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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뚜라미소리에...
    이런저런 이야기 2006. 3. 3. 01:33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귀뚜라미소리에...  2003-08-08 오전 9:05:50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밭이 3개가 휑하니 빈 밭이 되었다.


    무엇을 심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수확이 끝났고 오늘 아침 땀흘리며 깨를
    베고 있는 밭이 하나..회사 조금 못미쳐서 수수밭도 언제 수확이 끝난는지 빈밭이다.
    옛날에는 수수는 첫째 수수떡이나 전으로 해먹기도 했지만 한해동안 빗자루걱정은
    안할정도로 가지째 말렸다가 빗자루를 엮어서 쓰고 수수대는 수수깡이란 이름으로
    어린날의 공작재료였다. 안경도 만들고 잠자리도 만들고....


    어젯밤에는 요즈음 블로그만드는 재미에 빠져있는 작은딸이 불쑥방으로 들어와서
    방에서 자꾸 매미소리가 들린단다.
    열어둔 베란다창문으로 매미가 들어 왔나보다고.... 가만히 다른소음을 배제하고
    들어보니 귀뚜라미소리다.
    그러면 그렇지..매미소리야 얼마마 큰데 방에 있는 내가 못들었을리 없는데..
    아하~~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매미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도 구분을 못하다니 무언가
    가르쳐야할것을 가르치지못한것처럼 아쉬움이 생긴다.


    나는 어릴때 여치소리를 제일로 좋아했다. 여름이면 밀짚..보리짚으로 이쁘게 여치집을
    만들고 여치를 잡아다가 넣고 며칠은 여치소리를 들어며 마루바닥에 엎드려서 낮잠이
    들곤 했었는데...


    가끔씩 두어개씩 만들어서 학교에 가져가면 선생님이 교탁위에 매달아두고 우리교실에는
    한 며칠은 여치소리가 울리곤 했는데 여치소리는 매미처럼 시끄럽지 않고 우리 귀에 딱
    알맞다.
    한번은 만덕이라는 곳에 붉은벽돌공장이 있었고 그 사장집의 딸애가 우리반이었는데
    어린 내가 보기에도 정말로 예뻣다.
    마치 고등학생이나 어른같은 얼굴윤곽을 가지고 있었는데 300여명의 국민학교(초등)
    동창들중 유일하게 얼굴이 생각나는 친구이기도 하다..


    서울 어딘가에서 전학와서 딱 1년 같은 반이었는데 하도 여치집을 신기해 해서 하나
    만들어서 (물론 최고로 정성껏 잘만들었다..) 선생님 사택뒤의 풀밭에서 여치 한마리
    잡아넣고 물외(오이를 그때 사투리로 물외라고 불렀다) 조각까지 넣어서 주었다.
    가지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책상위에 쓱 올려놓고 머쓱하게 자리로 돌아오는게
    고작이었지만...그덕에 한동안 얼레리~ 꼴레리의 주인공이 되기는 했지만...


    다음날 책상위의 한켠에 놓아둔 그 애의 여치집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가만히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물끄러미 본다. 나는 외면하고 만다.
    아마 여치가 죽었나보다... 우리들은 그런건 그냥 학교에 두고 간다.
    그런데 그 아이는 서울내기라 아마 가방속에 넣고 갔다가 넣고 왔으니 죽을밖에...
    `빙신같은기~` 속상한 마음에 해보는 독백이다.


    방학이 되면 으례 최소한 5개이상은 만들어야 수요를 충족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맛이 없다. 자연을 가르쳐주지도 못하고 가르쳐준다고
    노력을 나름대로 하여도 그게 그냥 겉만 훓는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외우는 공부로 인한 우등생보다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니고 다양한
    부분에 관심을 갇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 원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게 자녀교육이다. 신문에 과외다..성적이 어떻다 나오면
    왜저러냐고 성적이 무었이라고 다른 더 많은 경험과 응용을 가르쳐야지 열변을
    토하면서도 막상 자식의 성적표에 성적에 속 상할때가 많다.
    자식에게만은 이성적이 될수 없나 보다. 우리 부모도 마찬가지 였겠지만...


    오늘이 입추(入秋)라고 한다. 비어가는 들판은 또 다른 의미로 풍족의 상징일수 있다.
    농부에게 있어서 가을만큼 기다려지는 계절이 어디 있겠는가...
    올 가을에는 애들과 같이 수확을 끝낸 논바닥에 나가서 이삭을 줏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그걸로 찐쌀을 만들어 겨울의 간식거리로 하면 손톱만큼의 자연의 정기가
    우리 아이들 폐속에 스며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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