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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천해수욕장을 닮겠다는 완도군 명사십리
    여행기 2006. 8. 9. 23:28


    대천해수욕장을 닮겠다는 완도군 명사십리

     

     


    여름이 여름다워야 여름이지!
    여름이 여름답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를 생각해보면 역시나 덥다는 것외에는
    그다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여름이 덥다보니 그 핑계로 피서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휴가를 바다로 산으로
    가는 것인데 대부분은 바다를 찾게 되는 것이지요.


    피서라는 이름으로 찾아가게 되는 바닷가에는 두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1년을 열심히 벌어서 며칠을 놀기위해 가는 사람과 며칠을 벌어서 1년을 놀려는
    사람의 부류로 나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한쪽에서는 "바가지"라는 용어로 다른 한쪽에서는 "수요공급의 불균형"
    을 말하는 것이지요.


    요즈음 아이들이 미디어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사투리가 사라질 정도라는데 여름철
    "바가지"와 "수요공급의 불균형"도 전국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마 미디어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그 출발지는 어디일까?


    얼마전에 뉴스에 강원도의 바가지 문제가 나왔을때 그 지역 공무원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도 여기저기 다른 곳을 조사했는데요...대천해수욕장에 비하면~"라고

    했지요.
    따라서 "바가지"와 "수요공급의 불균형"도 전국적인 현상은 대천해수욕장이 그 근원인
    셈일터인데 전라도의 작고 구석진 곳에서도 장사치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내미는게 "대천해수욕장에 함 가바여~"라는 것입니다.


    지난 8월 3일(목)부터 8월 6일(일)까지 전라남도 완도를 다녀왔습니다.
    청산도와 보길도를 못가보고 왔지만 완도와 신지도를 알뜰히 보고 즐기고 왔지요.
    드라마 "해신"의 청해포구 촬영장과 신라방 촬영장...장보고의 본진으로 추정되는
    장도...신지도의 명사십리..난대박물관...주도의 상록수림..음식특화거리의 회와 전복..
    구계등....많은 것들을 풍요롭게 즐기고 왔습니다.


    완도...참으로 관광자원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원한 바다와 동시에 높은 산들과 숲들..잘 정비된 도로들..나무랄것 없는 곳이였지요.
    민박도 다른 곳에 비해서 그리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어른 5명에 아이들 셋,
    여덟명이 좁기는 했지만 에어콘 잘 나오는 방을 하루에 십만원씩에 빌렸지요.
    물도 마음껏 사용하고 바베큐 시설도 있어서 편하게 사용했지요. 그래서 전혀 부족함 없이
    지내다가 왔지요.


    때가 때인지라 완도읍내의 물가가 비싸기는 하더군요. 전복도 비싸고 회도 비싸더군요.
    그래도 그쯤은 휴가철이라는 것으로 흔쾌히 즐기기로 했습니다.

     

     


    딱 한군데 완도의 인상을 최고로 구겨버린 곳은 신지도의 명사십리해수욕장입니다.


    완도에서 신지도까지 신지대교가 생기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아침일찍
    길을 나서라는 민박집 아무머니의 충고를 따라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이 6시 30분쯤..
    주차비를 내고 표받는 공익한테 물었지요.


    "여기 해변에는 특별히 규제하는 것 없죠?"
    "예..솔밭에 텐트 치시면 얼마 내면되구요..백사장에는 텐트는 못치구요..그늘막은 됩니다"


    일단 주차하고 아침을 해결하러 자리를 찾다보니 해수욕장개발위원회(확실한 이름은?)와
    여름파출소가 있는 건물옆 파고라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려 자리를 잡았지요.
    아...잔디밭위에 지어진 파고라..그 옆에 누군가가 텐트를 치고 자고 있더군요.

     

     


    한참 라면물을 끓이고 있는데 여름 파출소의 경찰분이 오셔서 "여기서 쉬고 식사는 얼마던지
    가능한데 텐트는 치시면 안됩니다." 하시더군요.
    아마 누군가가 쳐 놓은 텐트를 우리가 친것으로 오해를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분 참 인간적입디다. 아이들 안에서 자고 있던데 깨워서 걷어라거나 하지 않고
    스스로 깨어날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를 보여주시더군요.


    "저어기~ 여기 해변에서 그늘막은 칠 수 있죠?"
    "그럼요...해변에서 텐트는 못치시구요..그늘막은 치실수 있습니다."

     

     


    해변의 백사장 가장자리에는 탁자하나에 의자 서너개 딸린 파라솔이 일열로 죽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임대장부를 들고 있는 젊은 사람에게 물으니 파라솔앞 평평한
    부분은 안된다고 해서 바닷쪽으로 비스듬한 경사면에다 그늘막을 쳤습니다.

     

     


    그때가 아침 8시쯤인데 어젯밤 쓰레기들이 여기 저기 방치되어 있더군요.
    그동안 수많은 해수욕장을 다녀보았는데 대개는 새벽에 청소를 해서 최소 7시쯤이면
    깨끗한 백사장을 볼수 있는데 아침부터 조금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9시쯤되자 청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조금 늦을뿐이라 생각해서
    기분이 풀리긴 했지요.


    조금씩 우리 주변에도 그늘막이 하나둘 늘어가는데 파라솔 임대하는 상인이 나타나서는
    해변에서 그늘막을 못치니 철거를 하라는 겁니다.
    해마다 2군데 내지는 세군데쯤의 해수욕장을 가보는데 그늘막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덴
    여기가 처음입니다. 옆에 있는 몇 사람은 걷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쪽만 보고 있고...


    "제가 아까 주차비 주면서도 물어 보았고...여름파출소분한테도 물어보았고~"
    그랬더니 그 아저씨 대뜸 파출소로 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그 어저씨와 여름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2층에 있는 파출소에 들어가 얘기하니
    3층에 군청에서 나온 사람들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자고 해서 다시 3층으로 갔습니다.


    3층분들 좀 난감해 하더군요.
    이 아저씨는 계속 "대천해수욕장에 가봤어요? 대천해수욕장도 그늘막 못쳐요.." 이러고
    저는 계속 "저는 대천해수욕장 옆동네 아산에서 왔거던요!" 이러고~~~


    그리고 저는 요구했습니다.
    "악법도 법이니 이 해수욕장에서 그늘막 안된다는 규정을 내놔라..그러면 두말없이 내가
    철거를 하겠다."
    그러는 사이에 직원이 어딘가로 전화를 해보더니 "그늘막은 쳐도 된답니다" 합니다.
    그래도 도저히 수그러 들지 않는 아저씨...결국에는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어~ 내가 이 장사하면서 대천해수욕장도 안가봤을것 같아요? 지금 당장 대천해수욕장
    번영회에 전화해보면 될꺼 아녀~~"


    결국에는 조금 더 바닷물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협의를 했지요.
    다른 사람들도 편하게 주저 앉았습니다. 쪼잔하게 그늘막 치는 것 따위로 여름파출소에다
    개발위원회로 갑자기 민원인이 되어 다녔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 상인아저씨는 오늘도
    백사장에 그늘막 걷어라고 난리를 치고 다녔겠지요.

     

     


    그런데 나중에는 텐트를 쳐도 아무렇지 않은것을 보니 외지인에게만 유난스러운듯...

     

     


    완도군청 담당자님...신지면 공무원 여러분...
    우루루 모여서 캠페인같은 전시행정이 중요한거 아니겠지요..

     

     


    내년에는 그늘막도 없이 가족들을  땡볕에 저렇게 내모는 가장이 없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제발 대천해수욕장 핑계 대시지 마시구요...
    어찌 그리 나쁜것만 벤치마킹 하시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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