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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28일 동안/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2010년 봄호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0. 6. 2. 12:32

    딱 한번으로 그녀의 인생은

    28일 동안

     

    그웬(산드라 블록 분)은 유일한 가족인 언니의 결혼식에서 조차 술을 자제하지 못해 사고를 칠 정도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술에 취해 자신이 부셔버린 결혼식 케익을 사려고 4살짜리 조카를 태운 채 허니문 차를 몰고 가다가 큰 사고를 내고 법원으로부터 재활원 치료처분을 받게 된다.

     

    재활원을 거부하면 감옥으로 가야하는 절박함 속에서 맞이한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재활원은 알코올, 마약, 진통제 등의 약물중독에서부터 섹스중독자까지 갖가지 중독 환자들을 위한 곳이다. 그웬은 입소한 첫날부터 심각한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금단증상의 하나인 환각은 어린 시절 술에 찌들어 주정을 부리던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어 알코올에 중독된 원인의 기저에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 부모의 음주형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대부분 인정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이다.

     

     

     

     

     

     

    재활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그웬이 퇴소하려고 하지만 감독은 재활원 적응의 실패는 수감으로 이어진다고 주지시킨다. 감추어둔 “비코딘”을 창밖으로 버리며 “난 달라! 마음만 먹으면 자제할 수 있다.”며 자기암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의를 불태운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수감에 대한 불안함, 금단증상으로 이상행동과 끊임없는 환각에 시달린다. 중독이라는 신체적 현상에 첫발을 들여놓기는 너무나 쉽지만 마지막 발을 빼기에는 지난한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매달려보기로 결심하고 언니에게 화해를 신청하지만 거절을 당하고 만다. 충격을 받은 그웬은 청혼하는 애인의 샴페인조차 호수에 던지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자각을 보인다.

     

    같은 방을 쓰는 소녀 안드레아의 자해를 겪으며 처음으로 그녀는 타인을 보살핀다는 감정에 눈을 뜨고 자신의 감성과 소통한다. 재활원의 중재를 통해 치료의 일환으로 찾아온 언니와의 집단상담을 통해 서로의 마음에 쌓인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그웬은 안드레아의 퇴원을 앞두고 사이코드라마를 준비하며 남을 위해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새로운 의지를 다진다. 그러나 ‘넌 소중하니까 망가져선 안 돼’ 라고 말해주며 새 출발 하리라 생각했던 안드레아는 출소를 하루 앞두고 약물과용으로 숨지고 만다. 딱히 돌아갈 가족이 없었던 것이 안드레아로 하여금 삶을 포기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웬은 가족만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임을 깨닫고 언니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도움을 청하고 가족의 관계를 회복한다.

     

     

     

     

     

    가족의 회복과 남을 보살피려는 따뜻한 마음의 고양으로 그녀의 재활치료는 급속하게 진전이 되고 마침내 도시의 일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돌아와 그녀가 처음으로 단행한 것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술과 가까운 환경을 단절하는 것이었다. 애인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돌아선 그웬에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고 밝게 보인다.

     

    28일이란 일년은 가장 짧은 달이다. 감독이 28이란 숫자를 제목으로 차용한 것도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그녀에게 일어난 변화의 깊이가 기적에 가깝다는 표현을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독치료는 어렵고 재발이 쉬우며 장기간의 치료를 요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가장 자주 되뇌이는 말이 “딱 한번”이다. 이 딱 한번이 우리를 중독자로 몰고 가기도 하고 삶의 파탄을 가져오기도 하며,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는 부모가 주체가 되어 행사하는 가정환경, 두 번째는 친구나 애인과 같은 주변인 환경, 세 번째는 본인의 의지이다.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주변의 모든 이들이 도와주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독은 결국 나의 문제나 너의 문제이기보다는 “우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 영화요약정보 *

    28일 동안 (28 Days, 2000)

    감독- 베티 토마스

    출연- 산드라 블록, 스티브 부세미, 다이앤 래드, 도미닉 웨스트

     

     

     

    < 절주 전문지 "건강생활" 2010년 봄호 >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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