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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복사꽃 아래서 /김대근
    작은詩集 2010. 4. 25. 14:30

    복사꽃 아래서


    도홧빛으로 온통 물들던
    그런 때가 내게 있었지
    흩날려 뿌려진 채 삭아가는
    벚꽃잎처럼 작은 바람에도 마구 일렁대는
    그늘에 지금 누웠네
    하늘이 저리도 깊었던가
    저 언저리 어디쯤 내팽개친
    내 꿈들이 조각나 저리도 빛이 나는가
    닿을 수 없는 것이 더 빛나는 것처럼
    저리도 반짝반짝 세상을 비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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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에서 대구로 가는 길, 현풍을 지난다. 현풍은 곰탕과 유서깊은 절 유가사가 유명하다. 한적한 곳이던 이곳이 지금은 공단이 되었다. 한때 수 많은 여객(旅客)들이 쉬어가던 현풍휴게소는 이제 퇴락을 거듭해 소졸한 장소가 되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신작로(新作路)는 끊임없이 생기고 옛길은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다. 사람의 발길을 따라 장사치 운명도 흥망성쇠의 부침을 거듭한다. 때로는 버려진 길이 갑자기 흥해지기도 하고 어제까지 북적대던 곳이 일순간 썰렁해지기도 한다. 이른바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는 비단 사람의 일생에만 관통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 기대어 사는 환경도 그렇다.


    창녕에서 현풍을 거쳐 대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변 군데군데 복숭밭이 박혀있다. 그 복숭밭에서 도홧빛 복사꽃들이 만개했다. 12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속도에도 자꾸 가재미 눈이 된다. 벚꽃이 져버린 요즘은 그야말로 과수(果樹)들의 세상이다. 강변에는 예외없이 노란 유채들이 장악을 했고 비스듬 언덕받이에는 배나무, 사과나무, 복숭나무들이 꽃을 지천으로 매달고 있다.


    과수들 중에서는 단연 복사꽃의 도화빛이 돋 보인다. 연분홍에 가까운 복사꽃은 도화(桃花)라 하여 남여의 애정을 은유했다. 가끔 사주팔자에 도화살(桃花殺)이 있어서 고민이라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이 도화살(桃花殺)은 요즘말로 하면 끼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여자가 애정 표현을 지나치게 하거나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을 도홧끼가 있다고 했고 그런 의미에서 사주팔자에 도화살(桃花殺)이 있으면 남자집안에서는 금기의 대상이 되어 성혼 자체가 거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의 사주에 있는 도화살(桃花殺)은 문제 삼지 않았다. 비슷한 것으로  홍염살(紅艶殺)이 있는데 이것 역시 여자팔자에는 금기로 여겼었다. 바꾸어 말하면 도화살(桃花殺)과 홍염살(紅艶殺)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현대에 와서는 특히 연예인들에게 이 사주가 많다고 하니 사주팔자가 그냥 흘려 보낼 것은 아닌듯 하다.


    나의 사주팔자에 도화살이 끼어 있는 것인지 복사꽃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혹시해서 인터넷 사주팔자 보는 사이트에 생년월일을 입력했더니 5천원을 결재해야 한단다. 한참을 어쩔까 망설이다 취소 버턴을 누르고 말았다. "이 나이에 까짖 도화살 좀 있으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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