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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합니다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9. 11. 27. 09:56
커밍아웃 합니다
요즈음 들어 커밍아웃(coming out)이란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은 스스로 자신의 지향성이나 사상을 밝히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로 주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한정 지어 말할 때가 더 많다. 요즈음은 너무 좁게 사용되어져 단순히 성적 정체성을 밝힌다는 것만을 지칭하는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기자 홍석천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언론을 통해 밝히므로서 커밍아웃을 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실제적 커밍아웃은 자신의 문제를 남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배제하고 스스로 대중에게 알리는 행위 전체를 포함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타인에 의헤 밝혀지는 것을 아웃팅이라고 한다.
또 다른 용어가 요즘 세상을 달구고 있다. 이른바 루저라는 용어다.
루저는 영어 loser [lúːzər]로 실패자를 뜻한다.
이 말이 때 아니게 방송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 일종의 신체적 기준 미달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모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중에 "미녀들의 수다"라고 해서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온 미녀들을 패널로 문화적 시각이나 생각의 차이 등등을 서로 논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각 나라의 미녀가 남자의 이상적인 키를 이야기하는 과정에 방청석의 모 여자 대학생이 "180센티 이하는 루저( loser )"라고 발하면서 네티즌들을 통해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루저대란", "루저녀", "루저남", "루저퀸" 등등 …. 이른바 "루저광풍"이 거세다. 네티즌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에서의 비난이 쇄도하자 방송사도 발언의 본인도 사과를 했지만 파문은 좀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손석희 교수를 비롯 사회 유명 인사들이 “나도 루저”, “우리는 모두 루저”라며 커밍아웃 아닌 커밍아웃까지 하면서 ‘루저’는 올해의 유행어를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할 조짐이다.
물론 그녀의 이상형이 180센티를 넘는 키의 남자라고 표현 한 것일 것이다. 우리 집안에서도 대학생인 딸 둘이 "남자키가 180은 되어야 한다."고 노래를 하는데 그때마다 아비 가슴에 멍드는 줄을 모르는 철 없는 것들이다. 지 엄마가 주는 공식적인 용돈이외에 내가 절대로 비공식 용돈을 주지 않는 이유인 줄도 모르는 눈치없는 두 딸과는 달리 막내는 나와 같은 과다. 아무래도 나의 열성유전자가 이놈한테만 전해진 듯 싶어서 동류의식을 느낀다. "키만 크면 뭐해? 실속이 좋아야지!"라고 말하는 이제 중학교 2학년짜리 막내는 아무리 보아도 올찬 녀석이다. 그러니 간간히 잔돈푼을 몰래 손에 쥐어주게 된다. 평균보다 조금 큰 언니들에 비해 막내가 자라지 않는게 나의 열성 유전자 때문이라는 자책감 때문에 잠자는 아이의 복사뼈 아래 성장점을 자극한다고 새벽에 잠깨어 주물러 준적도 꽤나 된다. 아직은 중학생이니 조금더 크겠지 바라고 바랄 뿐이다.
"여자가 작고 아담해야 이쁘지!" 이런 말도 대놓고 하지 못한다. 아내도 고등학교 교련이 있던 시절 향도를 맡을 만큼 되는 키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다면 "뭬야? 그럼 나는 이쁘지 않다는 이야기지?"하고 덤비면 어쩐단 말인가? 그러니 나는 언로(言路)도 꽉 막혀 있는 셈이므로 본의아니게 MB신암흑시대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여자에 대한 나의 이상형은 플레이보이지나 펜터하우스 같은 도색잡지에 등장하는 우윳빛 피부에 늘씬한 키, 게다가 탐스럽고 큰 젓퉁이를 가진 노란 머리의 백인 여자다. 중학교때 미군부대 옆을 다니며 구해본 그 잡지속의 그녀들이 뇌리에 각인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항상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내가 내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듯 아버지도 자신의 우성 유전자만을 주시고자 했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키의 유전자를 외탁해 받은 건 형제들 중에서 셋째가 유일하다.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도토리들이다. 4촌, 6촌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유행가 가사의 "속이 꽉찬 남자~", "아담해 좋은 그녀~"같은 수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유전자를 통해 전해지는 키, 누군들 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이쯤에서 나도 커밍아웃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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