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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小雪)
    이런저런 이야기 2006. 11. 23. 10:28

     

    첫 서리와 첫 얼음

     

    어제는 소설(小雪)이였다. 첫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라는

    의미의 입동과 대설 사이의 절기를 말한다.

     

    절기라는 것이 누적된 경험에 의해 정해진 것이니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지역적으로도 기후현상이 다르기에 꼭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음력을 기준으로 생활하던 옛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농사의 기준으로

    절기를 사용했고 절대적으로 의지하기도 했다.

     

     

    소설(小雪)날 첫 서리가 내렸다. 입동이 지난지도 보름이 흘렀는데 첫서리가 이제 내렸다.

    혹여 모르겠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렸었는지도....

     

    그러나 내가 본 올해 첫서리는 어제 본 것이다. 회사 화단에 피어난 장미꽃잎이 첫서리를

    맞아서 한껏 풀이 죽어있다.

     

    장미란 왠지 나약해 보여서 보호해주고 싶은 꽃이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적인 꽃이다.

    야생에 사는 장미가 있다고 하는데 장미의 야생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만큼 장미란

    사람의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꽃이다.

     

    장미꽃잎에 하얗게 내린 서리에 고개숙인 장미가 애처롭게 보인다.

     

    우리 회사와 담을 잇대고 있는 과수원 박씨는 오늘부터 분주할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집의

    사과는 서리를 맞고나서 따야 맛이 제대로 드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입맛이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뜨거운 동태국물이 시원해 지는 그 맛~ 얼큰하게 매운 맛이 칼큼한 맛이 되는 그 맛~

    떫은 탄닌의 감맛이 자꾸 땡기는 그 맛~들의 영역이 새롭게 개발되는 것이다.

    젊은 날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맛의 영역이 나이를 들면서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도 박씨네 과수원에 서리가 내리기를 기다렸으니 다음주쯤에는 한 박스 사서

    들여 놓아야 겠다.

     

     

     

    우리 속담에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아직 거두지

    못한 가을걷이를 독촉해서 마무리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까?

     

    올해 소설(小雪)은 첫 얼음을 얼렸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우리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따뜻해져서 예전처럼 혹독하게 춥지는 않으리라고 한다. 실상 겨울이 추워질수록

    다음해 농사는 풍년이 든다. 혹독한 추위는 논이나 밭에 숨어 있는 해충들을 죽여서

    개체수를 줄여놓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더울때는 더워야 여름맛이 나고 추울때는 바짝 추워야 겨울맛이 난다.

    젊었을때 느끼지 못했던 피부로 느끼는 이런 맛의 영역도 중년이 되니 저절로 터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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