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詩- 떨어진 능소화
    작은詩集 2006. 2. 20. 20:47

     

     

     

    떨어진 능소화


    밤눈 어두우면
    마실 나서지 마라.


    이렇게 좋은 세상
    온갖것 여물어 여름도 끝자락
    떨어져 버린
    그 서러움, 하늘만 한데
    짓밟혀 뭉개진 능소화.


    나도 한때는
    관능이 진액처럼 질질 흐르는
    바람에 흥겨운 꽃이였느니.


    밤눈 어두우면
    밤 마실 나서지 마라.

    --------------------------------------------------------------------

    옛날 옛날...그것도 그냥 옛날이 아니라 일어난 모든 일들이 전설이 될만한
    오래전 중국의 이야기 입니다.

     

    궁녀가 되기 위해서는 귀족 집안의 딸이어야 할 정도로 미색을 겸비한 궁녀가
    많고 많은 곳이 구중구월이기도 하지요.
    그 구중궁궐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더랍니다. 어느날 왕의 눈에 뜨이게 되어
    오뉴월 잎새 흔들듯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궁녀에서 빈이 되었더라지요.

     

    그래서 어느 한곁에 궁이 마련되었으나 왕은 또 다른 궁녀에게 황공무지로운
    은혜를 내리기에 바빠서 소화의 처소를 한번도 찾지를 않았다지요.

     

    어린시절 궁에 들어와 처음으로 여자가 된 소화는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마냥 왕을 기다렸지요.
    모든 남자들이 여인의 귓불에 속삭이는 "너만을~ 너만을~"을 기억하며....

     

    혹시나 왕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넘어다 보며 서성이고 기다리고,혹시 나인들의 발자국 소리도 왕의 발소린인가
    싶어서 가슴조리고...  그렇게 아픈 기다림의 세월은 흘러가고 말았지요.

     

    어느 여름날...그래요..그때도 매미가 울었겠지요.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 소화는 마침내 마음병이 깊게 들어서 마침내는
    미련만 세상에 남기고 생명을 마감하고 말았지요.

     

    왕자나 공주를 생상치 못했고 단 한번의 지나가는 바람같은 은혜를 입은것에
    불과했던 소화는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한 애닮픈 유언을 남긴채 한많고 �은 생을 마감했지요.

     

    이듬해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사람들은 능소화라 불렀답니다.

     

    능소화는 동백처럼 떨어질때도 추하지 않습니다.
    그냥 통째로 떨어져서 그 고운 빛깔과 형태를 간직한채 의연함을 잊지않는
    참으로 기품이 있는 그런 꽃이기도 합니다.

     

    꽃이 이쁘서 자세히 본다고 눈을 가까히 대었다가는 충으로 인해 눈이 멀수도
    있으니 그 독성으로 인해 더 애절한 아름다움이 있어 보이는 꽃입니다.

     

    회사내에 기숙사가 있습니다.
    기숙사 앞에는 벤취가 있어서 점심때는 밥먹고 앉아서 잠깐의 휴식을 즐기기도
    하는 곳인데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에는 밤 늦게까지 이 벤취의
    주변에서 놀기도 하지요.

     

    아침에 출근하면 으례 공장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능소화가 한참 제 빛깔로 피어
    바람을 꾸며주는 요즈음 같은때에는 벤취앞에는 으례 간밤에 사람들에 짓밟힌
    능소화들이 여기 저기 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슬프고 슬픈 전설을 간직한 능소화....
    이 사연을 아는 나는 짓밟힌 능소화를 줏어다 강아지풀 하늘대는 숲속으로
    보내줍니다.
    왠지 그래야 할것 같아서 말입니다.
    캄캄한 밤에 능소화 핀 담장밑을 지날땐 조심할 일입니다.

    '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경복궁,침을 뱉어리라.  (0) 2006.02.20
    詩- 용미리 쌍석불  (0) 2006.02.20
    詩- 아침을 맞는 달맞이 꽃  (0) 2006.02.20
    詩- Q兄 영전에..  (0) 2006.02.20
    詩- 사랑 앓는 날  (0) 2006.02.2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