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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똥파리(2009) / 절주 전문지 "건강생활" 겨울호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9. 12. 23. 23:13
가족을 열망하는 이들의 이야기
똥파리(2008)
「똥파리」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이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더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양익준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주류사회에서 본다면 「똥파리」같은 존재들이다.
스스로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가정이 있고 가족이 있다. 가족은 많은 것을 공유한다. 그 공유하는 것을 우리는 닮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 중에서도 폭력은 가족끼리 가장 많이 닮는 부분이다. 폭력은 아버지로부터 자식에게로 전이된다. 가정에서의 많은 폭력의 단초는 항상 술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은 화해와 소통의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늘 속의 두 가족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상훈과 연희는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상훈은 용역소에서 일하며 욕설과 폭력을 일상화한 반면 연희는 남동생의 폭력과 아버지의 분열증을 담담히 감내한다. 상훈의 폭력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연관이 있다. 술만 먹으면 휘둘러지는 아버지의 폭력은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음을 부른다. 배다른 누나도 자신의 엄마처럼 남편의 폭력을 못 견뎌 헤어지고 혼자 살아가는 모습마저 자신의 아물지 않는 상처다. 그러나 자신이 보살피는 유일한 가족이다. 특히 조카에게만은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집착한다. 15년 만에 출소한 아버지에게 퍼붓는 무자비한 폭력은 자신의 과거와 치열하게 싸우는 상훈의 내적 갈등을 보여준다. 그러던 상훈에게 나타난 연희의 풋풋함은 조금씩 상훈의 삶을 변화시켜간다. 어느 날 아버지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다가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조카의 눈과 마주친다. 자신의 등 뒤에 조카가 외친다. 『할아버지 때리지 마! 아빠도 엄마를 그렇게 때렸단 말이야!』 상훈은 마침내 폭력의 중심에 놓인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손목의 동맥을 긋고 자살을 기도한다. 상훈은 아버지를 업고 병원으로 달리며 제발 죽지 말라고 절규한다. 병원에서 『내가 아들이다. 내 피를 나누어 주라.』며 마침내 그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인 연희의 가족이 있다. 노점상을 하다가 용역 깡패와의 사고로 죽은 엄마, 그 이후에 폭력적으로 변모한 동생,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연희는 너무나 평범한 여고생이다. 그런 가족을 가졌다면 학교에서 비뚤어진 생활을 할 것이라거나 가출을 할 것이라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의 세계를 양익준 감독은 간단히 깨버리고 만다. 연희에게 학교야말로 밝은 세상으로의 출구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둠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 가족을 이끌어 가는 것은 연희다. 다른 친구에게 가족은 든든한 방패막이고 희망의 표상이지만 그녀에게 가족은 감당하기 힘든 어둠이고 자신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 같은 것이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가족」이란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안식처인가? 를 묻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전반을 통하는 한 가지는 「술」이다. 술은 가족폭력의 시초가 되기도 하고, 화해와 격려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만남을 좀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만큼 2009년을 달군 영화도 없을 것이다. 관객의 수는 적었지만 수많은 상과 찬사들이 이 영화에 쏟아졌다. 욕설과 폭력으로 시작되어 영화의 전반에 자리하는 이 영화를 왜 우리는 가치롭게 보는가? 그것은 폭력은 다음 세대로 전이되며 폭력의 고리를 끊는 것 만이 가족의 원래 기능인 「삶의 안식처」로 복귀된다는 것이다. 폭력의 단초, 화해와 격려의 따스함은 당신이 선택할 문제다. 바로 지금 당신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인가?
절주 전문지 "건강생활" 겨울호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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