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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視線)
    이런저런 이야기 2006. 12. 15. 15:28

     

    시선(視線)

     

     

     

    오랫동안 택시를 몬 사람은 남녀손님을 태우고 5분만 지나면 '부부'인지 '애인(불륜)'인지를
    알아 본다고 한다.


    나는 어쩌다가 이용하게 되는 택시를 탈때 꼭 조수석에 앉는다. 택시라는 게 합승없이는
    사납금 맞추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고 혼자 타면서 뒷자리 전체를 차지할
    염치도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택시기사와 좀더 커뮤니티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나름 작용하는데 하루종일 수많은 종류의 인간군상들을 접하는 그들로 부터 듣는 세상의
    이야기들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갔을때 잠깐 택시를 이용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남자들 공통의 주제는 정치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요즈음은 대부분
    海東武林의 武王인 무현제(武玄帝)에 대한 성토가 대부분이다. 나는 정치이야기는 무척
    싫어해서 자꾸 이야기의 물꼬를 돌리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정치 이야기는
    열받기 쉽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보았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별 소득도 없다.


    40여분동안 짧지 않는 장거리 손님인지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다가 불륜의 이야기가
    나왔다. 남녀가 같이 택시를 타는 경우는 대부분 불륜 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찌 그리 단정하느냐고 했드니 그는 5분만 운행하다가 빽미러 서너번 보면 척 안단다.


    "그게 말입니다... 빽미러로 딱 보면 시선을 서로 피하며 이야기 하는 커플은 백이면 백
    정상적인 부부란 말입니다... 그런데 서로 시선 딱 맞추고 이야기 하는 커플은 대부분
    애인관계란 말입니다... 하 하 하"


    시선을 마주친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끼리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의 수단일 것이다.
    어떤 바람둥이의 (그 사람의 이름이나 나와의 관계를 밝힐수는 없다. 꽤 속이 좁은
    편에 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팔면 나와는 상종을 안할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빌리자면
    상대편의 눈이 가는 시선을 잘 관찰한다고 한다. 별로 호감이 가지 않은 주제에는 시선이
    다른데 가있다가 관심이 가는 이야기는 담박 시선이 자신의 눈빛과 마주쳐 진다는 것이다.


    또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 시선을 교환하느냐에 따라 작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니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선의 교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동물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개들도 시선의 교환을 통해 그 사람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지 아닐지 판단하는 모양이다. 몇년전 회사의 기숙사에 6개월 가량 있었는데 그때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기숙사 부근에 커다랗고 사나운 개를 다섯마리나 키웠다.
    새벽이나 심야를 가리지 않고 짖어대는 바람에 잠을 못이룰 지경이였는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니 한마리도 남김없이 도둑을 맞았다.


    개들은 개장수를 알아 본다고 한다. 아무리 목욕을 하고 새옷을 입고 향수를 뿌려도
    개들은 자신을 잡아갈 개장수만은 알아보고 꼬리를 내린다고 하니 개장수의 살기같은게
    눈에 서려 있어서는 아닐까 생각된다.


    눈싸움을 해서 이겨본 적이 별로 없다. 아마도 너무 감성적이여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상대편이 "나를 싫어하는가?"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할 것이다. 결코 그런 것은
    아닌데도 늘 시선을 교환하는 일에는 서투른 것이다. 가부장적 제도에서 살아온 많은
    이 땅의 사람들이 그런 서투런 눈짓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눈마주치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그도 만만치 않다.밀양땅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노름을
    많이하느라 밤에 산길을 많이 다니셨던 우리 외할배가 생전에 말씀하시기를 여우가
    사람을 홀릴 때는 사람을 빤히 보면서 혼을 뺀다고 하는데 눈 마주치는 연습하다가
    여우한테 혼이라도 뺏기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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