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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해의 진실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0. 2. 2. 10:35

    오해의 진실


    사람 마음을 잘 이끈다는 유명한 기업체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자기개발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취지의 강의였는데 역시 말잘하는 사람들의 강의는 힘이 있어서 청자들을 말의 세계속으로 깊이 끌고 들어간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예를 하나 들었는데 그 주제가 부레없는 물고기에 대한 것이었다. 상어와 날치는 물고기이면서 부레가 없어서 계속 헤엄치지 않으면 가라앉고 만다는 것이다. 물에서 물고기가 가라앉는 건 굴욕이다. 요즈음 인터넷에 떠도는 인기 연예인들의 굴욕사진처럼 체면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럼 이 강사의 말대로 정말 아가미 없는 물고기가 있기는 한 것일까? 상어와 날치는 정말 부레가 없어서 열심히 헤엄을 치는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상어는 부레가 없지만 날치는 부레가 있다.


    물고기하면 가장 먼저 아가미를 떠올린다. 모든 생물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데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아가미를 통해 흡수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레를 떠올린다. 부레는 물고기에게 부력을 제공해서 물속을 쉽게 헤엄칠 수 있게 한다. 아가미와 부레는 물고기와 물고기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징표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 중에서 정말  부레가 없는 종도 있는데 상어가 그 대표적인 어종이다. 고래는 포유류이기에 아가미와 부레가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상어는 어류이면서 부레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상어는 물속에서 자유스럽게 헤엄칠 수 있는 것일까? 비밀은 지방이다. 상어의 몸속에는 지방질이 두터운데 이 지방질이 물보다 가벼워 상어에게 부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사의 말대로 부레가 없는 상어가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쉬지않고 헤엄을 쳐야한다는 것은 오해다. 게다가 상어는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는다. 먹이 사슬의 정점에는 포식자가 있게 마련인데 물속에서는 상어가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 육지동물로 치면 호랑이나 사자의 위치와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포식자는 늘 여유있게 움직인다. 사냥을 할 순간을 빼고난 다른 일상은 오히려 느림보다. 상어도 마찬가지로 먹이를 사냥하는 순간에만 빠를 뿐이고 배가 불러 사냥의 필요성이 없을 때는 느릿느릿 움직인다. 상어가 가라앉지 않으려 쉬지않고 헤엄을 친다는 말은 큰 오해인 것이다.


    강의나 글들에서 자주 보이는 오해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도 날치의 헤엄이다. 날치는 수면에 가까이를 헤엄치면서 물밖으로 마치 한마리 날짐승인양 멋지게 날아 다닌다. 사람들은 날치의 그 날렵함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 날치에게는 다른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부레가 없어서 그 탓에 날치는 빠르게 헤엄치지 않으면 물속으로 가라앉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보면 다른 어류보다 날치의 부레는 훨씬 크다. 단지 부력뿐만 아니라 공중을 날 수 있는 부양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치는 소화기관도 다른 어류보다 작다. 그러면 날치가 왜 수면위를 그렇게 날듯이 헤엄치며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여러 학자들이 짐작할 따름인 것이다. 그러나 해부학으로 보면 날치는 분명 부레가 있고 그 부레의 크기가 오히려 다른 물고기보다 크다는 것이다.


    강의를 듣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면 나는 분명 다른 곳에 가서 이 이야기를 써먹었을 것이다. 상어와 날치에 대한 공부를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것도 수확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야말로 나에게는 반면교사의 역활을 한 셈이니 그 강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주제의 글을 쓸때는 충분히 그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한다. 그 좋은 습관을 가르쳐준 그 강사에게 고맙다. 말도 하기 전에 몇 번 생각해 본 다음에 했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게 잘 안된다. 생각은 뻔한데 실천이 안되는 것이다.


    선암사에서 읽었던 경구 하나가 생각난다. "言出如前不可輕發 一入人耳有力難拔 (언출여전불가경발 일입인이유력난발) 말의 화살을 가벼히 던지지 말라, 한번 사람귀에 박히면 힘으로 빼낼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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