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국보 제236호 월성 장항리 사지 서 오층석탑
    여행기 2008. 5. 21. 12:38

    국보 제236호 월성 장항리 사지 서 오층석탑
    (月城 獐項里 寺址 西 五層石塔)

     

     

     
    경주에서 동해안 해안가인 감포로 가는 길은 보문단지에서 덕동호를 거치는 길이 유일했으나 지금은 석굴암에서 산길을 뚫어 양북면 장항리를 관통하는 도로가 추가로 생겼다. 포함산은 의외로 산세가 험해서 왜구로 부터 경주를 외호하기에 적합하였다. 동해바닷가에서 석굴암으로 오르는 이 길은 어쩌면 오래전 왜구들은 오르려 힘을 다하고 신라의 병사들은 막으려 혼신을 다 하던 곳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석굴암에서 부터 토함산의 동쪽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이 길을 가다가 장항리에서 언제 지어졌는지 무슨 이름으로 불리워 졌는지 알 수 없는 절터 하나를 만난다. '장항리(獐項里)'라는 지명은 한문뜻 그대로 노루의 목덜미와 같다는 지형이다. 토함산의 내장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옆에 인공으로 터를 다듬어 세운 절터는 이곳으로 신작로가 생기기 전에는 얼마나 고적했을까 싶게 산에 파묻혀 있다.


    신라의 절들이 그렇듯 이곳에도 법당의 흔적을 중심으로 동서로 탑이 배열되어 있다. 동탑은 오래전에 무너져 계곡에 뒹굴던 부재를 수습해 모양만 갖추어 퇴락의 역사를 걸어온 이 절의 지나온 여정을 말해준다.


    그나마 서탑은 상태가 좋았으나 그마저도 도굴꾼에 의해 무너진 것을 다시 복원했다. 서탑은 이중의 기단을 가진 높이 9미터의 5층 석탑이다. 하층기단은 비겨적 넓게 만들어져 안정감이 있으며, 1층 몸돌 4면에 도깨비 형태의 쇠고리가 장식된 문을 두 짝씩 조각하고, 그 좌우에 연꽃 모양의 대좌위에 서있는 인왕상(仁王像)을 정교하게 새기어 그 수법이 희귀하다. 조각의 수법으로 8세기경의 작품으로 평가한다.


    동탑이던 서탑이던 모두 석재가 뽀얗게 빛이 났다. 피부고운 여인처럼 그렇게 서 있었다. 신라의 사람들은 탑속에 서방정토의 불국토가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탑마다 탑으로 들어가는 문이 새겨져 있다. 부조된 쇠고리가 금방이라도 딸랑거리는 소리를 낼 것 같다.

     

     

     

     

     

    塔으로 들어가는 문 /김대근


    저 문을 들고 나는 이는 누구일까
    저린 다리를 조물거리며 기다려 보지만
    참 빛깔도 고운 토함산 복사뼈
    깎고 갈아 만든 서역으로 통하는 문
    넘겨보니 뒤가 없는 그 문으로 들고 나는 이
    누구일까, 누구일까


    미적이는 제자리 걸음 행간마다
    고였던 햇살 몇 톨 줄었고
    애기똥풀위 쌓인 바람 식구를 늘렸다
    슬그머니 움츠리는 산 그림자
    그 들이 저 문을 들고 나는 이들이었을까


    문 틈 사이로 흘러 나온 피부 고운 염불
    또르르 또르르 맑게 고여서 흐르는 개울
    피리통을 던지는 등굽은 노인, 오늘의 미끼는 저승꽃
    맞아! 해탈은 속깊은 창자속에 있을지 몰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토함산의 내장
    그림자가 되어 문속으로 들어가는 노인


    손을 뻗으면 열릴것 같은 문, 달그락 거리는 쇠고리
    눈을 감고 더듬어 보는 문빗장에
    화두하나 돋아 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