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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뭇한 침실의 아침(티볼리라디오)
    이런저런 이야기 2006. 4. 25. 19:51

    흐뭇한 침실의 아침 (티볼리 라디오) 


    2004-01-08 오전 10:24:00

     

     


    작년..그러니까 조금 유식한 말로는 구랍이라고 하지요.
    암튼지간에 작년.12월23일 블로그에 올린 글처럼 구린디히 진공관 라디오와
    티볼리라디오를 두고 갈등에 빠진적이 있었지요.


    이사를 한후에 인권이라이프~ 인순이라이프로 귀에 익은 스카이라이프만
    연결을 해둔터인데 이게 지상파의 MBC와 SBS가 아직 서비스가 안돼다보니
    아이들의 성화가 대단합니다.
    할 수 없어서 다시 유선을 넣어서 연결을 해야 할 판이라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이들 취향과 부모의 취향이 다른데 같은 시간대에 테레비 한 대를 두고 벌이는
    채널 각축전도 대단한 재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사하기 전에는 거실에서 뉴스를 틀면 애들은 쪼르르 큰방으로 들어가서
    `연애뉴스`등등 자기들 취향대로 보았는데 여기선 아예 큰방의 텔레비를 연결도
    해놓치 않아서 이러저러 불만들이 상충합니다.


    저나 와이프나 아침잠이 좀 많습니다.
    방학전 아이들이 학교다닐 때는 제일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오는 큰딸의 귀가시간이
    보통 새벽 1시 가까이니 그놈 오는 것 보고 잠들고 하면 사실 알람을 6시에 맞추어도
    침대가 닳도록 뭉기적거려서 거의 7시에 일어납니다.
    아침에 6시에 발딱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운동도 좀하고 하면 좋으련만 의지가
    약한것도 아닌데 그것만은 좀체로 안되는 군요.


    이사전에 그 알람역활을 텔레비젼이 했습니다.
    6시에 켜지게끔 설정을 해두면 이놈은 항상 제시간에 켜져서 듣고싶지 않은 뉴스들을
    마구 쏟아냅니다.
    요즈음같이 뉴스의 절반을 혐오스런 정치뉴스만 아침부터 듣다가보니 하루가 짜증스런
    그런대도 많습니다. 그래도 충실한 알람을 나무랄 수는 없고...
    이사를 와서 유선에 아무리 연락을 해도 아예 전화가 불통인 터라 침대옆에 자리잡은
    무전기 샤크에 조그만 단파라디오를 올려두고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면 스위치를 넣고
    한 30여분 라디오를 들으며 뭉기적거리는게 요즈음 아침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이놈의 휴대용 라디오가 단파에 특성이 맞추어진데다가 IC칩의 날카로운 음색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게다가 두께가 얇아서 아침에 비몽사몽간에 손을 뻗어서 스위치를
    찾다가 거리를 가늠하지 못해서 넘어뜨리기가 일쑤인지라 침대머리맡 샤크룸위라는
    다소 한정된 공간에 딱 맞으면서도 경박스럽지 않는 목소리를 울려주는 놈이 없을까
    고민중에 찾아낸 놈이 티볼리라는 이름의 조그만 라디오입니다.


    마음에 드는 윌넛나무통에 은색의 앞면을 원했는데 국내에는 재고가 없고해서 실용
    오디오를 뒤지면서 기둘리는 중에 구린디히의 진공관라디오가 나와서 한동안 고민에
    빠지게 했습니다. 진공관이 내주는 음색은 좀 별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말로 글로 표현하라면 나의 능력상 무리가 있겠고 아뭏튼 나는 진공관이
    울려주는 음색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나의 오디오는 소박합니다. 입력단자가 딱 2개뿐이라서 포노단은 고정시키고
    CD플레이어와 리시버는 교대로 바꾸어 끼워야하는 파워와 인티겸용 진공관 앰프 하나..
    15년된 산스이스피커 2개...지인으로부터 얻은 인켈리시버..싸게 구입한 CD플레이어..
    20년 쯤된 인켈 LP플레이어가 전부라서 몇 백만원 짜리 시스템  이런것은 남의 이야기
    입니다. 그래도 진공관음색이 좋아서 그럭 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설날받은 세뱃돈 몇푼으로 광석라디오 키트를 사다가 조립해서는 이어폰
    만으로 듣던때에 비하면 이도 과분하다 이러구 살지요.


    아마도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탓인지 오감중에서 촉각과 시각개념은 다소 발전하고
    미각과 청각은 발달을 못한 탓인지 음악을 듣는 감각자체가 막귀인 탓이이라..
    생각하지요.


    아무렇턴지 1월 6일날 늘 하듯이 실용오디오를 검색하니 티볼리라디오가 2대나
    나왔는데 하나는 누가 먼저 예약을 했길래 2차예약만 해두고 어찌하다보니 광주에 있는
    분과 거래가 되어 다음날 바로 물건을 받았지요.

     

     

     


    도착한 티볼리..물건너 온넘인데 이제 2번째 주인을 찾아 왔네요..아마 이놈은 제 품에서
    오래오래 살다가 대물림을 해야 할터인데 말이지요..

     

     

     

    체리나무 원목의 나무통이 첫모습을 드러내는 군요.

     

     


    코발트색의 앞판이 생각보다는 좋아보입니다.
    은색이나 베이지색의 앞판만을 고집했던 제가 다소 미련스러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진의 오른쪽은 주파수 조정노브입니다. 그리고 왼쪽은 스피커입니다.
    그리고 가운데 단추두 개는 볼륨과 전원스위치입니다.

     

     


    뒷면인데 작은 몸체이긴 해도 여러 가지 잘 배치가 되었습니다.

     

     


    무전기 샤크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침대에서 제 귀와 일직선을 이루는 위치입니다. 손을 뻗어서 파워스위치를 만지면 딱 맞는
    위치기도 하구요..
    그뒤로 일명 김일성마이크가 보이는 군요.
    사실은 저게 마이크가 아니고 무늬만 마이크고 실상은 스피커로 개조된 놈입니다.
    정크에 나온 것을 줏어다가 8오옴짜리 스피커 유닛을 집어넣어서 스피커로 개조를 했지요.

     

     


    처음으로 틀어봅니다.
    참으로 따스한 음색이 방안을 메웁니다. 진공관과 IC의 중간단계인 트란지스터타입인지라
    어쩌면 초탈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불을 꺼보니 전원과 튜닝램프가 녹색과 황색의 두 마리 반딧불이 꽁지에 불을 키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군요.
    요즈음 흔한 라디오처럼 스트레오가 아닌 모노이기는 해도 클라식음악만 전문으로
    틀어주는 방송국에서 마침 흘러나오는 재즈에는 몇백만원짜리 시스템이 부럽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침실에 이제는 흐뭇함까지 겸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놈을 볼 때마다 추억여행을 하나씩 하나씩 해야할 것 같습니다.
    추억여행의 기차표같은 티볼리 모델1이 제게로 온 2004년 1월 7일...행복합니다.


    Tivoli Radio Model 1


    저번에도 한번 언급을 하였지만 AR스피커와 Cambridge Audio로 유명한 헨리 크로스가
    말년에 설계한 라디오입니다. 헨리는 단순한 스피커 설계자가 아니고 오디오 시스템의
    설계자였는데  언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방 모양의 하이파이 시스템과 같은 독특한
    발상의 제품들을 많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분이 말년에는 나무로 만든 귀여운 인클로저에 모노 라디오를 수납하고는 그 것으로만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티볼리의 원형입니다.
    하지만 시제품이 판매될 때쯤 아쉽게도 타계하고 말았지요.


    저렴한 비용으로 그리운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티켓을 헨리는 마지막 선물로 남겨 놓은
    것입니다. 모양도 색깔도 헨리의 소박한 마음씨같이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는게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무슨 연유로 티볼리 (Tivoli)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은 티볼리는 사실 이탈리아
    라치오주(州) 로마현(縣)에 있는 도시의 이름입니다.


    인구는 약 4만 6300명(2002)이랍니다. 로마에서 북동쪽으로 30㎞ 지점에 위치하며, 사비니
    구릉을 따라 흐르는 아니에네강(江) 연안에 있는데 사비니 구릉의 서쪽 사면에 위치한 경관이
     빼어난 관광지라고 합니다.


    원래 라틴 동맹에 참여한 독립 도시국가였으나 BC 4세기경 로마에 정복당했다지요. 로마 제국
    시대에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아 부유한 로마인들이 티볼리 근처에 별장과 소규모의 신전을
    지었는데, 대표적 유적으로 1세기경의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별장과 지금은 교회가 된
    베스타 신전, 헤르쿨레스 빅토르의 대규모 신전, 시인 호라티우스의 사비니 농장 및 12세기의
    종루(鐘樓)가 있는 성당 등이 있는 유서 깊은 도시라는 군요.


    티볼리의 외형에서 고풍스러운 그 티볼리가 연상이 되는 군요.


    오늘 아침에 손을 뻗어서 켠 티볼리가 전해주는 따듯한 음색이 출근길을 한결 가뿐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작은 라디오 하나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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