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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와 물소 (한국불교문학 23호 수록)작은詩集 2011. 3. 8. 10:15
아버지와 물소
dementia
몇 달째 매직으로 휘갈긴 글씨는
침대에 걸린체 빛도 바래지 않았다
무엇 하나 변화없는 당신의 병실
오늘도 그때처럼, 그때처럼
이빨을 있는 대로 드러내 웃는 당신
절반의 슬픔이
또 다른 절반의 기쁨보다 깊은
상처를 가슴에 아로새긴다
내가 누구냐 물어도 웃기만 하던 그
우우우~ 두두두~
벽걸이 텔레비전이 아프리카 초원을
노인들의 삭아가는 육신위에 쏟아 놓는다
'물소다, 물소...'
그가 부여잡고 있는 조각들이
피붙이가 아닌게 적잖이 섭섭하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몇 달 만에 얻은 귀한 몇 마디 말이다
희망에 들떠 그의 손목을 잡아 보다가
말라버린 사막같은 근육에서
푸석푸석 먼지 물씬거려
작은 꼬투리조차 허망하다
그가 또 웃었다
그의 웃음이 왈칵 코끝을 당겨왔다
눈물이 났다
그는 몇 번 웃었고 나는 또 그만큼 울었다
(한국불교문학 23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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