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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득펜]우각牛角으로 만든 만년필
    이런저런 이야기 2024. 12. 6. 13:14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교역은 개인간 거래보다 국가끼리 품목과 물량을 정해서 교역을 했는데, 청나라는 조선에 항상 담배를 늘려달라고 성화였고 조선은 수우각水牛角을 조금이라도 더 할당받아려고 혈안이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전쟁 무기의 비축이 필요했고 조선의 주력무기였던 활을 만들려면 수우각水牛角, 즉 물소뿔이 반드시 필요했다.

    우리 전통 무기인 활은 물소뿔, 대나무나 벚나무 같은 탄력있는 나무, 접합재로서 민어부레로 만든 아교, 소의 힘줄이 주재료 였다. 이중에서 조선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 물소뿔, 수우각水牛角이었다. 물소뿔은 길이가 길고 탄성이 있어 활의 재료로는 그만이었다. 조선활의 위력은 수우각水牛角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 여진, 몽골의 활이 대부분 만드는 방법도 구조도 비슷하다. 최초의 복합궁인 셈이다. 그래서 수우각水牛角은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하여 일반인은 구할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서울 우이동에는 가지가 휘늘어진 능수벚나무가 많은데 이는 조선시대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불모로 잡혀갔다 귀국한 효종이 청나라를 치기위한 북벌을 준비하면서 벚나무 중에서도 탄력이 좋아 활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많이 심게한 것이다. 벚나무나 대나무, 수우각과 소의 힘줄등의 복합재료로 만들어진 조선활은 선조들의 지혜가 만들어낸 중세 최강의 무기였다.



    소뿔, 즉 우각牛角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는 것이었고 안경, 안경집 같은 소품에 쓰였으나, 실상 가장 많은 용도는 활을 쏠 때 필요한 깍지를 만드는 재료였다. 활에 화살을 멕여 당길때는 상당한 힘이 필요한데 화살이 시위에 걸리는 부분인 오늬를 손가락으로 잡고 당겨야 한다. 맨손가락으로는 너무 힘들어 효과적인 사격이 힘들다. 그래서 만든 것이 깍지인데, 깍지에는 암깍지와 숫깍지가 있다. 숫깍지가 훨씬 많은 힘을 견딜 수 있어서 강한 활에 주로 사용한다.




    나는 손도 작고 힘도 덩치도 그다지 큰 편이 아니어서 암깍지만 사용한다. 하얀 깍지는 백동전을 녹여만든 깍지이다.




    이것은 적동전을 녹여만든 깍지이다. 광약으로 딲으면 금색이 난다.




    옆나라 알리를 검색하다가 우각牛角으로 만년필이 보여 주문했더니 2주만에 도착했다. 물가를 기준하면 중국에서는 비싼편인 5만원후반의 금액이었지만 우각牛角으로 만든 것이라는 것에 지름신이 강림하여 불가항력으로 구입했다. 작년이었나. 일본야후에서 귀한 대모갑玳瑁甲으로 만든 만년필이 있었는데 수입안되어 포기를 했었다. 대모갑은 바다거북이의 등껍질인데 예전에는 최고급 안경테 등으로 인기가 좋았었다. 못내 아쉬웠는데 그 생각이 나서 소뿔을 흔한 재료라 수입등의 제한이 없어 구매했다. 요즈음은 상아로 만든 제품들도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몸통의 재질이 천연인 것은 가장 많은 것이 나무이다. 가끔 칵투스라는 재질도 있고, 내가 만든 것에는 옥수수 몸통, 솔방울을 에폭시로 주조하여 만든 것도 있고, 커피콩과 에폭시를 합성한 것도 있는데... 소뿔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비록 내가 만든것은 아니지만 보는것만으로 만족하니 이번 지름신의 강림은 굿이다.

    조만간에 필사를 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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