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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아침을 맞는 달맞이 꽃
    작은詩集 2006. 2. 20. 18:01

     

     


    아침을 맞는 달맞이 꽃

     


    햇살 오롯하게
    떠오른 아침에도
    내가 꽃술을
    접지 못하는 것은
    아직 서쪽하늘에
    아쉬움으로 지지못한
    반달 때문이예요.

     


    나뭇닢마다
    한방울 두방울
    맺힌 이슬 말라
    가을바람 건들 앉아도
    차마 꽃닢 접지 못한 건
    한걸음 옆 익모초꽃에
    아침이면 찾아 오는 님
    오늘은 나에게도
    들릴지 모르기 때문이예요.

     


    향기도 꿀도 없어서
    벌 나비 잠든 밤에 피지만
    어제 새벽 꽃닢접다가
    까르르 앵앵~ 노니는 소리
    밤이 왜 그리 길던지요.
    오늘 아침엔
    안개가 한 줄 지나갔기에
    익모초 향기를 지워
    혹시 그 님 새벽길 잘못들어
    내게 들릴지 모르기 때문이예요.

     


    다행인것은
    가을바람이 부는 겁니다.
    자꾸만 바라 보는 아침달
    내 마음 들킬까 조마한데
    흔들려 다행입니다.

     


    아!
    가을바람이 붑니다.

     

    -------------------------------------------------------------------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기를 세월빠르기가 살촉같다고 합니다.
    살촉이란 시위를 한껏 당겼다가 튕겨내는 화살촉이 날라가는 속도와 같이
    그야말로 눈깜빡 할 새라는 뜻이지요.


    마흔이 되고서도 실감치 못햇던 그 말의 뜻이 오십을 목전에 두고서야 비로소
    눈자위를 떨리게 하고 호흡을 가쁘게 하며 살갗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군요.
    그 말은 절실하게 느낌이 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지요.
    수구꼴통이라 비웃던 그 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지요.


    윤회라는것도 어쩌면 이런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이 늙어지고 다시 젊은 사람이 생기고 또 늙어지고....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은 오늘 목욕탕에 갔는데 싫어하던 온탕의
    뜨거움이 좋아졌고 물폭폴르 맞는 허리가 시원하게 느껴졌다는 감각적인
    몇가지로도 확연해졌지요.


    요즈음은 아침 산책이 좋은 때입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공장의 가장자리로 에워싼 숲을 산책하는 것을 즐깁니다.


    요즈음도 여름인지 가을인지 헷갈릴 정도로 더위가 남아 있지만 귀뚜리와
    매미가 낮과 밤을 번갈아 울어대지만 숲에는 이미 가을이 완연히 자리잡고 있지요.

     

    달맞이 꽃이 요즈음은 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꽃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밤이 되어 달이 뜨면 활짝 꽃잎을 펼치지요.
    달맞이 꽃은 참으로 노란색입니다. 그것도 아주 진한 노랑이 아니라 적당하게
    노래서 마치 달의 색깔로 염색을 해놓은듯 합니다.


    달맞이 꽃이 밤에만 피는 이유는 달빛을 받아서 달빛으로 제 몸을 염색하려는
    그런 뜻이 있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달맞이 꽃에는 벌도 나비도 잘 달라붙지를 않습니다.
    그 이야기는 벌과 나비를 부를 향기와 꿀이 없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아마도 달맞이 꽃은 그것이 부끄러워서..너무 부끄러워서 벌과 나비들이 모두들
    잠들어 버린 밤에만 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예의 그 산책을 나섰더니 안개가 자욱한 날이였는지 달맞이
    꽃이 물방울 잔뜩 머금고 보름달보다 더 활짝 꽃잎을 접지 못하고 있네요.
    그 바로 옆에는 익모초에 꿀을 따러 온 벌 한마리가 앵앵이며 열심히 꽃잎을
    애무하고 있군요.


    아하~
    달맞이 꽃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많이 부러웠는가 봅니다.


    가을은 기다리기 좋은 그런 계절입니다.
    그 기다림이 익고 익어서 그리움이 되는 그런 계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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