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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과 소나무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0. 4. 13. 23:38

    벚꽃과 소나무


    오늘 뉴스는 서울 여의도 윤증로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군항제로 유명한 진해나 인근의 마산에서는 벚꽃이 이미 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포항을 다녀왔고 어제는 창원을 다녀왔다. 며칠새에 전국의 절반을 다녔다는 이야기다. 요즈음 나들이를 다녀보면 벚꽃 개화 정도가 이 좁은 나라에서도 확연하게 구분된다.


    개나리나 진달래처럼 봄의 대명사로 불리는 꽃들은 대개 남에서 북으로 한걸음 한걸음 아이가 걸음을 걷듯 피어나지만 벚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서울에서는 지금 활짝 피었다고 하고 진해에서는 이제 지고 있다지만 가운데쯤에 있는 충청도는 이제 몽오리를 탱글하게 불리고 있을 뿐이다. 이것도 요즈음의 기후 변화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한때 벚꽃의 원산을 두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었다. 지방자치 단체마다 앞 다투어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어대자 일본의 상징임을 들어 비판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그러나 일본 벚꽃의 원산이 우리나라 제주산 왕벚이라며 문제가 없다며 옹호하는 입장에 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벚나무를 여기저기 심어대는 것이 결코 좋은 일 만은 아니다. 나무의 값어치를 셈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 벚나무는 시각적인 값어치 외에는 별로 쳐줄 구석이 없는 나무이다. 그것도 아주 짧은 순간 화르르 블불처럼 피었다가 물을 뒤집어쓴 듯 치지직하고 한꺼번에 져버린다. 왠만큼 오래된 나무라고 하여도 뒤틀어지고 갈라져 목재로서의 가치도 없다. 벚나무는 땔감으로서의 가치도 다른 나무에 비해 현저히 낮다. 도무지 쓸곳이라고는 없는 나무라는 이야기다. 일년에 단 며칠 화려한 꽃 구경을 우리에게 제공할 뿐이다. 그럼에도 무비판적으로 식재를 늘려간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벚꽃이 일본의 대표적 꽃이 된데에는 기후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벚나무가 생육하는데 일본의 환경이 더 좋아 그런점도 있을 것이고 화려함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꾸라는 일본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나라 산하에는 어디를 가도 소나무가 기본 수종이다. 소나무 없는 산은 산으로 취급받지 못할 정도이니 산은 곧 소나무인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태어나면 문에 금줄을 치는데 소나무 가지와 숯, 고추등을 꿰어 걸어 부정타는 것을 막고자 했다. 한가위에는 솔잎을 솥 아래 깔고 송편을 쪄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나누어 먹는다. 매일 솔가지며, 솔방울이며, 솔잎 마른 것들을 꺾고 줏고 긁어다 불을 때 끼니를 잇기도 했다. 보리고개는 송기를 벗겨다 먹으며 살았다. 가난한 이들에게 소나무는 참 많이도 베풀어 주었던 것이다. 소나무가 속으로 갈무리하고 있는 송진은 가난한 사람들의 똥꼬를 찢기도 했지만 팍팍한 삶과 함께 해온 소나무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널송판으로 함께 함으로써 우리네 삶과는 뗄래야 뗄수 없는 평행선을 그렸다. 집을 짓는데 있어서도 소나무만한 목재가 없다. 궁궐을 지을때도 초가삼간을 지을때도 서까래, 기둥은 모두 소나무로 만들었다. 2차대전때 자원이 빈약하던 일본은 우리나라 소나무의 송진으로 비행기 연료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조선 중기에 누란의 위기에서 우리 민족을 구한 것 또한 소나무였다. 일본은 서양의 신무기인 조총으로 물밀듯 밀려왔지만 바다에서 패전을 거듭하는 바람에 조선원정은 실패로 끝났다. 그 해군의 중심전력은 조선의 함선들이었고 일본의 배보다 단단한 우리나라 소나무로 만든 것이 승리의 큰 요인이기도 했다.

     

     

     


    지난 금요일 포항에 갔다가 오천읍에 잠깐 머물렀다. 자그마한 시골 초등학교의 오후 5시는 고즈넉하다. 그 고적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소나무 몇 그루와 벚나무 몇 그루의 배치가 부자연스럽다. 길을 사이에 두고 소나무와 벚나무의 공간이 구획되어 있는데 벚나무는 비교적 최근에 심은 흔적이 보인다. 벚나무는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피우는 순간부터 떨어지는 꽃 잎을 감당하느라 더 많은 꽃을 피워내야 하는 벚나무의 악순환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농도가 달라진다. 벚꽃이 모두 지고난 저 공간에 5월이면 송화가 피리라. 사실 소나무는 송화를 피워도 그다지 표시가 나지 않는다. 화려함과 수수함의 차이가 이 둘의 차이라면 너무 무리한 비교일까? 일본의 대표하는 나무인 벚나무와 우리 민족의 삶과 같이한 소나무는 민족성과도 닮아 있음을 본다.


    곧 5월이 온다. 송화꽃이 풀풀 하늘을 나는 그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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