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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성 부산 번개
    사람을 만나다 2006. 4. 19. 01:47

    부산에서 정모가 있는 날이다.
    본래의 계획은 우선 금요일에 맞추어 출장을 포항으로 가서
    잡다한 몇가지 일을 욜심히 처리하고 저녁에 업무를 마치고....
    (그래야 월급쟁이로써 쪼매 덜 미안하다)...길가에 가로등이 켜지고
    밤이 어두워 지면 경주 안압지에 들러서 가을색 짙어가는
    야경을 보고...그러면 10시쯤이 될터이고...다시 길을 잡아서
    감포쯤가서...(여기는 잘곳이 마땅하지 않으므로 몇집있는 민박에
    신세를 져야만 한다)... 자고 아침에 문무대왕 수중릉 뒷편으로
    떠오르는 금빛 태양을 맞이 하리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에는 기가 많다고 하니 그 기를 듬뿍받아가서
    진성의 님들께 두루두루 나누어 주리라 그리 생각했었다.


    그 다음에는 바닷가를 타고 주욱~ 내려가서 울산을 거치고
    서생포에 다다르리라.
    나는 그곳에 혹시 아직도 장식처럼이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고래잡는
    작살대포를 찾아 보리라.
    어쩌면 그곳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자~ 떠나자..고래 잡으러...."
    이런 노래를 흥얼거렸을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면 아마도 11시쯤이 될것이다.
    다시 바닷가로 길을 잡아 일광을 스치고 나면 부산 초입 송정이라는
    작은 동네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쯤에서도 잠깐 옆으로 새어 들리라...
    용궁사...
    바다 절벽위에 세워진 이 곳은 이제 근동은 물론이도 멀리 서울서..
    전라도서..충청도에서..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는 것이다.


    20대에는 나도 자주 그곳에 있었다.
    밤을 세워 법당에서 참선을 했었다. 새벽에 수마와의 싸움에 지쳐
    흐릿해지는 정신을 깨우려 법당문을 열면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상쾌함의 줄기들....


    아마도 계획대로 되었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12시 반쯤에 도착해서 법당에 고하고 그리고 점심을 절밥으로 해결하고
    운이 좋으면 주지스님께 녹차 한잔도 얻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곤 길을 다시 떠나서 마침내 약속장소 부근에 주차를 했으리라.
    어쩌면 한시간쯤 전에 도착해서 광안대교를 건너보았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세상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어쩌면 무지하게 재미 없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돌발스러운 일들이 늘 중간에 끼어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날도 그랬다.
    목요일 쯤에 토요일마다 노는 와이프가 출근을 해야고 한단다.
    문제는 큰딸이다. 고3인 이놈의 수시면접이 있는게 토요일인데 와이프가
    시간이 그렇게 되었으니 청상 내가 데불고 다녀올 수 밖에 없다.


    부랴 부랴 열차 예매를 했다.
    면접이란게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차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는 탓이다.


    다행이 너무 면접이 일찍 끝이 났다. 순번이 앞선 탓이다.
    토요일 오전이라 길도 다행히 한산해서 모든게 계획보다 더 여유가 있다.
    집에 돌아온 시간도 너무 일찍이다.


    그래서 오랫만에 아이들에게 점수를 따자 싶어서 딸셋을 데리고
    짱꿔이~요리를 먹으러 갔다.
    청요리...중국요리를 먹으러 갔다는 것이다.
    팔보채...깐풍기...고추잡채...꽃빵...쟁반짜장으로 구성된 셋트메뉴로
    아이들을 현혹시켰다.


    이 중국집은 주방이 훤히 보인다.
    직접 수타로 면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넓직하게
    주방을 튀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 주방앞에 눈이 번쩍띄는 미모의...아니 쭉~빠진 몸매의 여인이 있었다.
     

     


     
    정말 요렇게 생겼다.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에...결정적으로 배꼽티를 입었다.
    아니..내가 뭐...그 여자의 몸매에 음심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아하...우리 딸래미들도 저리 야들하게 키워 놓아야 할것인데....
    뭐...이런 생각 뿐이였다는 것을 밝혀둔다.


    주문은 다른 사람이 받았는데 그녀는 셋트요리 전문인지 우리 자리로 올
    요리를 주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였다.


    나는 큰딸에게 말했다..이 녀석은 어릴때 부터 태권도를 배운탓에 건강하다.
    그다지는 아니지만 체구가 크다보니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기도 한 아이다.
    "바라~~ 저 아가씨 말이다...너도 나중에 저 정도는 되어야 안되겠나?"
    "몸매만 좋으면 머하도...얼굴도 바쳐줘야지..."
    "저 정도믄 얼굴도 바쳐 줄거 같은데.."
    "아빤...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면 탈렌트하지 머하러 이런데 있어.."
    "탈렌트라는게 되기가 어데 쉽나...때를 만나야 되는 것이지..."


    이쯤되니 나는 곧 요리가 나오고 그러면 그녀가 돌아설것이고..그 앞모습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마침내 그녀가 돌아섰다.
    아~ 그러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물론 나중에 몇번 왔다갔다 하면서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그녀의 배꼽 부근 아랫배에 더 눈이 갔다.
    배꼽티라고 입었는데 배꼽은 기실 밑으로 쳐져있어서 바지에 살짝 가려서
    움직일때마다 조금씩 보였다 말았다를 거듭했다.
    그녀의 노출된 아랫배에는 핸드폰 길이만큼의 흉터가 있었다.
    이어서 들린 큰딸의 한마디....
    "거봐...내 말이 맞지?"
    그녀는 역시나 딸래미의 말대로 탈렌트정도의 잘생긴 얼굴은 아니였고
    나이도 제법 중년에 접어 든 나이였었다.


    나는 다시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 나이에 저렇게 유지한게 어디냐...자신의 흉터도 당당히..."
    "흉터가 좀 크다...그치..아빠..."
    "예전엔 맹장수술할때 흉터가 많이 남기도 했지..지금은 거의 안남고..."


    이때 중3인 둘째가 이렇게 거들며 마무리를 했다.
    "저건 분명히 복부지방 흡입 수술의 흔적일꺼야~~"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계산을 하고 나와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화두하나를 잡고 있었다.
    사람을 외형으로 보고 평하고 했단것이 내내 마음에 찌꺼기가 되고 있었다.


    갑자기 경허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근세 우리나라 선맥을 계승한 대 선사의 한 분이기도 하다.
    오늘날 수덕문중을 있게한 바탕이 되신 그런 분인데 이분의 이야기는
    초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로도 알려져 있는 분이다.


    이 분이 깨달음을 얻고나서 지금의 충남 홍성에 있는 천장암에 있을때
    그 절에 계신던 생모를 위한 법회를 한다고 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법당을
    가득히 매웠다고 한다.
    어머니를 위한 법회이니 어머니를 위한 법상도 따로 마련했다.


    설법을 위한 법상에 오르더니 주장자를 한번 내려치고는 갑자기 장삼을
    벗는것 아닌가.
    돌연 사람들은 모두 긴장을 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겉옷을 벗고는
    마침내 알몸이 되어 버렸다.


    돌연한 이 행동에 법당은 술렁이고 여자들은 민망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했다.
    어떤 여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법당을 나가기도 했다.


    경허스님은 아랫도리를 드러낸채 소리쳤다.
    "자...어머니..여기를 보십시요"
    경허가 어머니를 불렀지만 어머니 박씨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서있던 경허스님은 드디어 옷을 입고 주장자를
    세번치고 법문을 시작했다.


    "어머니, 그리고 대중들...잘 보았소? 어머님이 날 낳고 기를때에는
    내가 똥을 싸면 벗겨서 씻어 주고 옷이 젖으면 벗겨서 갈아 입히셨소.
    그런데 이제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늙고 나는 컷소. 우리 둘은 어머니와
    자식으로 사이가 변함이 없는데 어머니는 오늘 벗은 내몸을 보고
    망측하여 고개를 들지 못하였소. 그 옛날 나를 벗기고 씻겨 주던 어머니는
    어디 가고 벌거벗은 아들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만 남았으니 이것이 바로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요."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두시간 동안 나에게 화두를 제공해준 그 여인에게
    나는 감사한다.
    그 감사함에 보답하는 뜻으로 수일내 다시 청요리를 먹으러 가야겠다.
    그 여인을 보는 내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검증을 해야 하니.....


    그렇게 나는 부산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올라왔다.
    어떤일들이 있었고 어떤이를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얼굴들을 가슴에 담았다.
    그런 이야기들은 누군가가 한동안 후기란 이름으로 올라오리라.


    나는 이 말로 부산모임을 대신하고자 한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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