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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자란(君子蘭)과 아내의 추억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0. 4. 4. 15:11

    군자란君子蘭과 아내의 추억

     

     


    올해도 베란다에 아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군자란에 꽃이 피었다. 이 군자란은 아내와 장모님에게는 특별한 화초다. 처가에 가면 장모님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화분이 군자란 화분인데 항상 잎을 손질해서 반들반들 동백기름을 바른 것처럼 윤기가 난다. 많은 화분중에서 이 군자란을 가장 아끼는 이유는 막내딸인 아내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해 받은 첫 월급으로 선물을 한것이라고 한다. 첫 월급은 부모님의 내복을 사드리는 것이 관례인 때에 아내의 선물은 뜻밖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계신다. 화초를 좋아하시고 잘 가꾸시는 장모님과는 달리 우리집 베란다에 몇개 없는 화분은 잘 자라지 못한다.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회피해 왔지만 화초는 사실 사람의 정성으로 키우는 것이다. 맞벌이를 하느라 화초에 쏟을 여력이 부족했던 탓임에도 체질 탓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군자란만은 꿋꿋하게 오랫동안 잘 버텨주어 거의 20년에 가깝다. 꽃이 피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5년전부터 꽃을 잘 피운다. 꽃이 우리 부부의 체질에 적응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모르겠다.


    아내가 특히 이 군자란에게는 특별한 정성을 기울인 탓도 있을 것이다. 군자란이 풍성하게 꽃을 피우니 이 기운도 전염이 되는 지 개발 선인장도, 철쭉도 때 이른 개화를 했다. 작은 베란다가 꽃으로 온통 메워져 있으니 마음조차 알록달록하게 물드는 느낌이다.


    군자란은 아프리카 남부가 원산인 수선화과 식물이다. 얼른 매치가 안되는 조합이다. 그 동안 란蘭의 일종으로만 알았는데 식물도감을 보다가 수선화과의 식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얼마전에 벚꽃이 장미과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장미와 벚꽃이 너무 다른데도 같은 과라고 하니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자들이 어떤 체계를 가지고 분류를 하는지 알지 못하는 무식함이 고스란히 들어난 것이다.


    집에 있는 이 군자란은 장모님의 군자란에서 포기 나누기를 해 온 것이다. 그러니 따지면 30년 전 자신이 구입했던 것의 살붙이 이다. 그러니 다른 화분보다 몇 배는 정성을 기울여 보살핀다. 화분 보살피기에 소질이 없는 나는 베란다 가까이는 가지도 않는다. 그저 조금 멀리 떨어져 꽃이 피면 피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바라볼 뿐이다. 꽃이 피면 흥겨운 마음으로, 지면 또 그대로 삶의 조락에 대한 명상을 하며 공짜배기 꽃 구경을 즐기는 것이다. 나의 이런 행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화분을 보살피는 주체인 아내보다 이제 머리가 제법 굵어진 큰 아이다. 페미니스트적인 기질이 강한 아이는 가사분담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달겨들지만 나 역시 나 만의 방패로 잘 막아내고 있다.


    "아빠는 열성체질이라 식물들이 맞지 않나 봐. 내가 가까이 가면 화분들이 다 시들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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