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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찾아..서천 홍원항여행기 2006. 9. 4. 12:10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찾아..서천 홍원항
세상에 사람만큼 간사한 동물이 어디에 있을까. 불과 며칠전까지 열대야로 잠못들어
고통을 호소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춥다고 난리들이다. 비로소 가을의
무턱을 넘어 계절의 심장부로 들어선 듯 하다.
가을이면 유명해지는 여러가지들 중에서 먹거리로 치자면 전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아마도 계절에 따라 값어치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유면한데 가을을 맞이하는
전어는 그야말로 가을에 가장 각광받는 어종일 것이다.
옛말에도 “가을 전어는 머리에 깨가 서말”이라 했고 또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그 이름의 유래도 가을이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돈은 아예 생각지 않고 먹는다고해서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기도 할 만큼 가을은 전어가 하일라이트다.
전어는 청어과에 속하는 물고기인데 서식장소가 주로 수심이 얕은 30미터이내이므로
물이 얕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고 있는데 겨울에는 남쪽에서 월동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한다.
여름에는 남,서해안 연근해의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등을 섭취하며 몸집을 키우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월동을 위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때의 전어는 몸길이가 평균적으로 20cm정도로 자라 가장 영양가 풍부하고 맛이 좋다.
남쪽바다에서 다 자란 전어가 9월 중순경부터 12월까지 잡히는데 가장 맛이 좋을때가
몸길이 15센티 내외가 되는 10월이며, 그래서 가을전어는 10월전어라고도 하기도 한다.
전어가 많이 잡히는 곳에서는 9월에는 대부분 축제를 열어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중의
대표적 몇 곳에 대해서 알아보자.
전어는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서해안을 타고 북상한다. 그래서 전어는 늘 남쪽이 빠르다.
남해안에서는 전어로 유명한 몇 곳이 있는데 부산의 다대포와 명지, 마산, 경남 사천시의
대포리 바닷가, 전라도 초입의 광양 망덕포구 등이 있다.
포획기간이 일정하지 않는 탓에 해마다 축제의 기간이 바뀌는 것도 전어축제만의 특징이다.
마산에서는 전국에서 제일 빨리 전어축제를 여는데 "마산어시장축제"가 그것이다.
올해는 2006. 8. 31 ~ 9. 2의 일정으로 경남 마산시 마산어시장 일원에서 열린다.
사실 이 축제는 전어만의 축제라기 보다는 각종 어산물의 종합적인 축제 같은 것이다.
그 다음은 부산에서 가장 손쉽게 전어를 맛볼수 있는 곳이 명지라는 곳이다.
올해는 2006. 9. 5 ~ 9. 7간의 일정으로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시장 일원에서 열리는
"명지전어축제"는 부산 근교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있어서 각광받는 곳이다.
더 서쪽으로 가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질러 섬진강이 흐른다. 오백리에 이르는
섬진강이 육지의 정기를 잉태하고 흘러 마지막으로 바다에 몸을 푸는 곳이 바로
망덕포구라는 곳이다. 섬진강의 강물과 남해바다가 몸을 섞는 곳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가을에는 전어잡이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광양전어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전남 광양 진월면 망덕포구 일원에서 2006. 9. 15 ~ 9. 17까지 열린다.
이제 바닷길을 타고 국토의 배꼽쯤에 있는 서천군으로 가보자. 예전에는 서울등에서
한번 가려면 서울-부산만큼의 시간적 투자를 해야만 되었지만 이제는 서해안고속도로로
인해서 두어시간이면 족히 갈 수 있는 편리성을 가지게 되었다.
북상한 전어들이 남쪽으로 월동을 떠나기전 마지막 몸풀기를 하는 곳으로 어획량이
그야말로 많은 곳이기도 하다. 서천앞다바의 풍부한 플랑크톤으로 몸집을 키우는 곳이
이곳이기도 해서 가을에는 빠지지 않고 전어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올해는 2006. 9. 16 ~ 9. 29간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 일원에서 "서천전어축제"가
미식가들을 이끈다.
올해는 추석과 시기적으로 닿아 있어서 2주쯤뒤면 축제를 맞이하게될 홍원항으로
가을전어를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서천군의 가장 큰 어항인 홍원항은 서해고속도로 춘장대 IC를 통해서 가면 빠르다.
전어 하나만 보고 가기엔 그렇다 싶으면 가까운 곳에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에 들러
갯벌 체험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춘장대 해수욕장은 맛조개 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삽으로 갯벌을 조금 긁어 내면
맛구멍이 쏭쏭~ 보이는데 그곳에다가 맛소금을 조금 뿌리면 맛이 뽁~ 하고 올라온다.
아이들이 얼마나 신기해 하는 지 모른다.
홍원항에서 1킬로 남짓 가면 서천해양박물관이 있다. 아이들의 자연공부로는 그만인
곳인데 관람료도 그다지 비싸지 않고 경치도 좋다.
마량리도 이 부근에서는 빼 놓을수 없는 곳인데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수 있고
동백정은 300~400년 된 동백나무의 군락지 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까지 바닷속에 있었을 전어들...
아직은 씨알이 작다. 아마 다음주나 축제를 하는 동안에 잡힌 전어들은 딱 먹기좋은
15센티에서 20센티쯤 될것이다.
전어를 먹는 방법은 회로 먹는 것과 무침으로 먹는 것, 구워서 먹는 방법이 있는데
회로 먹을때는 비늘만 벗긴뒤 뼈째로 뭉텅 뭉텅 회를 썰어 된장과 고추, 마늘을 곁들여
상추쌈을 싸서 먹는 것이 가장 좋은데 씹을 수록 고소해지는 뒷맛은 깊고 은은하다.구이는 역시 머리째 먹는것도 고소하고 좋은데 아이들이 먹기에는 잔뼈들이 많아서
불편하기도 하므로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가을전어..특히 구이는 머리에 그 진수가 모여있다고 한다.
사진촬영을 위해 모인 전어구이의 머리...아이들이 초장으로 쳐보는 장난끼...
이곳이 홍원항 나들이의 백미인 곳이다.
회와 구이..그리고 빠질수 없는 몇 잔의 술..
그냥 가버리지 말고 이곳만은 꼭 둘러보면서 좀 여유있는 시간을 갖자.
여유로운 마음도 가질수 있고 더불어 술기운도 고스란히 빼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홍원항의 북쪽으로 있는 방파제와 등대가 있는 곳이다.
버려진 앵커들...우리말로 닻이다.
닻은 배의 자유를 구속하는 도구이기는 하지만 파도를 따라 마음대로 움직이는
배를 잡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저 앵커를 버린 배는 자유를 얻었을까...
홍원항의 등대...
등대가 뱃사람에게 주는 희망과 위안은 말로 할수 없을 만큼 크게 자라힌 시절도
분명히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리 작은 배라도 GPS가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소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중요하지도 않는....
오늘날의 등대는 문명의 이기(利器)들에 밀려서 박제되어 가는 중이다.
오랫만의 외출에 들뜬 아이들...
아이들의 꿈을 카메라에 담는 일도 참 즐거운 일이다.
저 아이들의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일까?
입시...불투명한 미래...깊어가는 부조리한 사회.....이런것들에서 훨훨 날수 있기를...
갈매기는 바다의 상징이다.
뱃사람에게는 돌아갈 육지가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고 육지의 사람들에게는
일터인 바다로 가야한다는 재촉의 상징이다.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철썩이는 바다를 꿈꾸는 매개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갈매기를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시간을 잘 맞추어 가면 정월초하루에 맞이하는 일출만큼이나 감동을 주는 일몰을
볼 수 있는 횡재를 하기도 한다.
동해안 바닷가 사람들이 온전히 일출을 맞는 경우를 천행으로 여기는 것처럼 서해의
바닷가에서도 온전한 일몰은 천행이다.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이지만 노을을 본다는 것은 새로운 감회를 준다.
두어시간 방파제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취기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함부로 운전대를 잡지는 말자.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운전을 해도 될만큼
완전하게 알콜끼가 사라지진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비싸디 비싼 전어값을 치루는 가을을 만들지 않으려거던 일행중 최소한
한사람은 희생을 해야만 할것이다.
전어의 고소함이 땡기게 만드는 몇잔의 술맛에 대한 유혹을 참아야 할 것이다.
PS: 보너스로 홍원항 약도하나 그려서 붙입니다. 잘그리지는 못했지만 참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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