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詩- 주민세를 내는 이유
    작은詩集 2006. 3. 7. 22:03

     

     

     

    주민세를 내는 이유.


     

                                 김  대  근

     

    짧은 악몽에 가위눌려
    놀란 심장을 안고 새벽에 깨어나
    누구를 만났던 일이나
    무엇을 깨트린 일이나
    무었을 먹었던 일이나
    그냥 막연하게
    지난 일들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있다.

     


    오래전에 태평양을 건너서
    더 오래전에 어딘가를 건너서
    이제는 해변으로 밀려와
    까르륵~ 까르륵~ 몽돌을 만드는
    거친 파도의 포말처럼
    하얗게 잃어버린 이름.

     


    김...대...근
    金...大...根
    또렷하고 분명하게
    지금은 잃어버린 내이름을 찾고싶다.

     


    김..차..장..김..차..장..님..
    반..디..불..반..디..불..님..
    T..U..J..D..S..5..T..U..J..
    형..씨..아..저..씨..
    아..빠..여..보..상..아..아..빠..
    5..0..2..호..아..저..씨..

     


    김차장서류..반디불네개구리...
    TUJ무전기...TUJ차...

     


    많은것들이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것이어서
    적어도 아버지가 지어준 내이름 석자의
    귀하디 귀함을 뼈속이 얼얼하게 느낀다.

     


    김...대...근
    金...大...根
    또렷하고 분명하게
    이제는 빛이 바래진 내이름을 찾고싶다.

     


    김...대...근
    金...大...根
    또렷하고 분명하게
    내이름을 불러주는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때 뿐이다.
    그래도 아직은
    돌에 초서체로 새겨지지 않음을
    고맙게 느껴야 한다.
    김...대...근...님...이라고 불러주는
    동사무소도 고맙게 느껴야 한다.
    나는 주민세를 낸다.
    김...대...근..이 세글자 값으로
    나는 주민세를 낸다.

     

                (2004.7.21)

     

    '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사랑이란  (0) 2006.03.08
    詩- 공돌이의 삶  (0) 2006.03.07
    詩- 구례 사성암에서  (0) 2006.03.07
    詩- 닭의 장풀  (0) 2006.03.07
    詩- 메꽃  (0) 2006.03.0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