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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악산 산행기
    여행기 2006. 4. 8. 09:10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치가 떨리서 악소리 난다는 치악산 
    2003-10-20 오후 12:15:31

     

     


    연일 신문이나 텔레비젼에서는 단풍소식을 쉴새없이 쏟아 놓는다.
    어디가 지금 단풍이 절정이라거니 또 어디는 억새가 절정이라거니 수많은 정보의 홍수에
    오히려 수혜자의 입장에서는 혼돈스럽기만 하다.


    와이프와 같이 가입해서 활동하는 산악회(활동이라 해보았자 매월 정기등반에 가는게 고작)
    인 온양의 삼광산악회 정기 산행일이 2003년 10월 19일이다.


    전날인 18일은 우리부부의 열여섯번째 결혼 기념일이였는데 해마다 둘만의 여행을
    했었는데 올해는 18일 하루를 할애해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으로 이 산악회의 산행을
    결혼기념 여행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 해발 1288미터의 명산이다.
    누군가가 오르기에 너무 치가떨려서 악소리가 절로 나온대서 치악산이라고 이야기해서
    가기전부터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사실 지난주 장거리 출장이 너무 과하게 많았던 탓에 오른쪽 무릎이 아픈게 영 시원치않다.
    내 스타일은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하고
    걱정하는 와이프를 안심시키며 강행했다.

     

     

     

     

    치악산은 그 이름이 조금 별다른데 그기에는 전설이 있다.

    정확한 세월의 나이테를 모르는 어느옛날에 경상도 의성에 사는 한 나그네가 과거를 보러
    한양에 향해 떠났다. 치악산 기슭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숲 속에서 꿩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잔솔밭 아래 커다란 비단 구렁이가 꿩을 잡아먹으려고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나그네는 구렁이에게 잡아먹히려는 꿩을 불쌍히 여겨 활을 당겨 구렁이를 쏘아 죽였다.
    그리고 길을 재촉하여 가는데 해가 저물었다. 깊은 산중에서 해가 저물어 부득이 인가를
    찾게 되었다.


    어두워서 찾아낸 집은 어느 이름 모를 절간이었다. 문을 들어서면서 주인을 찾으니 이상하
    게도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났다. 나그네는 하룻밤 자고 가기를 간청했다. 여인은 쾌히
    승낙하면서 방으로 안내했다. 여인은 저녁밥을 차려다 주고 대접을 융숭히 해줬다.
    저녁밥을 든 나그네는 피곤이 몰려 곧장 깊은 잠에 빠졌다. 잠 속에서 몸이 부자유스러움을
    느꼈다. 눈을 떠보니 커다란 구렁이가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나그네는 놀라 아무리 미물
    일지라도 죄 없는 선비를 해치려고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구렁이는
    두 갈래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손님은 오늘 오시다가 도중에서 살생을 했소, 구렁이는 내 남
    편이오, 그를 죽였으니 임자도 마땅히 죽음을 당하여야 하오? 하고 대답했다.


    나그네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살려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구렁이는  절 뒤 종루에 종이 있
    는데 그것을 세 번만 울리면 살려줄 수가 있소 하고 조건을 내놓았다. 나그네는 자신의 활 솜
    씨를 믿고 그까짓 종쯤은 문제없이 맞춰 소리는 낼 수 있을 것이라도 믿고 날이 새기만을 기
    다렸다.


    날이 밝자 나그네는 절 뒤뜰에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구렁이가 이야기한대로 종루가 있고
    그 끝에는 종이 달려있었다. 그러나 그 종루는 어찌나 높은지 다른 종루와는 달랐다.
    나그네는 화살을 뽑아 시위에 걸고 힘껏 당겼다. 그러나 첫 화살은 종에 미치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둘째 화살도 첫 화살처럼 종을 미칠 듯 미칠 듯 하다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나그네는 마지막 화살을 뽑아 있는 힘을 다하여 다시 종을 향해 쏘았다. 마지막 화살도 종에
    미치지 못하고 그냥 떨어지고 말았다. 나그네는 이제는 할 수 없이 구렁이에게 죽음을 당해야
    겠구나 하고 탄식을 하면서 발걸음을 돌리려던 때였다.
    그런데 이게 웬 변고인가?
    「뗑! 뗑! 뗑!」하고 종루에 종이 세 번 울리는 것이었다.


    종이 울리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구렁이의 변신인 소복한 여인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
    려 나그네는 위기를 면하게 됐다.


     나그네는 종소리가 난 것이 하도 이상해서 종루 밑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그곳에는 꿩 세 마리가 머리가 터져 죽어있었다. 전날 살려준 꿩을 식솔들이 은혜
    를 갚기 위해 나그네의 위험을 구하고자 머리로 종을 치고 죽은 것이었다.


    이후부터 이 고장 사람들은 이 산 이름을 꿩의 보은을 한 산이라 하여 꿩 치(雉)자를 써서
    雉岳山이라고 바꾸었다 한다.

     

    평소에 하던대로 금요일쯤에 접수를 하려고 했더니 이번 산행이 단풍절정의 치악산인지라
    접수가 완료되었단다.
    그래서 토요일 밤 10시쯤에 집을 나서서 소백산이나 다녀오자고 계획을 바꾸었는데
    산악회에서 연락이 왔다. 열혈회원 몇몇을 위해서 봉고하나를 더 동원했노라고..
    어렵게 치악산 행이 결정되었다.

     

     

     

     

     


    12인승의 봉고는 의자사이가 참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익숙해 있던 우리부부는 적응되지 않는 좌석에 끼여 무려 3시간을 갔다.

    여주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는데 차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20여분을 기다려서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여주휴게소에는 오늘 있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 참가할 수많은 마라토너들..
    어디론가 떠나는 쫄쫄이 패션의 MTB동호인들로 북적 북적 대고 있었다.
    여주휴게소에서는 관심없이 지나쳤던곳이 오늘에야 눈에 들어 왔다.
    그리스 참전비...
    저들은 무었을 위해 이 먼곳가지 와서 소중한 목숨을 버렸을까?

     

     

     


    드디어 도착한 치악산 국립공원은 입구부터 매표소까지 들어가는 길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찻길옆으로는 온갖색깔의 옷을 입은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등산전 나누어 받은 지도와 코스는
    구룡사 --> 세렴폭포 --> 사다리병창 --> 비로봉 -->입석사 --> 황골 (5시간)코스다.
    집행부에서 1시간을 더주어서 6시간을 준다. 오후 4시까지는 하산을 해서 차에 타야
    한다는 것이다.

     

     

     

     

     

     

     

     

     

     

    입구부터 단풍닢의 얇은 살을 뚫고 투과되는 아침햇살과 계곡사이로 언뜻보이는
    구름한점없는 파란 하늘...그곳에 가을 치악산이 있었다.


    구룡사를 지나 세렴폭포의 멋진 풍경과 만났습니다. 산의 골짜기에서 만나는
    폭포의 분위기는 언제 보아도 멋이 있다. 맑은 물위로 몇개의 빨간 단풍닢이 뜨있어
    폭포물 전부가 빨갛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산행의 주제는 단풍이 아니다. 오늘의 주제는 오로지 사람이다. 그것도 히프다.
    가파른 세렴폭포에서 사다리병창을 통해서 비로봉까지의 길은 추월도 할수 없는 좁은
    길을 마냥 앞사람의 엉덩이만 보고 올라야하는 길이였다.

     

     

     

     

    드디어 오른 정상..5일마다 열리는 안성장의 엿장수 좌판앞보다도 더 붐비는 곳이다.
    사진하나 찍을 여유도 없다. 시간이 아니라 정상의 표지석에는 사진을 찍을려는 사람들이
    줄을 써서 기다리고 있어서 다른 회원에게 상반신만 나오드라도 찍어달라고 했다.


    중간쯤으로 쳐졌다. 사다리 병창을 오르면서 좋지않던 오른쪽 무릎때문에 제법 지체가
    되었다. 와이프가 나를 이끌고가고 자주 쉬면서 내가 지체시키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한동안 유지하던 선두를 내어주고 중간쯤으로 쳐져버렸다. 산행에서는
    뒤로 쳐지면 여유도 없으려니와 힘도 몇배로 든다.


    바로 하산을 서둘러서 입석대를 목표로 내려오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대피소 앞 조그마한 광장에서 회장님과 등반대장이 점심을 먹고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부른다. 우리도 합류해서 점심을 먹었다.


    내려오는 길도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도 올라갈때 보다는 여유가 있다.
    내려오면서 단풍구경도 하고 그동안 밀렸던 부부간의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면서 내려왔다.

     

     

     

     

     

    사실 절정기라고 언론에서 그러긴 했지만 정상부근은 이미 단풍이 지나가 버렸다.
    중턱정도인 해발 700~1000미터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주고 있다.

     

     

     

     


    드디어 입석사와 입석대 간판이 보인다.
    맑은 계곡과 조금만 내려오면 화장실과 식수가 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입석사는 현재 대웅전과 요사채를 빼고는 공사중이였다.
    상당히 빼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절이였다.
    공사때문에 지금은 다소 어수선해보이기는 해도 입석대와 반대편의 절벽이
    천연의 대문처럼 이루어져 있어서 대단히 아름다운 절경을 보여주고 있다.


    입석사의 식수는 맛있었다. 나는 특히나 물에대한 미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들리는 곳의 옹달샘이나 절들의 물맛을 꼭 보게 되는데 물맛이 좋은곳은
    풍치나 분위기 또한 좋음을 알수 있다.

     

     

     

    하산을 완료한 시간이 2시 30분이다. 10시를 넘겨서 산행을 시작했으니 4시간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그럭저럭 평년작은 한것같다. 회원한분이 하산로 입구에서 등수를 매기고 있다.
    산을 안타고 하산로에 와서 계시던 분이다. 가끔씩 이렇게 산을 타지않고 다른 관광을
    즐기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이 있다.
    코스가 길다보니 좀은 지겨우셨나 보다.

     


    먼저 내려온 10여분들과 산밑에 계셨던 5분들이 치악산막걸리와 돼지껍데기..곱창..
    파전등으로 파티를 하고 있다.
    우리도 합류해서 모든 사람들이 집결할 동안 1시간여를 막걸리로 배를 불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을산행과 막걸리..
    호젓한 나들이는 되지 못했지만 얼려사는 세상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떠났던
    멋진 결혼기념여행이 되었다.

     

    이건 보너스다..
    치악산에 갔다가 건진 詩 한수.....

     

    치악산에 갔었지요.

                                   -김대근-

     

    치악산에 갔었지요
    활엽수 노랗게 물든잎에
    내마음도 덩달아 노랗게
    물이 들었습니다.

     

    치악산에 갔었지요
    단풍이 빨갛게
    세월을 달구고 있었지요
    단풍 한닢 떨어진 폭포물도
    덩달아 빨개졌었지요.

     

    치악산에 갔었지요
    하늘을 보았지요
    눈이 시려서
    금방 고개 숙이고 말았지요
    하늘의 깊이가
    저리도 깊은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치악산에 갔었지요
    가을 치악산에 말입니다.


                        (2003.10.19)

     

     

    ****************************** 댓글 ******************************

    leechin  2003-10-20 오후 12:27:44    
    우왕.. 좋았겠다.. 산에서 먹는 저 음식들.. 배가고프군.. 이친 식사하러 갑니다. ^^ 
     
      제다이  2003-10-20 오후 12:56:04  
    치악산 엄청 힘들게 산행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좋은행사, 좋은사진,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반디불  2003-10-20 오후 1:03:08  
    국보였던 구룡사대웅전이 불에타서 흔적도 없어졌다는 그래서 무척 아쉬웠다는... 
     
      쿨료마냐  2003-10-20 오후 2:01:59  
    이야 나두 산에 갔다 왓는디... 정말 가을은 등산할 맛 나네요... 시원하고 눈요깃거리두 많구. 
     
      악재수집  2003-10-20 오후 3:37:22  
    오늘 산행의 주제는 단풍이 아니다. 오늘의 주제는 오로지 사람이다. 그것도 히프다.
    흐흐 그날의 산행을 짐작할 수 있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바다  2003-10-20 오후 7:55:18  
    가을산행.... 아... 가고싶어라....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좋은시간이셨는것같아...
    부럽습니다... 
     
      반디불  2003-10-20 오후 10:52:27  
    악재님..올라가는 길은 오로지 앞사람 히프만 보였다는..뒷사람의 압박으로 단풍볼 여가도
    여유도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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