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끔찍한 사랑, 사마귀의 교미
    꽃과 곤충 이야기 2006. 9. 20. 16:26


    끔찍한 사랑,  사마귀의 교미

     

     

     


    가을이 되면 우선 달라지는 것이 아침안개다. 특히나 근무하는 회사는 낚시터를
    지방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안개가 자주 낀다.
    운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 안개란 것이 참으로 신경쓰이고 성가시지만 그래도
    가을의 운치를 즐기기에 안개만한 것이 없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부산하게 출근준비를 하고 아파트의
    계단을 내려 오는데 복도의 열린 창문으로 여치 한마리가 들어와 벽에 붙어 있다.


    "아차! 그 놈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젯밤에 자신의 생명을 다한 것일까?"


    갑자기 발걸음이 바빠졌다. 퇴근하면서 잊어버렸던 그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아침출근 시간때마다 챙겨듣는 mbc 손모 아나운서의 방송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그가 죽었을까? 아니면 도망을 쳐서 살아 났을까?에 오로지 집중돼
    단숨에 회사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는 아침체조가 시작되기전 쪼르르 풀섶으로 달려갔다.
    어젯밤의 기억을 되살려 풀섶을 기웃거렸더니 어젯밤의 풍경과 달라진 점은
    그가 무사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올 여름내 며칠에 한번씩 눈을 마주친 녀석이다. 아마 한달전쯤에 찍었던 사진인데

    그때는 주변의 색에 맞추어 연한 녹색으로 변장을 했었다.

     

    어젯밤에 보았던 모습은 갈색으로 치장을 했고 암놈은 오히려 회색빛으로 치장을 해

    잠시 혼란 스러웠다. 그렇지만 물고기도 그렇고 새들도 교미기에는 혼인색을 띤다고

    하지 않던가. 아마도 사마귀들도 혼인색을 띠고 있는듯 했다..가장 정직한 빛깔~

    가장 정직한 빛깔은 아무래도 아난듯 하다. 서로 잘보이려는 색일테니 그렇다면

    차라리 최고로 가식적인 색이라고 해야 겠다.

     

    두어달 나하고 간간히 눈을 맞추었던 놈이니 어찌 안부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의 결혼을 축하해주어야 하지만 그의 결혼이라는게 불과 몇시간의 시한적 사랑에

    목숨을 담보로 한 아슬 아슬한 것이니 말이다.


    그는 다행히 끔찍한 사랑놀음에서 무사히 살아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기로 사마귀는 입추와 처서를 지나면 특이한 냄새를 뿜어내어
    숫놈 사마귀를 유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숫놈이 찾아와 교미를 시작하면
    아주 오랫동안 자세를 잡고 4~5시간동안 교접을 한다고 한다.


    다들 잘 아는대로 교미가 거의 끝나가면 암놈은 숫놈의 머리부터 천천히
    먹는다고 한다. 머리를 잃어버린 숫놈은 그래도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
    일에 열중한다고 한다. 내가 알고있는 사마귀의 습성이다.
    그래도 가끔은 재빠른 숫놈들은 이 위험한 사랑놀음에서 탈출해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젯밤 시내에서 모임이 있었다. 집에 갔다가 나오기도 뭐하고 마침 밤도
    잘 여물어 가는 철이라 회사에 남아서 사진기를 가지고 풀섶으로 갔다가
    교미를 막 시작 한듯한 사마귀 한쌍을 보았는데 길게는 5~6시간걸린다고 하는
    그들의 사랑행각을 지켜볼수 없었다.


    사마귀는 영어명이 [mantid]이다. 사마귀목(―目) 사마귀과(―科에 속하는 데
    전 세계적으로 2,000여종이 있다고 한다.
    사마귀는 살아있는 곤충만 먹고 사는 아주 포악한 곤충이랄수 있는데 먹이를
    마치 바이스(vise)라는 공구처럼 생긴 다리로 잡는다.


    또 사마귀는 변신의 천재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녹색이나 갈색 나뭇잎, 마른 잎,
    가는 나뭇가지, 지의류(地衣類), 선명한 색채의 꽃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을 한다.
    교미후 암놈은 200여개의 알을 낳는데 꽁무니를 풀줄기나 나무줄기에 문지르며
    거품을 뿜어내고 그속에 알은 낳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품은 발포스티로폼처럼
    딱딱하게 굳어 따스한 알집 속에서 겨울을 나게 한다.


    사마귀는 번데기의 과정을 뛰어넘어 바로 우화하는 불완전 변태를 한다.


    사마귀는 곤충중에서도 사람에게 굉장한 거부감을 주는데 따라서 신화나 전설도 많다.
    사마귀의 갈색 타액이 눈에 들어가면 장님이 된다거나 말이나 노새가 사마귀를 먹으면
    죽는 다는 믿음이 서양에서 전해지기도 한다.


    'mantis'라는 영어 이름도 '점쟁이'라는 뜻인데 사마귀의 초자연적 힘을 믿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붙였다고 한다. 그외에도  'devil's horse'(악마의 말), 'mule killer'
    (노새 살해자) 따위의 다른 이름도 있다.

     

     


    교미후에 숫놈을 잡아 먹는 이유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임신의 영양보충을
    위해서라는 말도 있고 움직이는 모든것을 먹이로 간주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게다가 사마귀는 숫놈이 암놈에 비하여 몸집이 상당히 작다. 그래서 좀더 암놈에게
    잡아 먹히기 쉽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할때 사마귀 새끼들은 어릴때 서로
    잡아먹으며 자란다고 하니 사마귀 세상에서는 동족을 먹는 일이 다반사인 모양이다.


    아뭏던 아침에 도망친 숫놈을 보니 괜히 반갑다. 그는 사랑의 성취와 생명의 연장을
    동시에 얻은 것이다. 그러나 교미를 마친 숫놈도 알을 낳을 암놈도 그들에게 남은건
    꺼져가는 목숨 뿐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