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놈아! 욕심이 과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2006. 10. 23. 13:15

     

    이놈아! 욕심이 과했다.


    주말에 친지의 결혼식이 있어서 경주를 갔다가 결혼 19주년 여행을 겸하여 백암,
    예천등을 다녀오면서 안동에서 사과를 한봉지 샀다. 가을 가뭄이 심한 탓인지 서리를
    맞지 않았는데도 제법 단맛이 감돈다. 이제 곧 서리가 내릴것이다.


    요즈음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추워져서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불을 끌어 당기게 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보일러부터 켜서 방바닥의 온기를 더해야 한다. 예전같으면 이맘때는
    사라지고 없어져야만 할 모기들이 극성이다.


    여름보다 더 극성인지라 방의 구석진 곳에 뿌리려고 모기약을 사러 슈퍼에 갔더니 주인의
    말이 오히려 여름보다 모기약 매출이 많다고 하니 기후가 변하는 탓인지 모기들이 진화를
    한 것인지 아리쏭하기만 하다.


    그래서 요즘도 밤에 잠들기 전에 훈증식 모기향을 켜고 잠이 드는데 어젯밤에는 먼 여행의
    여파가 좀 있었던 탓인지 깜빡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인듯 생시인듯 시간이 흘렀다.


    사람보다 모기가 솔직하다. 모기는 "앵~~~"하는 날개짖 소리로 내가 지금 너를 공격하겠다
    라고 경고라도 해 주니 아무런 경고없이 헤코지하는 인간보다 백배는 솔직하다.


    그런 "앵~~~"하는 소리가 계속 귀를 괴롭힌다. 바깥으로 노출된 손등이 근질 근질하다.
    아마도 모기란 놈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하는가 보다 생각하지만 몸의 무게는 이미 천근이라
    움직이는 것 조차 싫다. 옆에 누은 와이프도 모기들의 공격에 대응하는지 꽤나 뒤척인다.


    그런 뒤척임의 시간이 좀 흘렀다.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와이프가 한마디 했다.
    "아이고~ 이놈의 모기들..."
    이 이야기 속에는 나에게 모종의 조치를 취해달라는 압력이 좀 숨어 있는듯 하다.
    "쬐끔 먹고 배 부르면 조용해지겠지... 뭐..."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은 내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데 요구하는
    측의 입장을 먼산 불 보듯 어물쩡 넘겨 버린다.


    다시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다시 "앵~~~"하는 소리가 이번에는 양쪽귀에서 들린다.
    그리고 마침내 울리는 핸드폰의 알람소리가 나를 자극했다.


    "에이~~~씨..."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머리맡 하얀 벽지에 붙은 놈부터 눈에 들어 왔다.
    '철퍼~~덕'하는 소리와 동시에 손바닥에는 녀석의 시체가 벽에는 그놈의 피가 시뻘건
    자죽을 만들었다. 아니 그놈의 피는 아니다.엄밀하게 따지면 나나 와이프 둘중의 하나
    이거나 아니면 절반씩 섞인 피일 것이다.


    "저어기~~ 저~어기..."
    와이프가 가르키는 곳에도 한마리가 장물을 운반하느라 느릿 느릿 날고 있다. 이놈은
    얼마나 포식을 했는지 제 몸집의 삼분지이를 불룩해진 배가 차지 했다. 이놈도 두손을
    박수치듯히 압사시키고 도둑맞은 내 피를 회수했다. 회수를 했지만 도로 몸속으로
    넣을 수 도 없는 노릇이니 휴지로 닦을 수 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왕에 빨린거
    그냥 두었으면 좋으련만 30분쯤 더 즐길 아침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한번 배 부르게 빨고 나면 어디 구석진 음침곳에서 쉬던가 하면 나도 굳이 희망이 솟는
    이 아침부터 살생하고 싶지는 않지만 욕심껏 먹고도 또 달겨드니 어쩔 도리가 없다.


    '철퍼덕~~'
    "저기~ 여~~기... 저기 천정에...."
    '퍽!'


    오늘 아침에 내외가 합작으로 때려죽인 놈들이 도합 여섯이다. 그중 세놈은 천정에
    앉았다가 수평을 잘 잡아 던진 책에 깔려 죽은 놈들이다. 납작해진 그들의 시신은
    천정에 그대로 무늬가 되었다. 나머지 세마리는 와이프와 내손에 의해 공중에서
    벽에서 유리에서 그렇게 시뻘건 장물만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그저 알 낳는데 지장 없을 정도로 먹고 살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살았을지도
    모르는 놈들이다. 아니 두번이나 세번 정도까지도 용서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나 미물이나 자신을 망치는 일은 욕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놈들이 입을 댄 귓등이 가렵다. 이 글을 치는 손등도 가렵다. 어깨죽지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