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이즈음의 출근길 2003-08-05 오전 11:14:27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아파트 현관를 나서면 일층에 사시는 할머니가 심어놓은
봉선화가 빛깔좋게 피어 있다. 그 옆에는 맨드라미도 피어있다.
우리아파트 입구의 경비실옆에는 이즈음 가장 색깔이 선명한 자귀나무꽃이 있어서
우리가 지금 여름의 문턱을 지나 있음을 알게 해준다.
회사로 가는 대로변에는 시에서 심어놓은 페튜니아가 그 빨간색을 아침공기에
뱉어내고 있고 금잔화는 화분에 담기어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
집에서 나와 차로 5분정도 지나면 교외의 티가 날 정도로 한적한 길이 되는데
늘 지나치는 부도난 공장의 담에 접시꽃이 주인없는 공장을 지킨다.
그 앞에 오늘보니 철이 일러도 한참을 이르게 코스모스가 몇송이 피어있다.
환경탓인지 아직 피어서 안될놈이 너무 일찍 피었다.
이제 삼거리를 지나면 회사까지는 완전한 시골길이다.
여기서부터 처음 만나는 놈이 개망초 군락과 달맞이 꽃이다. 둘다 외국에서
들어온놈들인데 지금은 거의 이놈들이 영토의 주인이 되었다.
개망초는 자세히 뜯어보면 이쁜데가 있는데 달맞이 꽃은 이쁜데가 없다.
그곳을 지나면 전국으로 소문난 인취사 백련밭이 있는데 800평의 연밭에
절반은 연밥으로 절반은 하얀 연꽃으로 머지 않아서 가을이 오리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자연의 시계는 대체로 정확하다.
연꽃밭의 둑에는 크로바라 이름지어진 토끼풀이 한무더기 늦게 꽃을 피워있는데
이즈음이면 크로바꽃은 서서히 지는 분위기인데 이 놈들은 이제 한창이다.
조금 더 가면 새로만든 인삼포와 봄에 벚꽃터널이 장관인 농장을 지난다.
길옆에 있는 보신탕집의 정원에 딱 한송이의 장미가 피어있어서 풍경의 엑센트가
되어 있다.
농협창고를 지나서 이쁘게 지어진 과수원집에는 봄에 피는 수국이 아직 두송이
정도 남아서 빛바랜 봄기운을 풍기고 있다. 철길을 건너야 한다.
장항선...왠지 철길은 복선보다는 단선이 더 낭만스럽다. 비오는 시골의 철길건널목...
기름먹여진 침목위로 빗방울이 떨어져 튀면서 하루의 바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철길을 건너면 메꽃이 보인다. 어린시절에 먹을 것도 지지리 없던 그 시절에 학교를
파하고 집에오면 호미와 대나무소쿠리를 챙겨서 들에 나가 메뿌리를 한소쿠리 캐서
짚에다 대충 딲아 먹던 궁벽한 추억이 생각나는 꽃이다.
잎사귀는 푸성귀대신 보리밥을 싸서 된장찍어서 먹으면 보리밥과 된장만으로 한끼를
때우던 그 궁벽함이 요즘은 한약방에서 약으로 쓰인다니....
우리 애들한테는 메꽃이라고 가르켜주어도 분홍색 나팔꽃으로만 기억하는 메꽃을
지나면 강원도 두메가 아니면 보기힘든 수수가 어른키보다더 훌쩍 자라서 여물어갈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이 수수밭을 지나서 커브를 돌면 비오면 항상 물안개를 피워 올리고 있는 낚시터와
회사정문이 함께 보인다. 정문을 들어서서 경비의 목례를 받으면 이제부터 생활이다.
치열한 생활속으로 들어오는 그 경계..
내일도 되풀이되는 그 경계에는 오늘은 유난히 빛깔이 좋아보이는 나리꽃과
쓰레기통이 함께 있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뚜라미소리에... (0) 2006.03.03 추억의 옥수수밭 (0) 2006.03.03 며칠간의 고통 (0) 2006.03.03 선배님! 퇴근 안하세요? (0) 2006.02.21 슬픈 발렌타인 데이~ (0) 200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