잃었다고 한다.
형님 두분..그러니까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외삼촌들인데 여름날 논네 피뽐으러
나갔다가 모병차에 실려가면서 이웃논에 일하고 있던 동네사람에게 호미만 두자루
달랑 남겨두고 떠난후 연금으로 되돌아 오셨다.
그러고도 몇 개월후 다시 외삼촌에게 떨어진 징집령...
장가도 못간 두형을 전장터로 떠나보내고 이제 하나 남은 자기마저 떠나버리면
그 밑으로 줄줄히 딸밖에 없는 집안도 문제고 이제 대가 끊길 판이니...
그래서 외삼촌은 열여덟의 많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 작두에 손가락을 끊었단다.
얼마전에 모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태극기휘날리며에서 나오는 강제모병은
잘못되었다고 하며 그것을 용공으로까지 연결시키던데 그가 과연 얼마나 그당시의
현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장비의 열세도 열세이지만 군인의 수효가 턱없이 부족하였던 당시의 정부가 할 일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병을 해서 숫자를 채웠을까?
이미 두 아들이나 전쟁터에 가서 전사와 실종통고를 받은 자리에서 하나 남은 아들에게
마저도 징집을 통보했던 당시의 국방부가 강제라는 방법이 없이는 죽음의 길이 너무나
빤한 그길을 자발적으로 인도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일이다.
그 인간의 나이를 몰라서 이 자리에서 언급할 수 없거니와 정신상태마저도 의심이
가는 정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전에 극장을 나오는 할머니들을 인터뷰한 프로를 보았는데 "똑같애..전쟁을
겪은는데 그때랑 독 같애.."라고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영화라는 것으로 치부해 버릴 일이 아니다.
이제 이나라를 이끌어가는 주력세대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 급격하게 대치되어
갈 것이다.
이런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대리체험하고 아직도 엄연히 이나라의
치부에 남아있는 아픔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 나가야 할것이다.
나라에서는 전쟁유해발굴 사업에 좀더 많은 투자와 지원과 열의를 아끼지 말아야하고
국방부는 특별한 타크포스팀을 만들어서 하나둘 탈북하고 있는 국군포로들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우리나라로 데려오는데 주력을 해야한다.
구더기같이 정권이 빌붙어사는 국방부가 아니고 숨기는 것이 능사인줄 아는데서
과감히 벗어나서 전쟁의 상흔을 치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時流評說'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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