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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준비하는 풍경들..이런저런 이야기 2006. 8. 2. 17:10
가을을 준비하는 풍경들...
마침내 DSRL 유저가 되었다.
한 동안 잠잠하던 질럼병이 도져서 잘 쓰던 디카를 딸래미에게 물려주었다.
올해 대학교에 들어간 딸래미의 전공이 광고홍보학과이다 보니 미리 사진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핑계로 물려주고 나는 DSRL 카메라를 샀다.
기종은 캐논 350D...나에게 너무 과분한듯 하지만 외양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점심을 후딱 먹고 도착한 카메라를 들고 공장의 한적한 곳으로 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온몸을 짖누르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만의
느낌일 뿐 인듯 하다.
밤나무의 밤도 이렇게 따가운 햇살이 없으면 익어가지 않을 것이다.
저 밤송이 안에는 몇톨의 밤이 들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회사앞이 호수라서 어쩌면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싫을지 모르겠다.
따가운 햇살만이 이들을 살찌고 살을 굳히고 녹말의 양을 늘려 줄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나 저제나 공사현장으로 보내주기를 기다리는 건설장비들도 오랫만에
장맛비에 젖은 몸을 햇살에 말리고 있다.
평화스러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쇠로 만든 이놈들은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이들의 뜨거움..나는 늘 뜨거움이 식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은 하늘도 미리 가을을 연습한다.
미리 연습해 두어야 가을을 편안히 맞으리라. 동산마다 밤송이 터지는 소리...
단풍나무마다 나뭇닢들 신열 앓아 대는 소리...고추잠자리들의 날개짖이 만드는
카오스의 파도들...부산스러운 다람쥐들의 어지러움....
가을 세상의 모든 것들을 오롯하게 수용하려면 하늘은 미리 이렇게 가을을
미리 연습해야 할 것이다.
하늘도...숲도...이제는 가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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