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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사물, 그 인간정신의 완성이런저런 이야기 2006. 7. 10. 14:47
불전사물, 그 인간정신의 완성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서서히 잠을 깨고 우주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에 산사의
미명을 깨우는 범종소리...그리고 이어지는 목어..운판...북의 소리들....
대개의 절에 범종과 운판,목어와 북의 사물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물을 갖추고 있는 절은 대개가 규모가 큰 본사급이나 역사가 오래된 고찰의
경우일 것이다.우선 범종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들 불전사물인 범종.법고.운판.목어 중에서도 사물을 대표하는 것이 범종이다.
절에서 범종의 용도는 불사 의식인 법요와 포교가 있을 때 그 시작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던가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범종을 치는 것은 지옥 중생들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동시에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는 데 있다.종교행위를 위한 종이 비단 불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나 성당에도 종이 있다.
그러나 절의 범종과 다른 점은 교회나 성당의 종은 타종 횟수등 종치는 법도가
없는데 반하여 범종은 엄격한 법도가 있다는 것이다. 범종을 치는 횟수는 절의 예불에
따라서 각기 달라지는데, 새벽에는 28회, 저녁에는 33회를 타종한다.아침에 치는 범종은 욕계, 색계, 무색계의 28곳의 하늘에 종소리를 울려 퍼져서 중생을
제도하기를 기원하는 것이고, 저녁 예불에 치는 범종은 제석천왕이 머무는 선견궁을
포함한 도리천 33천에 종소리를 울려서 인연닿는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제도해야 할 대상을 비단 인간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우주의
모든 생명있는것들에게 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우리나라의 범종은 일본이나 중국의 종과는 다른 몇가지 특색이 있는데 첫째는 종의
상부에 있는 음통이고 두번째는 꼭지에 장식된 용이다. 음통은 유난히 맑고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우리 범종의 특색이라는게 이미 밝혀져 있고 용의 장식에 대해서는
전해오는 전설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꼭지에 장식되어 있는 용장식은 포뢰라고 하는데 포뢰는 동해에 사는 고래를 가장
무서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래모양으로 당(撞)을 만들어 종을 치면 포뢰는 놀라서
큰 소리를 지르게 되고 그 때문에 종소리가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범종을 다른 이름
으로 고래 경(鯨)을 넣어서 경종(鯨鍾)이라고도 한다.세상의 대부분의 종교가 인간구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종교행위 역시도 그기에
맞추어여 있음을 볼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외에 미물들에까지 종교적 행위를 통해서
그 구원을 간구하는 종교는 아마 불교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괄적 의미를 범종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나머지 3가지의 물건들은
중생의 모습이나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구원을 기원하는 제한적 의미를 가진다.법고를 살펴보자. 법고는 북을 말한다. 불가(佛家)에서 사용되는 북을 법고라 한다.
법고는 크기에 일정한 규칙이 없고 다양하다. 법고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옆면이 동물의 가죽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돼지..소등의 동물로 태어나 삶을
이어가는 것을 축생(畜生)이라고 하는데 축생에 사는 동물들은 가죽으로 덮여 있다.
따라서 법고를 치는 이유는 모든 축생(畜生)의 해탈과 이고득락(移苦得樂)을 위해서이다.
나무로 만든 통이 옆면의 지름보다 큰것이 대부분이고 옆면의 지름이 1m 이상이며 큰 것은
2m에 이르기도 하는데 대부분 2m는 넘지 않는다.
치는 방법은 두뼘정도 되는 북채 두 개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옆면과 북통의 모서리부분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북통의 모서리에 박힌 못을 돌려가며 훓어 소리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북 옆 가죽면의 치는 위치에 따라 음색이 조금씩 다른데 그 다른 음색을 이용해서 강약의
변화와 다양한 리듬으로 연주를 한다. 따라서 정해진 법도는 없다고 보는게 맞을듯 하다.그 다음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 짐승을 제도하기 위한 운판에 대하여 살펴보자.
운판(雲版)은 대판(大版)이라고도 한다. 하늘을 가장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뭉게구름 모양의
얇은 청동 또는 철제등으로 만든 평판이며, 두드리면 맑고 은은한 소리가 난다.
판 위에 보살상이나 진언(眞言)을 새기기도 하고 가장자리에 승천하는 용이나 구름, 달을
새기기도 한다.
판위에 적히는 진언은 대부분 "옴마니반메훔"이다.예불시 운판을 치는 이유는 허공을 헤매는 고독한 영혼을 천도하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조류계(鳥類界)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고 한다. 불교에서의 중생은 비단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있는 모든 것들을 넒게 이르는 말이다.선방(禪房)에서는 공양간(부엌) 앞에 매달아 두고 공양시간을 알리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운판이 구름모양이므로 불을 다루는 공양간(부엌)에서 화재를 막는다는 주술적인
이유로써 사용되기도 했던것 같다.밥이 다 되어 뜸을 들일 때 3번 치므로 화판(火版),
공양(식사) 시작을 알릴때는 길게 치므로 장판(長版)이라고도 하였다.요즈음의 사찰에서는 공양(식사) 시간때는 운판대신 목탁을 치는게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목어에 대해 살펴보자.
축생제도 목적의 법고, 날짐승을 위한 운판이 있었으면 한가지 빠진 게 물속의 중생들
에 대한 배려인데 불교의 정신은 여기에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물속의 수생중생들을 제도 하고자 예불때에 소리를 내는 것이 목어이다.
목어는 본래는 중국의 선원에서 공양(식사) 시간을 알리는 도구로 쓰여져 왔다.
모양이 길다랗고 곧게 생겨 꼭 물고기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방(梆)’이라고 부른다.
뒤에 와서 물고기 모양의 긴것과 둥근 모양의 작은 휴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발전되는데
휴대성이 없는 물고기 모양은 사물에 편입되어 종루에 매달리게 되어 목어(목어)라는
이름을 유지하게 되었고 휴대성이 강조된 작은 것은 작고 둥근모양으로 목탁(木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지금의 목탁(木鐸)은 사찰에서 아주 중요한 역활을 하는데 염불 ·독경 ·예불을 할 때에
쓰고 또 공양(식사)할 때, 대중을 모을 때에 신호로서 사용하기도 하는등 휴대성으로 인해
사용빈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목탁을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데 대한 근거는 없으나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옛날 어떤 스님이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수행을 게을리 할뿐 아니라
계율을 어기는등 방종하다가 마침내 죽은 뒤에 물고기가 되었는데 그 등에서 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나가는데 한 마리의 물고기가 나타나 전에 지었던
죄를 참회하면서 등에 자란 나무를 없애 주기를 애걸하여 이를 불쌍히 여긴 스승이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물고기 몸을 벗게 하고 그 나무로써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달아놓고 스님들의 본보기로 삼은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또 다른 이야기는 물고기는 밤이던 낮이건 눈을 감지를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졸거나
자지 말고 늘 깨어서 꾸준히 수도에 정진하라는 뜻으로 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도 한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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