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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
닭의장풀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하늘이다.
우중충한 장마의 하늘도
더위에 익어서 쉰내나는 하늘도
닭의장풀
그 쪽빛보다 깊지 못하기 때문이다.
닭의장풀에는
아무리 기다려보아도
잠자리가 앉지 않는다.
목빠지게 산바람이 기다려도
산골짝 목탁소리로 불러보아도
닭의장풀은
너무깊은 가을 하늘빛
염치없는 잠자리가
차마 앉지 못한다.
닭의장풀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가을이다.
(2004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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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꽃이다.
말끔한 화단의 매끈한 화분에 담기는 팔자좋은 화초들과는 아예 어울릴 생각조차도
못하는 촌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제눈에 안경이라고 나또한 촌스러운 사람인지라 어쩐지 이쁘보인다.
이놈의 분류는 좀 어려운 말이다. 분질배유목 닭의장풀과 외떡잎식물이라니 학자들이란
거저 쉬운말도 어렵게 쓰야만 되는 모양이다.
높이라야 15∼50㎝정도인데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꽃의 색깔때문이다.
쪽빛인 이꽃의 색깔이야말로 선망하는 가을하늘 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좋아한다.
이 닭의장풀이라는 촌스런 이름에다가 더 촌스러운 달개비라는 이름이 또 있다.
어릴때는 간이 나빠져서 복수로 배가 볼록해진 사람에게 이것을 달여먹이는 것을 보았다.
결국 그 옆집아재는 세상을 버렸지만 풀 전체를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 잎과 줄기는 식용으로 한다고 하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
이 닭의장풀 꽃은 염색용으로 쓰이는데 잘 염색을 하면 코발트빛이 된다.
또 이꽃의 특징이 인간의 가까이에 항상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밭이나 길가에 주로 나는데
깊은 심심산골에는 잘 없다.그래서 더욱 정겨운 놈이다.
여전히 촌스러운 이름이기는 하지만.....'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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