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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의 삶
김대근공장에는
삶의 치열함이 용접불꽃으로 튀고
오함마의 무거움이 귀전을 때리며
생활이 땀방울로 안전모밑을 흐른다.공장에는
오전10시 오후3시
노곤함속의 비타민같은 차임벨이 울리고
지게차는 신경질을 낸다.
빗물젖은 공장바닥에 흔적을 내는건
우직한 지게차뿐이다.공장에는
내일은 일당을 받아야하는
모레도 일당을 받고싶은
용접공..제관공..비계공..도장공...
삶이 고단한 공돌이들 뿐이다.공장에는
오전 10시 10분 오후 3시 10분
둔탁한 둔기처럼 차임벨이 울린다.
가슴에 그어진
면도날의 흉터보다 얇은
시급 얼마 얼마의 공돌이들이
무거운 안전화를 질질 끈다.공장에는
삶이 있다.
밀리..미터..키로..톤으로 구분지어지는
고단하고 값싼 삶이 있다.
삶이 불꽃이 되어 튀고
오함마의 소음이 되어 흩어지는
그들..공돌이가 있다.
(2004년 7월 14일 새벽에...)************************************************************************
공장에 공돌이들만 있는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거닐다보면 이렇게 빨갛게 녹슨 철제 H빔을 배경으로 꽃과 나비도 있고...
이름을 모르는 새...
자리경쟁에서 다른 놈에게 심하게 당해서 기운을 못차리는 이놈을 강한 놈으로부터
한참 멀리 데려다가 놓아주기도 한다. 자연의 법칙에 반하기는 하지만...아주 많은 종류의 거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가끔은 장난으로 입김을 후~하고 불어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도 보기도 하고
개망초잎을 따다가 문질러보기도 한다.
어떤놈은 그림자만 보고도 달아나는 놈도 있는 반면에 어떤놈은 꼼짝도 않고 음흉을 떠는
그럼 놈들도 있더군.
출장이 없는 날 점심시간에는 이렇게 공장내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이놈들과 노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전달사항을 남기는 칠판에 제 그림자 남기기 놀이에 열중하는 녀석...
거미줄에 진동을 살짝주면 잽싸게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기도 한 놈이다.
이놈은 지금 레일의 직진도를 검사중인 모양이군.
우리 공장에서 유일한 이공계곤충이다. 날게에도 직진도를 나타내는 평행선이 있다.
며칠전부터 자주 보이기 시작하는 잠자리들이다.
이제는 여름도 가을쪽으로 코드를 맞추는 것인지 가을의 상징이 되어야 할 잠자리들이
초여름에 이렇게 많이 보인다는게 어쩐지 어색하다.공장마당의 한곳에 물이 고인곳..
이곳에 사는 놈입니다. 갑자기 저놈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것은 왜일까...
물아재비...맞나...남들이 모두 꿀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씁쓸한 엽록소가 좋아...
나는 식물성이 될테야...아무도 간섭하지 말아줘....
콘크리트가 덕지묻은 철제상자에도 칡덩쿨이 자리를 틀었고 그 칡의 줄기를 의지해서
선명한 색깔의 거미가 사냥터를 마련했다.
노랑과 깜장의 교차...
일명 타이거마크다..공장에서는 움직이는 위험물에 붙이는 안전표식이다.
위험표시를 해줘도 역시 몰려드는 곤충들도 있다.
하긴 그래야 저놈도 먹고 살지...
이놈은 일종의 자영업자다.
지혼자서 전벌리고 벌어먹고사니 자영업자랄밖에....
공장에서는 팀웍이 최고의 덕목이다.
쪼개진 하늘과 나무 한그루의 그림도 이렇게 모자이크를 맞추듯이 힘을 합해서
맞추어 나간다.
그것이 팀웍이다.
대숲을 스치는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삭막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위치에 개망초도 피어준다.
공장에는 우리들의 친구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외롭거나 심심하거나 권태롭지 않다.오후 4시 30분...
이제 30분만 있으면 집으로 가는 시간이다.
내가 오늘 가슴으로 삭힌 끈끈한 노곤함을 집으로 가져가 뱉어내 만들어 나가는
내집이라 이름지어진 곳으로 가는 시간이 다되어 간다.
하루중에서
모두들 눈빛이 가장 빛나는 때이기도 하다..오후 4시 30분은....'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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