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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공간속 엇갈린 시간의 조각 , 하하하 (홍상수 감독)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1. 2. 11. 22:45

    같은 공간속 엇갈린 시간의 조각

    하하하

     

                                                            김 대 근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꽤 근사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사람이 홍상수 감독이다. 그의 열 번째 장편영화가 "하하하"이다. 그의 영화에는 그만의 특색이 있다. 술이 꼭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의 시작도 마지막도 술을 마시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특이한 제목은 여름 ‘하’, 감탄사 ‘하’, 웃음 ‘하’라고 하니 그저 여름에 경험한 유쾌한 이야기쯤으로 풀면 되겠다.

     

    청소년 시절이었던가 여자화장실에도 남자화장실처럼 낙서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호기심을 충족할 기회는 결국 없었지만 아직도 궁금증이 남아있다. 같은 범주의 하나로 남자들끼리 술자리를 가지면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뱉는 단어는 단연 '여자'다. 여자로 시작해서 여자로 끝을 맺는다. 나이든 영화감독 지망생인 문경(김상경)과 영화평론가인 중식(유준상)의 대화는 보통의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나눌법한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 속 회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자들과의 에피소드는 흔히 남녀가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진 것들이다. 얼굴이 예쁜 여자, 몸매가 좋은 여자, 술자리에서 원나잇으로 이어질 뻔한 여자, 숨겨두었던 애인에 이르기까지 솔직담백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감독은 시간과 공간의 묘한 퍼즐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내 그럴 수 있겠구나 한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둘 다 얼마 전 통영에 각자 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 한잔에 그 곳에서 좋았던 일들을 한 토막씩 얘기하기로 한다.

     

    문경의 이야기 중심은 통영의 관광 해설가이며 아마추어 시인인 성옥과 얽힌 이야기다. 통영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윤여정) 집에서 묵게 된 문경은 통영을 쏘다니다가 관광해설가인 성옥(문소리)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성옥의 애인이며 시인인 정호(김강우)와 갈등은 있었지만 성옥과 육체적 관계를 가지게 되고 같이 이민을 가지고 하지만 결국 성옥은 다시 정호에게로 돌아간다.

     

     

     

     

    한편 중식의 이야기 중심은 통영에 동행한 애인 연주와 얽혀 있다. 중식은 결혼했지만 애인 연주(예지원)가 있고, 함께 통영에 여행을 왔다. 애인은 중식에게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 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식은 괴로워한다. 통영에 내려와 있는 시인인 후배 정호와 거의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어울려 다니면서 정호의 애인인 아마추어 시인 성옥과도 알게 된다. 술은 어느 순간 사람을 진실의 거울 앞에 옷을 벗게 만든다. 술에 만취한 중식은 백부 앞에서 연주와 결혼하고자 한다며 주정을 부린다. 그러나 연주는 그 모습에서 중식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의 그림자로 살아가기로 한다.

     

     

     

     

    두 남자는 여름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삼아 풀어놓고 있지만 서로가 같은 공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모른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오로지 관객들뿐이다. 두 사람의 코메디 같은 이야기가 통영의 빼어난 경치와 간간히 삽입되는 싯구들이 퍼즐의 조각을 맞추어 나가는 재미를 준다.

     

    술은 항상 사실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막걸이 한 잔으로 풀어내는 여름의 스틸컷 같은 이야기들은 영화가 흘러갈수록 이야기에 이야기가 덧 붙여져서 점점 불어나는 느낌을 갖는다. 문경은 의존적이고 중식은 우유부단한 성격적 결함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과제들은 쉽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술에 의존한다. 그러나 결국 인연은 이어지지 못하고 사건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그저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고 만다.

     

     

    <영화정보>

    하하하 (2010)

    夏夏夏 Hahaha

     

    감독:홍상수

    출연: 김상경 (조문경 역), 유준상 (방중식 역), 문소리 (왕성옥 역), 예지원 (안연주 역), 김강우 (강정호 역)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2010년 겨울호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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