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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어사(吾魚寺)의 설경
    여행기 2008. 1. 17. 17:50

    포항은 십년넘게 살았던 곳이라 항상 고향에 온 느낌이다.

    어제는 진 종일 회의에 시달리느라 몰랐는데 회의가 끝나고

    조금 외곽으로 나오니 눈이 많이 왔다.

     

    점심시간에 먹지 못한 벌떡주를 먹을 요량으로 저녁약속을

    잡았던 도구로 가는 길에는 빙판을 이룬 곳이 서너곳 된다.

    이곳 사람들 이야기로는 몇년만에 대설이 내렸다고 한다.

     

    서둘렀던 탓에 30분여 일찍 도착을 했다. 약속장소로 정한 

    식당은 해변과 50여 미터쯤 떨어진 터라 해가 막 지고 나서

    어스럼에 떨고 있는 바닷가를 찾았다.

    겨울이라 해변에는 철새들의 발자국만 어지럽고 응달에는

    눈이 내렸던 때의 양을 짐작하게 할 만큼 고스란히 남았다.

    그만큼 현장보존이 잘 되어 있었던 탓에 오어사와 기림사가

    언뜻 떠올랐다.

     

    이만큼 내렸다면 오어사의 설경이 아직도 잘 보전되어 있어서

    출장길의 여독에 지친 정신을 좀 씻어 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는 짜투리 시간의 안배를 잘 해서 오어사 설경을

    만끽하고 가리라......

     

    결심대로 벌떡주를 청해서 먹었고 원샷잔 하나도 사은품으로

    챙겼다. 원샷잔이라는 게 바닥이 둥그스럼해서 바닥에 내려

    놓을 수 없게 만들어 졌다. 물론 술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남자의 거시기 모양을 흉내내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 한약 냄새가 강해 한병으로 끝내기로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스케쥴은 오후 2시 회의 한 건이 전부다. 대신 내일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질리도록 회의를 해야 한다. 다행이 오전시간이 비니 어제 결심한 대로

    오어사로 갔다.

     

    오어사는 포항 오천읍 운제산에 자리한 조계종 제11교구로 신라 진평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그 후 혜공, 원효, 자장, 의상 등이 주석하여

    신라 사성(四聖)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잘 알려지 있다. 오어사라는 이름의

    유래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 동일하게 기술하고 있다.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법력으로 물고기를 살리는

    과정에서 서로 자기가 물고기를 살려다고 하여 오어사( 吾魚寺) 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오어사로 들어가는 좁은 국도에는 해병대 훈련병들의 마지막 행군훈련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의 이 행군을 감내하고 나면 며칠간의 휴가가

    주어질 것이고 나라의 간성으로 그 역할을 하게 될것이다.

     

    오어사는 전반적으로 햇살이 덜 비치는 곳이어서 인지 군데군데 하얀

    눈이 남아 있었다. 절정의 설경은 아니지만 오히려 적당히 본신을

    드러낸 기와가 풍경을 부드럽게 해주고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어사 대웅전 뒤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다.

    아마도 한 가족이 왔었나 보다. 눈이 자주 오지 않는 포항에서 이런

    호사를 누린 가족의 즐거움이 곳곳에 묻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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