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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산수유 마을의 봄
    여행기 2008. 4. 1. 10:50

     

    지리산 산수유 마을의 봄

     

     

     2008년 3월의 마지막 주말, 새로 생긴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를 아내에게 一見시킨다는 지극히 간단한 이유로 집을 나섰다가 예천까지 올라가 삼강주막에 들리게 되고 바로 이웃해 있는 회룡포를 들러 집으로 돌아와야 할 길을 지리산으로 바꾸었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의 짜릿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법이다.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새로 생긴 김천-현풍간 고속도로를 갈아탄 다음 88고속도로로 바꾸었다.

     

     경찰청 예산의 일부를 담당할 정도로 속도 내기를 좋아하는 내 운전습관으로는 가장 취약한 도로가 88고속도로이다. 편도1차선밖에 없는 구간이 대부분인 이 고속도로는 완전히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부에서 자신의 치적을 위해 만든 도로이다보니 지금은 국도보다 못한 도로가 되고 만 것이다.

     

     남원을 지나 지리산의 산수유 마을 앞에 닿았을때는 시계는 밤 8시를 넘기고 있다. 지리산 아래 산수유 마을 부근에 지리산 온천을 기반으로 조성된 관광단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깜깜한 국도의 모퉁이를 돌자 휘황한 도시의 불빛이 마치 영화에서보던 라스베가스의 풍경인듯 다가왔다.

     

      외관이 그럴듯한 모텔앞에 차를 대고 물으니 1박에 8만원이라고 한다. "앗! 뜨거~" 싶어 다시 돌아 나왔다. 조금 더 들어가자 모텔들은 지천이었다. 결국 4만원짜리에 들었는데 식당까지 딸려 있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는데다가 숙박객에게는 20% 에누리 해주니 무작정 길 떠나온 여행객에게는 딱 이다.

     

      역시 관광철인가 보다. 여관앞에는 몇 대의 관광버스가 줄을 서있고 우려하던 대로 밤새 쿵쿵대는 뽕짝소리와 음정과 박자가 무시된 합창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도 사람사는 맛이 이런 것이지 생각하니 위로가 된다.

     

     

     

    다음날 아침 창문을 열고 본 지리산은 하얀 드레스를 걸친 신부와 같다. 밤새 내리던 봄비는 이제 멈추고 자작자작한 습기만을 온 대지에 남겨두었다. 아침은 정식을 시켰는데 남도의 음식들이 다 그렇듯 반찬이 정갈하고 가지수가 장난이 아니다. 둘이서 먹기에는 너무 많은 찬들이어서 남긴 음식이 먹은 것보다 배는 되어 보인다.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와 바로 면해 있어서 아침 산책에 그저 그만인 사포마을이다.

    이 마을은 임진왜란때 주씨와 하씨가 이주하면서 처음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지형에 따라 "뱀개"로 부르다가 한자음을 붙인 사포(巳浦)로 개명하였다고 한다. 옛 이름 "뱀개"가 훨씬 정겹게 들리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마을회관 앞에 차를 대니 노인 몇 분이 모여서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친절하게 산책로 입구를 알려준다.

     

     

     

     

     

     

     

     

     

    지난 밤 내린 봄비를 담뿍 머금고 있는 산수유 꽃들

    곧 아침 해가 떠올라 머금은 물방울들을 남김없이 빼았아 갈 것이다. 그전에 한 모금이라도 더 봄비맛을 보려는 산수유 꽃들의 몸부림이 꽃술을 한껏 벌려 물방울을 움키고 있다.

     

     

     

    이 마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산수유 마을까지는 십여리 가야 한다. 나 같은 외지사람들은 자칫 이곳을 산수유 마을이라 생각하고 둘러보고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곳의 산수유 나무는 오래된 고목이 없다. 산수유 마을이 유명해지자 이 마을에도 산수유를 집중적으로 심은 탓이다.

     

     

     

     

    산책로는 아직 다듬는 중이다. 산수유 마을보다 위치적으로 온천관광지와 가까워서 여행객들의 아침 산책지로 각광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포 마을은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를 다듬고 있는 것이다. 몇맥 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사람이 아무리 분재를 잘 다듬는다 하여도 자연이 만든 분재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것이다.

     

     

     

    사포 마을의 전경이 오롯하다. 마을 회간에서 만난 노인은 지금도 좋지만 가을에 다시 오면 사진 찍을게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사는 마을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신 분이다. 그 노인의 말대로 이번 가을에는 반드시 들러야 겠다.

     

     

     

     

     

     

     

    산책길에서 만난 제비꽃과 매화가 어쩐 일인지 이질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내 망막에 노랑색 물이 너무 깊게 든 탓이 아닐까 싶다.

     

     

    사포 마을에서의 마지막 사진이다. 기울어진 낡은 시멘트 다리가 고즈넉한 이 마을의 분위기를 재대로 전해주는 듯 싶다. 잠깐 속리산 법주사나 다녀오자 하면 나선 길이라 예비용 배터리를 챙기지 않았다. 아내도 스냅용 디카를 챙기지도 않았다. 일반 전지와는 달리 전용전지를 사용하는 카메라에 전지가 떨어졌으니 속이 쓰리다. 일반건전지 사용이 가능한 세로그립을 살까하다가 그만둔 것이 처음으로 후회가 되었다.

     

     

     

     

     

     

    사포 마을의 산수유 꽃들에게서 얻은 물방울 보석들~ 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서 삼각대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도 삼각대를 사용했더라면 훨씬 좋은 접사사진을 얻었을 터인데 싶다. 그래도 두어가지 교훈을 얻은 셈이니 그다지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지리산 산수유 마을이다. 사포 마을은 위치상 착각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처음에는 나도 착각을 했었기에 "이곳이 오리지날~" 이라고 말해놓고 보니 웃음이 나왔다. 한그루던 두그루던 산수유만 있으면 산수유 마을인 것인데 굳이 여기는 가리지널, 저기는 오리지널을 따질 필요가 있겠나 싶다.

     

    여기서 부터는 구린폰카로 찍었다. 서브 디카를 하나 장만하려다가 여러개 들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 모토롤라의 320만 화소 디카폰을 중고로 샀더니 서너달 만에 고장이 났다. 김태희가 선전하는 뷰티폰을 사려하니 너무 비싸 포기하고 130만화소 일반 폰으로 장만했다.

     

    사진은 늘 구리구리하다. 열라 구린 폰카~~

     

     

     

     

     

     

     

     

     

    산수유 마을은 계곡을 타고 이어져 있다. 계곡으로 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카메라의 배터리가 소진되었으니 마치 총알 떨어진 지리산 공비같은 마음이 들었다. 계곡이 끝나고 마을로 접어 드는 진입로에서 돌아 왔다. 곡성의 태안사와 조태일 시인의 문학관을 들러야 하는 다음 일정이 압박을 해댔지만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꼭 가야만 하는 것인가로 고민에 빠졌다.

     

    일단 곡성의 태안사는 계곡의 풍치가 너무 좋은 곳이다. 나는 한 번 다녀와 블로그 기사로 쓴 적이 있지만 아내는 가보지 못 한 곳이다. 그냥 간단한 일회용 카메라 하나를 구입하여 가기로 했다.

     

     

     

     

    작년에 따지 못한 산수유 빨간 열매가 새로 피운 꽃들 사이로 햇살을 말리고 있다. 산새들의 먹이로 남겨 둔 것일까? 아니면 미처 사람의 손에 닿지 못한 것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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