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건강생활 수록/김대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럴 때는?  
                          『남자가 사랑할 때』

 

                                                             김 대 근 (시인,수필가)

 

 부부간에 껄끄러운 문제가 생길 때 술 한 잔을 나누며 해소하는 풍경은 일상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습관이 지나쳐서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술을 매개로 대화를 늘려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중독에 이르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매사가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루이스 만도키' 감독이 1994년에 메가폰을 잡고 만든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지방항공사 파일럿인 마이클(앤디 가르시아)과 학교의 상담교사 앨리스(맥 라이언)는 두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앨리스는 직업상 마이클이 자주 집을 비우게 되자 조금씩 술에 빠져 들게 된다. 마이클도 앨리스와 둘이 있게 되면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을 내게 될 정도로 둘의 대화는 술로 일관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혼생활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알코올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둘의 결혼 생활에는 검은 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마이클은 그런 아내를 사랑으로 감싸고자 여행을 하기로 하고 떠난 여행지에서 술로 인해 인사불성으로 사고를 친다. 다음날 앨리스는 술을 끊기로 약속한다.

 

 

 

 "어젯밤 일로 완전히 정신 차렸어! 나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야." 앨리스의 이런 외침은 둘 사이에 희망을 주는듯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앨리스는 숨겨두었던 술을 몰래 마시며 중독 증상은 오히려 심해져 드디어는 어린 딸을 구타하기에 이른다. 마이클은 마이클 대로 직장에서 감원하겠다는 통보에 무척 우울한 시기를 맞고 있다. 어느 날 술과 아스피린을 같이 복용하고 샤워를 하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하며 마침내 마이클은 앨리스를 갱생시설로 보내게 된다. 당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며 격려하지만 앨리스는 격리치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지만 하루하루를 잘 견뎌 나간다. 한편 마이클은 아내의 빈자리를 확인하며 힘들어 한다.

 마침내 치료기간이 끝나고 돌아온 앨리스는 적응이 쉽지 않고 서로의 사이가 자꾸 멀어짐을 확인한다. 둘은 부부 상담을 받는 한편 자조모임에 참석하지만 마이클은 중간에 뛰쳐나오고 만다. 결국 별거에 들어가게 되면서 자조모임을 통해 앨리스는 차츰 자신을 회복해가고 마이클은 오로지 보살피는 것에만 익숙했던 자심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다.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 보다는 상대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더 필요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조모임에서 앨리스가 자신에 대하여 발표하는 날, 그녀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로 부터의 영향에서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며 아직 그 사랑을 지키고 싶다는 열망을 말한다. 그 자조모임에 예고 없이 참석해 있던 마이클은 감동을 받고 마침내 둘은 다시 뜨겁게 포옹하며 굳건한 사랑을 재확인한다.

 

 

 

 

 중독은 본인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칡넝쿨처럼 항상 주변의 사람들을 문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중독의 문제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족들 역시 중독이라는 고리를 끊기에는 환자 혼자서는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줄 것이다. 가족이 함께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조모임의 중요성이 이 영화에서 강조되고 있다.

지난날 자신도 중독자였던 간호사가 앨리스에게 해주는 말로 마무리할까 한다.

"지름길은 없어요. 열심히 노력하는 길 밖에는   "

 

[영화요약]
• 남자가 사랑할 때(When a Man Love a Women 1994)
감독- 루이스 만도키
출연- 앤디 가르시아, 멕 라이언, 엘렌 버스틴, 로렌 탐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2010년 겨울호 수록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