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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오징어 덕장을 지나며 /김대근작은詩集 2007. 10. 20. 12:36
오징어 덕장을 지나며 /김대근
그들의 먹물빛 밤 밝히던
어선들 수평선을 버리고
서해로 떠나 버린 동해
차마 떠나지 못해 얼쩡이다가
늙은 채낚기를 따라 나와
노끈에 몸을 기대고
나날이 바다를 그리고 있다
아무리 그려도 바다는 멀고
심장은 자꾸 말라간다
아! 그랬었구나
연탄불에 오징어 구우면
비트는 피부사이로
온통 꼬릿한 내음 풍겨나와
쪽빛 어지럼이 되던게
잃어버린 바다
그 그리운 몸짓이었구나+++++++++++++++++++++++여행메모(2007.8.6)++++++++++++++++++++++++++++
경주의 야경을 보고 나서니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다. 경주에서 자고 가느냐 아니면
내일 북행하는 길을 위해 포항쯤에서 자느냐를 두고 고민하다가 포항으로 가기로 했다.
포항에서 구룡포로, 다시 감포로 해서 경주에서 포항을 가니 한 바퀴 빙 돈 셈이다.
포항에 가까이 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휴가철이라 모텔은 방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좀 더 북으로 오르기로 했다. 영덕쯤가서 잠자리 잡자하고 밤길을 돋우었다. 아이들과
추억이 많이 서린 흥해바닷가에 잠깐 내렸다가 부근의 펜션을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 전화에서 12만원을 부르던 펜션은 11시를 넘기자 8만원까지 내려갔다. 생각보다
예산이 좀 더 들어가긴 했지만 밤새 시원한 에어콘 아래서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다시 7번 국도를 타고 새물을 찾아 헤매는 미꾸리처럼
오르기 시작했다. 영덕을 가는 중에 만난 삼사해상공원은 전망이 좋은 곳이다.
주목받지 못하던 이곳은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로 촬영지로 선정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대한 관광지로 꾸며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치는 동해바다로 향한 시원한 경치보다는 하얀 건물에 빨간 간판
으로 "국민가수 태진아 친동생집"으로 쓰여진 건어물 파는 집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오르는 곳에는 예전에 오징어를 말리던 덕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동해안 전유물이던 오징어가 요즘은 서해바다에서 더 많이 잡혀
오징어를 잡는 어선들도 죄다 서해안으로 몰려간 탓이다. 지난 밤 흥해해수욕장에
섰을 때도 그 옛날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밝히던 오징어 채낚기 배들의 불빛을 볼 수
없어서 낯선 풍경을 느꼈다.
드물게 낡거나 규모가 적은 어선들이 잡은 몇 마리의 오징어가 바다와 마을을 구분하는
철망이나 비닐 노끈에 걸리어 바다의 그리움에 속을 말려가고 있었다.'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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