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특수폭행죄..
    이런저런 이야기 2006. 3. 16. 00:09

    내일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는 인도다.
    불교를 신봉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인간정신 사상의 대부분 원천이 인도라서
    더욱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인도의 근대적 성인이라면 역시 간디를 들수 있을 것이다.
    비폭력 저항...말이 쉽지 이것만큼 인간에게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사상도
    드물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가 위대한지도 모르겠다.


    며칠전 대형 마트에 갔다가 DVD로 나온 간디가 보여서 구입해서 가지고 다니다
    어젯밤에는 모텔방에서 잠도 오지 않아 보기 시작해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던 탓에 다른 날보다 좀 늦게 일어났다.


    6시 40분에 맞추어진 알람을 무시하고 자는데 전화가 왔다.
    7시 30분...이른 아침인데 이 시간에 전화를 한 사람이 밉기는 하지만 받는다.


    "여기...우체국인데요.."
    041로 시작하는 번호라 아산우체국이라는 것을 안다. 하긴 체부는 내가 지금
    머나먼 포항으로 출장을 와있는줄 모를 것이다.
    그래도 아침 7시 30분에 전화는 심상치 않다.


    "법원에서 특송이 와서요...회사로 가져다 드릴까 해서..."
    "법원요?..어느 법원에서..."
    "아..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온거네요.."


    나는 1년에 7만에서 8만키로정도 차를 타다 보니  과속단속 카메라에 자주 찍힌다.
    그래도 벌금은 꼬박 꼬박 내는 편인데 워낙이 숫자가 많다보니 아마 잊은게 있나?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친다.
    그래도 확인 할것은 해야 겠다 싶어서 주소를 물었다.


    "주소가 어디로 되어 있어요?"
    "선장면 죽산리...."


    죽산리면 우리 회사가 있는 주소가 맞다. 그래서 다른 의심은 들지 않았다.


    오후 3시...
    부하직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부장님..저 정과장인데요...저기 법원에서 우편물이 왔는데요?"
    "아..그래..그거 아마 교통범칙금 안낸게 있는가 보다..그래서 온걸꺼야...
    그래도 한번 뜯어봐...얼마짜린데 법원까지 갔나 봐..."


    잠시후...부하 직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이건...그게 아닌데요....."
    "그럼 뭐야? 생각나는게 없는데...일단 뭔지 한번 읽어 봐.."


    갑자기 마른 침이 넘어 간다. 중학교때 길에서 줏은 돈봉투 신고하러 한번 간
    이후에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파출소...
    아니구나..범칙금 딱지 끊으러도 갔었구나..
    그래도 그 이상의 나쁜짓으로는 한번도 가본적 없는데 법원에서 특별송달로
    우편물이 왔다는 것은 보통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다.


    "공판날짜는 3월....."


    날벼락 같은 이야기다. 공판이라니...지은죄도 없는데 왠 공판이라니..
    갑자기 뒷골이 무지근해 온다. 혈압이 오르고 있다는 증거다.


    "죄목이 뭐래..그것부터 읽어봐..."
    "폭행인데요? 특수폭행....가중처벌...."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와이프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안 때린다. 때려본적도 없다.
    흔히 부부싸움을 하다가 와이프에게 손찌검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결혼한지 19년 동안 단 한번도 그런적 없다.
    큰 아이..둘째..셋째...이렇게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종아리 한번 때려본적 없다.
    그런 나에게 폭행..그것도 흉기로 사람을 때렸을때 적용되는 특수폭행 이라니...


    "그래...알았다...일단 내가 갈때까지 잘 보관해라.."


    그리고 다시 부하직원으로 부터 전화가 올때까지 서너시간은 그야말로
    머리가 복잡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비붙은 적도 없는데....
    혹시 내가 술을 많이 먹어서 필름이 끊겼었던 적이 있었나...
    몇달째 출장이 잦아서 내가 사는 아산에서는 술 먹은 적도 없는것 같은데...


    3시간이 지난후....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부하 직원이였다.


    "부장님...제가 천안지원에 전화해봤는데요...잘 못 온거랍니다..
    부근에 전혀 다른 사람인 동명이인이 있다네요...집배원이 착각을~"


    워낙이 우편물..택배등이 많이 오는지라 아예 김...대..근... 이 세글자가
    집배원의 머리에 인이 백혔나 보다.
    우리 회사주소는 죽산리 329-11인데 이번 사건의 주인공...또 다른 김대근씨의
    주소는 죽산리 산 3-3.....


    나를 그렇게 또렷히 기억해주는 집배원...핸폰 번호까지 외우고 있는 그...
    나를 기억해주는 그가 나는 고맙다...가슴 졸이긴 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산다는 게...  (0) 2006.04.19
    나의 사진기 편력  (0) 2006.04.19
    귀뚜라미소리에...  (0) 2006.03.03
    추억의 옥수수밭  (0) 2006.03.03
    이즈음의 출근길  (0) 2006.03.0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