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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장편소설 "현의 노래"를 읽고~
    좋은글,영화,책 2008. 2. 27. 21:15

    김훈 장편소설 "현의 노래"를 읽고~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면서 바람을 맞아 본 이후 나는 바람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젊은 날 한때 나는 자전거에 빠져서 수시로 낙동강의 하구 구포에서
    둑을 따라 하단까지 뱀장어처럼 내려갔다가 연어처럼 거슬러 오르곤 했다. 그곳의
    바람은 바닷내음이 바람에 섞이어 간이 딱 맞았다. 가끔은 사상공단 부근을 스칠때
    점심시간의 짧은 휴식을 둑방에서 찾으려는 여공들의 휘파람과 함성을 받을 때도
    있었는데 여자들도 떼가 되어 모이면 남자를 향한 휘파람을 휘휘~ 분다는걸 알았다.
    서울에 잠깐 살때는 양평까지 자전거를 몰아보았는데 내리막에 이르러 페달을 쉬고
    불어오는 바람을 마시는데 그 맛은 갖가지 봄꽃의 냄새들이 섞인 비빔밥 같았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새로운 바람들의 결을 타고 휘젖는 일이다.


    소설가라는 명칭보다 자전거 레이서로 불리기를 원하는 작가가 있다. 그는 '김훈'으로
    자전거 여행에서 건져 올린 여러가지를 책으로 써내기도 했고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화장」으로 2004년 이상문학상을, 「언니의 폐경」
    으로 200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국조(國祖) 단군이 이 땅에 도읍한 이래 임금이
    이민족의 발아래 아홉번 머리릴 조아린 최고의 국치인 '삼전도'의 상황중 남한산성의
    기록을 잘 엮은 『남한산성』이 '김훈'이라는 소설가와의 첫만남이었다.


    두번째 만남이 『현의 노래』인데 이 소설은 사국시대에서 가야가 멸망하면서 삼국시대로
    재편되는 전란의 시대가 무대이다. 그 중에서도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신라편입을 다루며
    전쟁의 시대를 통해 서로의 문화가 소통되는 인류 공통의 역사를 더듬는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을 빼놓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이책의 두 줄기는
    전쟁과 평화의 공존이다. 전쟁의 대표적인 것은 무기이며 석기시대를 마감한 청동기,
    청동기를 역사의 뒤끝으로 밀어낸 철기의 시대를 맞이 하면서 서로의 우위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더 강한 쇠를 만드는 일이었다. 쇠를 잘 다루는 대장장이들이 가야와
    신라의 임금이 되었고 쇠를 만드는 일은 농장기를 만드는 것보다 칼과 창과 방패, 활촉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 졌다.


    반면에 평화의 상징인 음악은 전쟁의 시대에 민심을 아우르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은 현실이 아니었다. 전쟁의 시대에는 현실적인 힘만이 대우받았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칼의 길'과 '악기의 길'을 대표하는 인물인 악사 우륵과 대장장이 야로. 우륵은 하늘에
    제사지내는 행사마다 불려가 음악을 연주하는 악공이다. 왕의 명을 받아 온전한 악기를
    만드는 가야금의 예인 우륵은 전쟁 상황을 살피기 위해 물포나루에 갔다가 저물어 가는
    가야보다는 신라 군에 투항하기 위해 신무기를 빼돌리는 야로를 보게 되지만 모른척 한다.
    이때부터 우륵도 가야의 멸망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머지않아 가야를 떠나
    새로운 나라로 떠나야 함을 예감한다. 가야는 가장 늦게까지 순장의 풍습이 남아있었고
    마침 왕이 죽은 날 순장예정인 궁녀 '아라'의 도망으로 가야 궁궐은 어수선해지고 후일
    도망친 아라를 만난 우륵은 제자인 니문과 맺어준다. 그러나 후일 새로운 왕도 죽게되고
    아라는 잡혀서 순장을 당하게 된다. 점점 조여오는 신라의 압박에 마침내 야로는 아들과
    신라로 귀순하지만 야로의 신무기덕에 승리를 구가하던 신라의 이사부 장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뒤를 이어 우륵도 신라로 귀순하고 왕앞에서 12현의 가야금을 연주한다.
    신라 왕의 명에 의해 신라의 악사에게 음악을 전수한 우륵은 이국의 땅에서 숨을 거둔다.


    이 책에서 작가가 구사하는 말들은 마치 선문답을 연상할 만큼 난해하다. 소리를 글로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이 책에서 흐르는 말들은 음악의 흐름처럼 높고
    낮고 때론 길다. 길다 싶으면 짧은 소절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나무가 소리를 먹는다.
    -제 몸이 바싹 말라야만 남의 소리를 울려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금(琴)은 줄의 소리고
    통은 그 울림이다.
    -듣는 자가 여럿이면 한 소리가 여러소리가 되어 소리는 정처없는 것입니까?
    -창은 하나의 점을 공격하는 무기다. 점과 점 사이에는 지옥이 있다.
    -소리는 사는 일과 같다.목숨이란 곧 흔들리는 것 아니겠느냐. 흔들리는 동안만 사는 것
    -어째서 새 울음소리는 곱게 들리고 말 울음소리는 추하게 들리는 것입니까?
    -사람은 그 덧없는 떨림에 마음을 의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떨림과 소리의 떨림이
    서로 스며서 함께 떨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건져 올린 말 몇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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