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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과 나팔꽃에 대한 단상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4. 23. 12:42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메꽃과 나팔꽃에 대한 단상
2003-10-23 오후 7:41:14좀 되었는데 조선일보의 기획란인가에서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꽤 성공한 여인네
이야기가 나온적이 있었다. 아마도 8월쯤에 기차를 타고 포항으로 출장을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들에 핀 분홍색의 나팔꽃을 소재로....어쩌고 하는 인터뷰
기사였는데 당사자나 인터뷰 기자나 데스크가 모두 한통속으로 무식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팔꽃과 메꽃은 한마디로 전혀 성격이 다른 꽃이다.
우선은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 메꽃은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한 여름에 핀다.
나팔꽃은 이른 놈은 9월이 되어야 피어난다.
따라서 메꽃은 여름꽃이요 나팔꽃은 가을꽃이다.
그 자태 또한 사뭇 다르다.
메꽃이 시골의 나즈마한 토담옆으로 눈길을 줄듯 스쳐지나가는 수수하던 동네누나
같은 꽃이라면 나팔꽃은 강남의 룸쌀롱 마담같은 꽃이다.
메꽃은 몇송이가 덤성피우지만 나팔꽃은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듯이 피어난다.
못먹고 살던 시절에는 분홍색을 가진 꽃은 고마운 꽃이였다.
봄에 피어서 주린 창자를 달래보려고 입에 물고 씹어면 달짝하던 진달래가 그랬고
가을에는 분홍색 꽃이 핀 줄기를 따라서 땅을 파면 메꽃의 뿌리가 타박한 맛으로
악동들의 배를 조금은 달래주기도 했다.
마당 한켠에 매어놓은 누렁이도 더위에 혀를 길게 빼고 헉헉대는 여름날.
밭에 나가셨던 아버지가 푸른잎 한소쿠리를 들고 오신다. 옆집의 찬새미(우물)에 가서
한바가지 떠온 시원한 물 한공기와 보리밥 한그릇 그리고 막된장 한종지...
우리 식구의 점심메뉴였다. 아버지가 뜯어 오신 푸른잎은 메잎이였는데 폭에비해 다소
좁다 싶은 푸른잎을 서너장을 겹쳐서 보리밥을 놓고 된장을 얹으면 한입 불룩 해지는
쌈밥이 된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물 한사발을 들이키면 되었다.
예로부터 메는 일종의 구황식물이였다.
병자호란도 임진왜란도 일제36년도 흉년에도 변함없이 우리 민족의 근본을 오랫동안
지켜준 고마운 식물이 였다.
잎도 꽃도 뿌리도 모두 먹을수 있고 독성이 없는것이 메라는 놈이다.
한방에서는 많이먹어도 이롭다고 하는 건 아마 감초와 이 메뿐일 것이다.
또 메꽃은 하루종일 피어있다. 밤이라고 꽃술을 닫지도 지지도 않는다.
종일 피어서 한가한 논둑이나 잡풀들 사이에 오롯이 숨어서 그 풍경의 엑센트가 된다.이번 가을이 오기전에 찍어둔 메꽃이다.
야후 백과사전에서 퍼온 나팔꽃 사진..
나팔꽃은 화려한데도 그 화려함과는 달리 먹을수 없다.
독이 있어서 사람이던 또는 동물이던 모두가 먹지 않는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악람함이 보이는 꽃이라고 한다면 너무 혹평이 될까?
아침에 피었다가 반나절 만에 시들어 버리는 가엾은 꽃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꿋꿋하게 피어있는 실한 메꽃과는 전혀 다르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우의
모습이라고나 할까.또 나팔꽃에는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중국에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화공이 있었다. 마음씨 나쁜 원님은 화공의 아내를
탐내었으나 말을 듣지 않자, 무고히 옥에 가두고 말았다.
아주 나쁜놈이다..빽으로 힘으로 돈으로 사람마음을 잡으려 하다니...화공은 밤낮으로 아내만 생각하다가 어느날 남몰래 그림을 한 장 그려서 아내가 갇힌
감옥 밑에 파묻고는 그만 미쳐서 죽고 말았다. 그날부터 아내의 꿈에 매일 남편이 나타나서
말없이 있다가 가곤 했단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니 거기에는
한 송이 나팔꽃이 피어 있었대지 아마... 죽은 남편의 혼이 나팔꽃이 된것이다.'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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