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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수유 그늘 아래 (한국불교문학 23호 수록)작은詩集 2011. 3. 8. 10:19
산수유 그늘 아래
세상 풍파 모두 짊어지고
허리 굽고 살이 튼 나무 아래
하늘 담은 함지박 우물 하나 있었다
간간히 들리는 아재 기침 소리
아지매의 눈빛 흔들림 따라
바람없는 날에도 출렁이는 우물
그 안에 담긴 구름을 보고 있으면
뜻 모를 어지럼증에 흔들리곤 했다
아재 대신 세상으로 걸어 나와
요모조모 사는 일 훑어 가던 아지매
아재가 나를 보고 싶다 했지만
결핵은 옮는 거니라, 우째 아를 보내노
외조부 한 마디에 그렁 맺히던 이슬
산수유 꽃에 달린 빗방울 같았다
알록달록 종이꽃잎을 타고
댕그랑 댕그랑 풍경처럼 부딪는
상여꾼 위로 받으며
뒷산 외가 감나무 밭 외진 곳 가던 날
우물에는 하늘 대신 산수유가 가득했다
아재 탄 상여처럼
흔들흔들 거리며 우물은 노랗게 물이 들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아지매는
나를 보면 울고 또 울어서
생전에 아재 한 번 보지 못한 후회가
오늘처럼 이리 맑은 하늘에
점묘화같이 산수유 피던 날
아슴하게 가슴 채운다(한국불교문학 23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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