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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날
오늘 내 마음은
빵구난 물동이다.
철..철..철~
몇년 담아 두었던
모든것 다 빠져 나갔다.
내 마음속
좁은 소갈머리에
이리도 많았었구나.
3년전
2년전
1년전
한달전
그리고 어제까지
그렇게 지나간 흔적들이
이리도 많았었구나.
몇날 생각끝에
버려두기로 했다.
진액까지 모두 빠져버려
빈동이로 남을 때까지...
**************************************************************지난 한 주는 참으로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였나 보다.
40년지기 어금니를 보낸데다가 잇몸상태가 너무 안좋아 전반적인 스켈링을
하고 다시 며칠만에 한번에 4개씩 다시 잇몸치료랍시고 마취해서 긁고 갈고
하느라 우선은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사실 어릴쩍부터 나는 잇빨을 빼는 것에 일종의 알레르기가 있다.
우리 할매가 나 어릴쩍에 흔들리는 잇빨을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면서 실로 묶고
실을 늘여서 문고리에 묶을때 나는 무슨 재미있는 놀이인가 했었다.
갑자기 당나귀 뒷발치기 하듯 우리 할매는 뒷발로 문을 박차버렸다.
갑자기 내 입속에서 뚜둑~하는 소리와 아픔과 빨간 선혈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 이후로는 이빨만 빼자하면 줄행랑부터 쳤다.
그래서 치과 근처에도 안갔는데 태어나 4번의 치과 나들이에 어금니를 보냈다.
그러니 치과의 의자에 앉으면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웅~ 하는 기계로 이빨을 갈고 잇몸을 긁고 할때는 정말 지옥을 경험하고는 한다.
이렇게 치과를 다녀온 날은 나도 모르게 끙끙 앓기까지 하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장거리 출장도 좀 있었다.
내가 운전을 시작하고 아마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만한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윈도우브라쉬를 최대한 빠르게 해도 앞이 잘 안보이던 때에 고속도로에서의
휘청거림은 그후 며칠동안 왼쪽 어깨를 뻐근하게 하고 있다.
출장가서는 울산에 있는 친구를 찾아서 밤새 술을 퍼마셨다.
비오는 밤이라 술이 더 받는지 누구 할거 없이 대취하고 말았다.
찜질방에서 뜨거운 열기에 의지해서 술독을 빼내는데 몸 상태가 상태인지 호락
하게 빠져주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토요일에 다시 포항으로 와서 일을 보고 고속도로로 올렸다.
종일 내리는 빗속의 운전은 고달팠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일이 많은 주의 일요일에 기말시험도 있었다.
지난 학기까지는 시험 이주일전에는 술도 끊고 출장도 가능하면 자제하면서
시험공부를 벼락치기로 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그럴 사정이 못되었다.
그러니 출장으로 운전을 하는 중에도 늘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사실 논문식 시험은 자신이 있다. 요점만 외워서 뼈붙이고 살붙이고 하면 대부분
만점이거나 만점 부근의 점수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 4지선다형으로 컴퓨터 펜으로 마킹을 하는 시험은 장난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공부가 안되면 아무것도 안되는 것이나 같다.
일요일...
어쨋던 시험을 쳤다. 그래도 맹탕은 아니였던지 학기초 중간고사칠때 제법 빡시게
공부한 탓인지 그럭 저럭 보고 나왔다.
월요일...
허랑하다. 긴장이 풀려버린 탓인지 종일 멍한 기분이다.
게다가 그 마의 잇몸치료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얼마나 알뜰히도 괴롭히는지 저녁에
집에 오니 온 몸이 쑤시다 못해 아프다.
내가 몸살을 앓아서 허랑히 누워 있었던게 한 3년은 족히 된것 같다.
그 이후로 이렇게 컨디션이 최저인 적이 없었다.
자리를 펴고 누을 정도도 아닌데 종일 기분이 멍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하얗고 빨간 알약 몇개의 장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왜 이럴까? 왜 이럴까? 하다가 그냥 버려두기로 했다.
며칠 지나면 나아 지겠지..차라리 이번에 있는 대로 모두 비워 보리라.
진액까지 모두 비워져 속이 터~엉 비면 햇발 좋은 양지에 내놓아 잘 말려서 검지로
퉁겨서 탱~탱~ 소리 날때쯤 새로운 무었으로 채워 나가야지.'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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